때 이른 백화점의 ‘창고 대방출’이 시작됐다. 불경기와 온화한 겨울 날씨 탓에 겨울철 의류 판매가 부진한 데 따른 업계의 고육지책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11일부터 15일까지 올해 첫 ‘롯데 해외명품대전’을 시작한다. 총 200여 브랜드가 참여해 30∼80% 할인 판매에 나선다. 2~4일 ‘럭키 스페셜 기프트’ 행사를 진행한 지 일주일 만이다. 겨울철 인기가 높은 명품 패딩 물량이 대거 쏟아진다.
‘캐나다구스’의 익스페디션 점퍼의 경우 79만 원에, ‘프리마클라쎄’의 여성패딩은 19만 9000원(정상가 149만 8000원)에 판매된다. ‘몽클레어’도 할인 판매에 참여한다. 스위스 명품시계인 ‘오메가’도 30~50% 할인판매에 나선다.
현대백화점도 9~15일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에서 ‘멀버리’ ‘끌로에’ 등 브랜드 제품을 싸게 파는 ‘현대 해외패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진행한다. 목동점도 20∼22일 ‘수입의류 초대전’을 개최한다.
매년 1월 말쯤 하던 할인행사를 판매 부진과 설 연휴 등을 감안해 예년보다 보름 가까이 앞당겨 진행한다는 것이 백화점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올해 따뜻한 겨울로 백화점 매출의 큰 축을 차지하는 겨울 의류 판매가 부진하면서 세일을 앞당긴 측면도 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백화점 매출은 의류를 중심으로 2.8% 감소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백화점의 남성의류와 여성캐주얼은 전년동기 대비 9.9%, 2.7% 각각 감소했다.
이 기간 백화점의 총 판매액은 2조 7012억 원으로 4.6% 줄었다. 오픈마켓·대형 마트 등 전체 소매판매가 4.1%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평균 기온은 3.1℃로 평년(1.5℃)보다 높은 등 겨울철 날씨가 따뜻했던 영향이 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겨울 의류는 일반적으로 12월 말까지 70% 이상 판매되는데 올해는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장갑·목도리 등 방한 용품의 재고가 대폭 늘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싱가포르 ‘아이온 오차드’와 제휴해 VIP 혜택을 교차로 제공하기로 하는 등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중국인 관광객 방문이 줄어듦에 따라 홍콩·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고객 유치에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다만 백화점업계의 적극적인 할인 공세에도 매출 반전을 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앞선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가 94.2로 7년 8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하는 등 소비시장 전체가 침체됐다는 것이 이유다. 신한금융투자는 롯데·현대·신세계, 국내 백화점 3사의 매출 신장률이 지난해 11월 -1.8%, 12월 -0.2%로 역성장 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4분기 전체적으로는 -1.0%.
증권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은 의류 판매가 줄어드는 대신 핸드백 등 고가의 잡화류 판매가 늘어나는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며”며 “불경기와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의 여파로 프로모션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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