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태블릿 PC는 내 것이 아니다. 이를 입증할 증인이 있다.”
최순실 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법무법인 동북아)가 최근 취재진에게 주장한 내용이다. 최 씨 측은 “사용자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할 결정적 인물이 있다”며 재판부에 해당 인물의 증인 신문을 요청했다. 다만 최 씨 측은 재판이 언론에 공개될 것을 우려, 해당 증인에 대해 비공개 신문을 재판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의 태블릿 PC는 국정농단 사건의 분수령이 된 물건. 이에 대해 이경재 변호사는 “최 씨는 태블릿PC를 아예 사용할 줄 모른다”며 “최 씨가 태블릿 PC 속 사진을 보고 ‘이게 언제 사진이지?’라고 반문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최 씨 측은 지속적으로 태블릿 PC의 증거력 여부를 문제 삼고 있다. 출현 과정이 작위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인데, 이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오전에 ‘임기 중 개헌을 하자’는 연설을 하자 오후에 JTBC가 태블릿 PC 보도를 했다”며 “보도 타이밍이 절묘하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이 밝혀낸 정호성 전 비서관의 녹음파일 등 다른 증거만으로도 최 씨의 국정 농단이 확인된다는 여론에 대해서는 “태블릿 PC가 국정 농단 사태의 출발점이고 최 씨의 양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태블릿 PC의 진위가 우선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도 ‘국정 농단을 희석하려는 변호인의 전략’이라는 여론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했다.
법원에서는 적극적으로 본인을 변호하고 있는 최순실 씨지만, 헌재에는 지속적으로 ‘불출석’으로 대응하고 있다. 오늘(10일)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최순실과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오전 안종범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참석하지만, 핵심인 최순실이 불참함에 따라 오늘 변론기일 역시 ‘맹탕’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순실은 전날(9일) 특검에는 탄핵심판 준비를 이유로, 오늘 헌재에는 특검 수사와 재판을 이유로 모두 불출석 의사를 밝히는 탄핵심판 ‘농단’ 행태를 보였는데, 헌재 재판관들은 최 씨와 정 전 비서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증인 출석을 거부한다고 판단할 경우 강제구인에 나설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최 씨가 불출석 행보를 보임에 따라 탄핵심판 기일이 차일피일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인데, 일각에서는 특검 수사 기간 내에 헌재의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이 나지 않도록 탄핵 심판 기일을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대통령 대리인단의 전략에 맞춰 최 씨가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최 씨가 본인이 처벌받을 수 있는 형사 재판에서는 적극적으로 증거의 진위를 다투며 처벌 수위를 최소화하려는 작전을, 동시에 헌재에서 진행되는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는 더욱더 운명공동체가 된 박 대통령의 유리한 결정을 위해 본인까지 덕을 보려고 출석 거부를 통한 재판 지연 전략을 짠 것 같다”며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지 않을 경우, 본인 재판에서도 유리한 결정이 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형사재판인 법원과 탄핵 심리인 헌재의 판단 결이 다르기 때문에 불출석이 꼭 유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헌재 흐름에 밝은 대법원 관계자 역시 “헌재가 형사 재판 형식으로 모든 사실관계를 따진다고 했지만 헌법재판과 형사재판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 않느냐”며 “검찰 수사 기록에 증거능력을 부여할 경우 최 씨의 불출석은 검찰 수사 기록에 대한 인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오늘 헌재의 오후 심리에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출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수석은 오늘 오전까지 불출석 사유서를 내지 않아 정상적으로 심판정에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안 전 수석은 자신의 업무수첩에 담긴 대통령의 부당한 지시사항에 대해 발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와 대리인단은 안 전 수석에게 탄핵 사유 5가지 중 뇌물수수 등 형법 위반 여부를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특히 안 전 수석이 구체적으로 관여한 박 대통령의 대기업 총수들의 독대 당일 행적과 구체적인 발언, 청탁 내용을 묻는다는 계획인데, 안 전 수석이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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