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대외환경에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 생필품 가격 인상,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류독감(AI) 사태까지 확산되면서 오르지 않는 것은 ‘내 가게 매출밖에 없다’며 한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2일에는 중견 아웃도어 기업 에코로바가 법정관리행을 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지 않아도 아웃도어 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본사의 ‘하도급 갑질 논란’으로 전국적 불매운동이 벌어지면서 매출이 하락, 결국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 개설 상담 때에는 ‘본사와 가맹점은 동반성장 관계’라며 순한 양의 얼굴을 보이지만, 막상 계약을 체결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늑대의 얼굴로 돌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행위로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 가맹점은 물론 본사까지 어려움을 겪게 되는 사례들을 모아봤다.
#한국피자헛, 계약서에 없는 ‘가맹금 삥뜯기’ 갑질에 공정위 과징금 철퇴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피자헛(유)에 과징금 5억 2600만 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한국피자헛 본사가 가맹계약서에 기재되지 않은 수십억 원의 가맹금을 가맹점주로부터 징수한 사실이 조사 결과 밝혀진 것이다. 이 외에도 본사가 가맹금 지급과 관련한 내용을 가맹계약서에 기재하지 않은 행위, 예치 기관에 예치해야 하는 가맹금을 예치하지 않은 행위도 적발됐다. 이른바 갑질을 하다가 공정위에 과징금 철퇴를 맞은 것이다.
피자헛은 2003년 1월 1일 구매와 마케팅, 영업지원, 품질 관리 등 본사의 행정적 지원 대가라는 명목으로 가맹계약서에 근거 없는 ‘어드민피’라는 이름의 가맹금을 신설했다. 당시 피자헛의 가맹계약서에는 가맹점주가 내야 하는 가맹금에 로열티(매출액의 6%)와 광고비(매출액의 5%) 외의 비용 언급은 없던 상황.
그러나 2015년 5월 이후 피자헛과 새롭게 계약을 체결하거나 갱신하는 가맹점주의 계약서에는 어드민피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 이러한 내용은 사전에 가맹점 사업자들과 협의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대금 청구서를 통해 일방적으로 통보됐다. 어드민피 요율도 본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2004년 12월부터 매출액 대비 0.55%로 유지되던 어드민피는 2012년 5월에는 0.8%로 인상됐다.
문제는 2012년 5월 무렵은 가맹점주들의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사는 0.25%의 요율 인상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 현재까지 총 68억 원의 어드민피를 가맹점 사업자들로부터 징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가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2조 3호’ 거래상의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가맹점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로 판단했다.
2003년부터 2012년 5월까지 어드민피에 관한 사항을 기재하지 않은 가맹계약서를 가맹 희망자들에게 교부한 사실도 위반행위로 지적됐다. 본사의 가맹계약서 의무 기재사항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피자헛에 따르면 2015년 5월 이후 계약서부터는 어드민피에 관한 내용이 기재됐다고 한다.
가맹금 미예치 행위도 적발됐다. 본사는 2013년 3월부터 2015년 4월까지 29명의 가맹점 사업자들로부터 교육비 명목으로 총 6200만 원에 해당하는 가맹금을 법인 계좌를 통해 직접 수령했다. 가맹거래사업법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가맹점 사업자에게 예치 대상 가맹금(가입비·입회비·가맹비·교육비·계약금 등 본사에 지급하는 대가)을 최소 2개월간 예치 기관에 예치해야 한다. 가맹금을 직접 수령하려면 가맹점 사업자 피해 보상 보험(보증보험)에 먼저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피자헛은 가맹점 사업자 피해 보상 보험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예치 대상 가맹금인 교육비를 직접 수령한 것이다. 이는 명백히 가맹금 예치 의무 위반에 해당된다.
세 가지 위반 사항에 대해 공정위는 한국피자헛(유)에 시정명령과 함께 5억 2600만 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권혜정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국 가맹거래과장은 “이번 조치로 가맹본부들이 가맹점 사업자들과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부담을 높여 자신의 수익을 보전하려는 불공정 관행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자헛 가맹점주들은 이러한 공정위의 조치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에서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어드민피와 관련해서는 2015년 7월 이미 법원에서 불법이라고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라며 “그 외에도 방문 포장 할인과 각종 할인 프로모션 비용을 점주들이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고, 프로모션에 참여하고 싶지 않아도 참여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강압적인 분위기 등 물 밑에서 벌어지는 갑질 행위가 한두 건이 아니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12월에 공정거래조정원에서 발표한 10개 피자 프랜차이즈 브랜드 주요 정보 비교 분석 자료를 보면 ‘피자헛’은 레스토랑형 매장과 배달 형태 모두 가맹사업자 부담금, 즉 창업 비용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자헛 레스토랑은 최초 가맹금(가맹금, 교육비, 보증금 등) 8852만 원, 인테리어와 설비, 집기 등 비용 3억 7800만 원으로 총 창업비용이 약 4억 6652만 원으로 10개 브랜드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점 면적이 100㎡ 이하인 형태로 보았을 때도 피자헛 배달형태는 도미노피자와 함께 창업비용이 약 2억 3000만 원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비용이 영업 전 부담금이라면 ‘영업표지 사용료(로열티), 광고판촉비, 교육훈련비’ 등 영업 중 부담금은 피자헛과 도미노피자가 가맹점 월 매출액의 6%, 미스터피자는 5% 수준이었다. 광고판촉비는 피자헛이 가맹점 월매출액의 5%, 도미노피자 4.5%, 미스터피자 4%로 규정하고 있었다. 일부 브랜드는 원재료 구입량에 따라 비용을 달리 책정하기도 했다. 가맹점 연평균 매출액은 도미노피자가 약 7억 4876만 원을 기록해 가장 높았고, 피자헛은 4억 8174만 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피자 업종별 프랜차이즈 비교정보’는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누리집(franchise.ftc.go.kr) 또는 조정원 누리집(www.kofair.or.kr)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김미영 창업에디터
may424@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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