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실패가 부정적인 미래 전망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독자에게 건네고 싶은 한마디다. 우선 필자는 호텔산업 분야 전문가가 아니다. 따라서 전문가의 의견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한 주식전문가의 사견에서 시작된 호텔사업 전망을 적은 글임을 유의해서 읽어주길 바란다.
최근 세 코스닥 상장사가 제주도에서 최대 규모의 카지노 리조트 사업을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주식시장에서 이슈로 떠오른 이 사업의 투자 계획을 살펴보니 수천억 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개발 관련 상장사가 주식시장에서 자본 조달을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제주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린다는 건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제주를 방문했던 독자라면 누구나 중국인 관광객을 한 번이라도 마주쳤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카지노 리조트 사업을 한다면 전망이 어떤가. 상상만으로도 수완이 좋은 사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제주도 카지노 리조트 사업에 위험한 세 가지가 필자에게 감지됐다. 도입부에서 말했다시피 호텔 관련 전문가가 아닌 한 주식전문가의 사견임을 다시 한 번 유의해서 읽어주길 바란다.
첫 번째 위험 요소는 불명확한 지배구조다. 카지노 사업에 동반 진출한 세 회사(제이스테판·마제스타·세미콘라이트)의 최대주주가 개인이나 법인이 아니라 조합이라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경영진이 중요하지, 최대주주가 중요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대주주가 경영진을 임명하고 해임하는 결정권자라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개인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할 때는 투자할 회사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이는 회사의 경영권을 행사하는 최대주주를 믿는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결국 앞서 세 회사는 최대주주가 조합이기 때문에 지배구조가 불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한 경영진의 해임이 그 회사 주식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다면? 이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최대주주에게 찾아가 해임안을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최대주주가 조합인 상장사의 경우는 예외다. 우선 조합 경영진의 변경(경영권 매각)에 대해 투자자는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또 조합이 해산되거나 보유주식을 팔고 나가는 내용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알기 어려운 현실이다. 대표적인 실제 사례가 있다.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코디엠의 최대주주는 아이리스1호투자조합인데, 이 조합은 단 하루 만에 주식을 팔고 나갔고, 공시는 뒤늦게 이뤄졌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제이스테판·마제스타·세미콘라이트는 합작으로 제주 카지노 리조트 사업을 추진한다. 쉬운 말로 하자면 동업이다. 같은 목표를 향해 투자를 진행하는 출발 단계는 전망이 좋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각자 회사가 자신들의 주주를 위할수록 동업자 간의 주도권 싸움은 격렬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입지 및 사업 전망 등을 배제하고 지배구조만 놓고 본다면 부정적으로 보인다.
두 번째 위험요소는 공사가 중단된 지 20년 된 사업장이라는 점이다. 카지노 리조트 사업장은 1988년 홀리데이 호텔로 개장해 1993년 르네상스 호텔로 리모델링하다가 IMF 외환위기 때 공사가 중단된 곳이다. 이후 네트워크마케팅을 하던 케넷그룹에 의해 제주아일랜드호텔리조트로 개발된다는 발표가 있었으나, 공사는 전혀 진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부적인 문제로 문을 닫았다. 이 사업을 추진하던 사람들은 별개의 문제로 법적 처벌을 받으며 사업장은 오랜 기간 방치됐다. 그러다가 최근 제이스테판의 자회사인 엠제이아이가 다시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엠제이아이가 새로운 개발 사업에 나선 게 아니다. 지난 2014년 2월에 이미 이 리조트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2015년 6월에 1차 개장을 하겠다고 발표했던 바로 그 사업장이다. 결국 이번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이들도 사업 진행을 하기까지 3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낸 것이다.
이번 사업장과 관련해 인터넷 경매 시장에서는 경매정보가 떠돌고 있다. 엠제이아이가 개발을 발표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토지가 아닌 건설 중인 건물, 즉 지상권에 대해서만 경매가 진행되고 있었다. 사업이 중단된 지 오래된 사업장이라 복잡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홀리데이호텔, 르네상스호텔, 더힐링아이리조트에 이어 이번엔 어떤 이름으로 알려질지는 모르겠다.
세 개 법인은 연이은 증자와 자본조달로 2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주식시장에서 조달했다. 이 자금이 효율적으로 활용된다면 이번에는 리조트 개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위험요소는 리조트의 입지와 관련된 부분에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필자는 호텔 사업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의 투자 의사결정을 전혀 알지 못한다. 투자자금과 회수에 관해서도 모른다. 잠재 소비자의 입장에서 정리한 글임을 유의해서 읽어주길 바란다.
제주의 유명 숙박시설은 대부분 해변에 위치해 있다. 중문관광단지 내의 호텔뿐만 아니라 유명 콘도체인인 대명리조트, 해비치, 휘닉스, 샤인빌 등도 해변에 자리잡고 있다. 제법 이름이 알려진 한화콘도만이 유일하게 내륙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안다.
현재 추진 중인 리조트는 내륙에 위치해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입지적 조건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관광 소비자 입장에서는 ‘글쎄’다. 물론 제주공항과의 접근성이 좋은 평화로에 위치한 데다 주변 관광지로의 이동선이 용이해 위치상으로는 나쁘지 않다. 다만 제주 숙박이면 오션뷰가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게 문제다. 숙박비 측면으로 보자면 이로울 수도 있겠다. 오션뷰보다 마운틴뷰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업엔 위험요소가 존재한다. 또 모두가 좋다고 평가하는 사업은 투자 대비 기대이익이 크지 않다. 그래서 남들이 부정적으로 판단한 사업장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했을 때 투자하는 게 효율적이다. 어쩌면 이 사업장에 투자를 결정한 경영진들은 필자가 보지 못한 기회요인, 즉 중국인 관광객과 슬롯머신을 중심으로 한 대중 카지노를 포인트로 잡고 있는 듯하다.
20년 동안 흉물로 방치됐던 건물을 개발하는 것은 제주의 숙원 사업이며 개인적인 바람이기도 하다. 세 상장사의 이익 잉여금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가 아니라 주식시장 참가자들의 신규 자본을 조달해 진행하는 사업인 만큼 투자자들의 면밀한 검토에 의한 투자가 진행이 되됐으면 좋겠다. 또 주주들이 관련 사업의 사업성 검토를 위한 많은 자료를 공개해주길 바란다.
강현수 주식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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