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지창 씨의 ‘급발진 소송’ 제기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테슬라의 국내시장 진출은 여전히 갈 길이 먼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기관 인증 취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매장 오픈 시기를 예측하기 힘든 데다 자동차 옵션을 선택하는 디자인스튜디오의 위치와 팀 구성도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래 스타필드 하남의 테슬라 1호 매장 오픈은 지난해 말로 예정되어 있었다. 오픈 전부터 매장 입구에는 2016년 겨울에 오픈한다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그러나 현재 스타필드 하남 테슬라 매장은 ‘OPENING SOON’이라는 문구가 하단부에 작게 적힌 현수막으로 가려진 채 여전히 닫혀있다. 입점 업체 광고와 공지사항 등을 보여주는 영상 디스플레이에도 테슬라가 등장했지만, 오픈 시기는 언급되지 않았다.
테슬라의 매장 오픈이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매장 오픈과 판매를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자동차 제작사 인증’ 때문이다. 국내 판매를 원하는 자동차 제작사는 ‘자동차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른 안전기준에 적합함을 스스로 인증하고 관련 자료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국토부는 제작사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하고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국토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테슬라는 얼마 전까지 계속해서 이메일로 상담 신청만 하다가 지난주에야 정식적으로 서류로 신청했다. 아직 상부에 보고하지는 않았지만 실무자로서 검토해보니 보완 사항이 있어 테슬라에 보완을 요구한 상태”며 “제출서류에 대한 법정 처리기한은 15일 이내이기 때문에 다음주 말 정도까지는 결과가 나오겠지만, 피드백에 대한 테슬라 측의 처리에 따라 인증 시기가 늦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타필드 하남 운영자인 신세계 프라퍼티 관계자는 “테슬라 측과 최초 논의한 사항은 지난해 겨울 오픈이지만 정부 인증 문제로 기한이 늦춰지고 있다. 스타필드는 판매에 필요한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라고 밝혔다.
홈페이지에 기재된 주소를 따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사무실에 방문해본 결과 건물 외부와 내부에는 테슬라에 대한 어떠한 표시도 없었다. 흰색 시트지로 내부를 가린 건물 2층에 벨을 눌러 직원 한 명을 만나고서야 그곳이 테슬라 사무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이 디자인스튜디오 겸 사무실이냐”고 묻자 안에서는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업계 관계자는 “청담동에 있는 사무실이 디자인스튜디오라고 일부 언론에 알려졌지만, 아직 이곳이 될지 다른 곳이 될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공식 홈페이지에 직원채용 글이 올라와 있는 것처럼 아직 팀도 완전히 꾸려지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테슬라 차량을 사전 예약한 사람들은 더욱 답답할 수밖에 없다. 테슬라는 지난해부터 ‘모델 S’와 ‘모델 X’에 대해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예약자들은 테슬라 차량이 정식으로 국내 판매되면 디자인스튜디오에서 옵션을 선택한 후 90일(글로벌 기준) 정도 후 차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테슬라의 국내 판매가 지연됨에 따라 사전 예약한 사람들의 기다림도 하염없이 길어지고 있다. 테슬라는 사전 예약 당시에도 ‘고객들에게 차량 인도 시기, 가격 등의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최근 손지창 씨의 급발진 소송 제기가 국내에서 크게 이슈가 된 점도 테슬라의 한국 진출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 문제가 크게 논란이 되면서 외제차에 대한 규제에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기 때문이다.
‘충전 인프라 구축’도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테슬라는 국내 5곳에 급속 전기 충전기인 ‘슈퍼차저’를, 25곳에 완속 충전소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스타필드 하남 지상 2층 주차장에 마련된 충전 시설을 제외하고는 아직 실현되고 있지 않다. 특히 슈퍼차저 설치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아직 기획 단계에 머물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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