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전통의약시장에서 ‘중의약(한방) 굴기’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최근 중의약 육성을 위해 백서 발간과 중의약 관련 최상위 법률인 ‘중의약법’을 제정·공포하며 중의약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 전 세계 만성병 시대, 확장 가능성에 주목하다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중의과학원 소속 투유유 연구원이 2015년 10월 ‘개똥쑥(한약재명 청호)’ 연구로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면서 한껏 고무됐기 때문이다.
투요우요우는 개발한 말라리아 특효약인 아르테미시닌에 대해 서기 4세기 동진시대 의학자 갈홍이 지은 ‘주후비급방’이란 의서에서 ‘한 줌의 개똥쑥을 즙으로 만든 후 마시면 학질에 효험이 있다’는 데 착안했다고 밝힌다.
중국 국무원은 최근 ‘중국의 중의약’이라는 제목의 정부 차원의 백서를 발간하며 “중국 건강촉진 사업의 큰 프로젝트로 공산당 및 정부가 중의약 사업 발전을 중시하게 됐다”며 “전 세계가 직면한 만성병 시대에 맞춰 중의약이란 중국의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또 지난해 12월 25일, 중의약 지위와 발전방침을 명확히 규정한 ‘중의약법(총9장63조로 구성)’을 공포했다. 중국 정부는 이를 통해 중의약을 한족, 소수민족의약을 포함하는 중국 각 민족의약에 대한 통칭으로 규정했다. 또한 그 범위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서양의학의 대안이자 현재 연간 약 250조 원에 달하는 세계 전통의학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 양·한방 갈등과 대비되는 공격적 중의약 육성
의료업계에 따르면 현재 250조 규모인 세계전통의약시장은 오는 2050년에는 총 6000조 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러한 세계전통의약시장에서 중의약이 차지하는 비율은 43조 원(2011년 기준) 규모로 아직은 미약하다. 그러나 한국 한약은 7조 7000억 원에 그친다.
그러나 전통의학 육성과 관련한 정책과 저변 차원에서 한국과 중국의 차이는 확연하다.
중국 세관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의 한약제제 격인 ‘중성약’ 수출로 매년 4조 원을 벌어들이는 반면 우리나라 한약 수출 실적은 전무하다.
투자 규모 차이도 확연하다. 중국 ‘국가중의약관리국’의 지난해 기준 예산총액은 한화 약 1조 4520억 원으로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의 한의약 관련 예산인 370억여 원의 40배다.
중의학을 연구하는 중국중의과학원 연구원은 약 6000명에 이른다. 산하병원은 6개고, 정부가 운영하는 관련 연구기관도 8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한의학연구원은 159명에 불과하다. 임상연구를 위한 산하 한의병원은 없다. 우리 정부는 5년 동안 1조 99억 원을 투자하는 ‘2차 한의약육성발전계획(2011~2015년)’을 내놓았지만 실제투자는 5732억 원에 그쳤다.
또한 중국은 의사, 중의사, 중·서결합의사의 삼원적 의료체계를 갖추며 중의와 양의가 함께 발전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관련업계는 우리나라에선 한의와 양의간 해묵은 갈등으로 공동 연구는커녕 협진도 어렵다고 지적한다.
익명의 한의대 교수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중국은 환자 발생 시 중의약 치료를 병행한다는 진료지침을 발표했다. 반면 국내에선 한의사협회가 메르스 공동치료를 제안하자 의사협회가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뛰어난 한의학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양·한방 갈등과 정부의 무관심으로 한의학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건 결국 국민”이라고 지적했다.
구경모 영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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