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 지시에 따른 삼성의 최순실 씨 일가 지원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수뇌부에 칼끝을 겨누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까지 드러난 모든 의혹을 특검이 사실로 확인할 경우 이 부회장에 대해 어떠한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 수사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에겐 형법상 뇌물공여(뇌물제공) 또는 제3자 뇌물공여, 배임 교사, 업무상 횡령·배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 등이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한 뇌물죄 성립을 전제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 몰수나 추징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국회에서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를 받는 삼성 계열사들은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비덱스포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에 박 대통령과 특수 관계로 평가되는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 조카 장시호 씨 등 최 씨 일가에게 300억 원 규모의 금품을 제공했다. 재벌그룹 중 최 씨 일가에 직접적인 금품 제공은 삼성이 유일하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대가성을 의심한다.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독대 이후 준정부기관인 국민연금공단에 손해를 입히면서까지 2015년 7월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으로 경영 승계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다. 제일모직 지분 23.23%를 보유한 최대주주 이 부회장은 옛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06%에 대한 지배권을 합병 삼성물산으로 인해 자동 확보했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감안할 경우 4.06%는 10조 원 이상이다. 이를 통해 ‘이재용→합병 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형성하게 됐다.
양사 합병 키는 옛 삼성물산 지분 11.88%를 보유한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쥐고 있었다.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자문기구인 ISS는 적정 합병비율을 1 대 0.95(삼성물산 1주를 제일모직 0.95주로 교환)로 평가했고 최종 1 대 1.21로 수정했음에도 국민연금은 삼성 측의 제안인 1 대 0.35를 받아들여 합병에 찬성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5000억 원 이상 손실을 봤다. 참여연대는 이 부회장 등 삼성 총수일가가 적정 합병비율인 1 대 1의 비율로 결정됐다면 3조 원 이상을 지출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만큼 재산상 이익을 본 셈.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박 대통령과 최 씨가 특수 관계로 최종 확인되면 대통령은 삼성으로부터 금품을 직접 제공받은 것으로 간주돼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특수 관계가 아니라 하더라도 대가성이 분명하다면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공동정범관계가 성립하므로 이 부회장에게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검 수사과정에서 뇌물죄 성립 여부에 대한 연결고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한 과정에는 박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고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시인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도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삼성의 최 씨 일가 지원에 대한 메모들을 특검은 확보한 상태다.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와 관련해 검찰 출신 다른 변호사는 “삼성 계열사의 최 씨 일가 지원에서 이사회 의결 등 정상적 절차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난다. 형법상 업무상 횡령·배임행위 외에도 특경법상 특정재산범죄의 가중처벌 규정을 적용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특경법은 5억 원 이상일 경우 적용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 변호사는 “이 부회장이 합병 주총 직전 당시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났고 국민연금은 투자위원회를 열고 그간 합병 반대에서 찬성의견으로 돌아선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국민연금은 손해를 알면서도 찬성해 관련자들은 배임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판단된다. 이럴 경우 이 부회장에겐 배임교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범죄수익은닉수익법은 중대범죄로 생긴 재산을 범죄수익으로 규정하고 이를 몰수추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뇌물죄(제3자뇌물공여죄 포함)를 중대범죄행위로 본다.
참여연대는 지난 3일 특검에 이재용 부회장이 합병에 따른 재산상 이익을 몰수추징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발송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국민연금 가입자인 국민에게 손해를 끼치면서까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뇌물 등 범죄혐의를 받고 있다”며 “뇌물죄가 확정될 경우 삼성 총수일가가 얻은 3조 원 이상 재산상 이익을 몰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그룹은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어떠한 입장도 밝힐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최근 “2014년과 2015년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강압으로 최 씨 일가를 지원했다”는 취지로 대응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이 박 대통령에게 공갈·강요·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한다면 피해자가 되는 이 부회장은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 이 부회장은 국회 증언감정법상 위증 혐의를 받게 된다. 지난해 12월 6일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 부회장은 정유라 씨 승마 지원에 대해 “나중에 문제가 되고 나서 알았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삼성 측 논리는 이 부회장이 사전에 지원 과정을 알았다는 사실을 방증하므로 청문회 당시 그의 발언은 위증에 해당한다.
또 다른 변호사는 “뇌물공여죄는 대가성이 입증되는 경우에 한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임에 반해 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죄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는데 벌금형은 없고 국정조사 종료 전까지 자백하면 형을 감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이 부회장과 삼성으로선 복잡한 셈법을 따지면서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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