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무(감탕나무과, 학명 Ilex rotunda Thunb.)
옷깃을 파고드는 찬바람이 제법 매서운 겨울날, 하늘은 눈이 시리게 푸르고 파란 바다 헤집고 밀려오는 하얀 파도가 보는 이 마음마저 싸늘하게 움츠러들게 하는 남녘의 수문포 해안에서 만난 빨간 열매이다. 선홍빛 감도는 맑고 투명한 보석 같은 열매를 보니 보는 이의 몸과 마음에까지 따사로움이 번지는 듯 얼어붙은 차가운 가슴에 훈훈하고 따사로움이 전해 오는 듯하였다.
무슨 나무이기에 철도 잊고 한겨울에 저리 붉고 고운 열매와 푸른 잎을 매달고 있을까? 뭔 나무일까?
가까이 다가가니 바로 ‘먼나무’였다. 다닥다닥 엉겨 붙은 빨간 열매가 눈부시게 고왔다.
차가운 겨울의 도심 거리에 딸랑대는 빨간 자선냄비가 나타날 때쯤 공공기관과 언론기관 등에 종사하는 분들의 옷깃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사랑의 열매’를 쏙 빼닮았다. 한겨울에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주변에까지 따뜻한 기운을 전해주는 먼나무 열매, ‘사랑의 열매’라 해도 나무랄 데 없는 열매라 하겠다.
먼나무를 두고 흔히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저 나무가 뭔 나무?”, “뭔 나무긴, 먼나무지.” 생뚱맞은 대답에 무색해하다가 진지한 설명을 듣고서야 “아! 그래.” 하고 마주 보며 웃게 하는 나무이다.
나무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도 겨울철에 푸른 잎과 열매가 하도 고와 보는 사람마다 “저 나무가 뭔 나무?” 하고 묻기에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며 먼나무의 아름다움은 멀리서 보아야만 알 수 있다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아무튼, 그 이름 때문에 먼나무는 ‘영원히 이름을 모르는 나무’로 순간 오해를 받기도 한다.
먼나무는 남부해안과 섬, 제주도에만 자라는 나무이다. 가을이면 붉은색 열매가 포도송이처럼 달리며 가지는 매끈하고 암갈색이다. 잎은 긴 타원형으로 어긋나게 달리며
잎몸은 가죽질이고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꽃은 5~6월에 암수딴그루로 피며 열매는 가을에 붉게 익어 이듬해 봄까지 매달려 있어 산새의 훌륭한 겨울 먹잇감이 된다.
겨울철에 잎과 열매가 특히 아름다워 정원수로 많이 심는다. 겨울철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홍보석처럼 곱게 빛나는 서귀포 가로수의 열매가 바로 먼나무 열매이다. 최근에는 부산, 광주, 목포 등 도심과 남부 해안지대에 정원 조경용이나 가로수로 많이 심고 있어 이들 지역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나 볼 수 있게 되었다.
줄기나 뿌리의 껍질을 한방에서 약용하는데 이 물질에 해독, 지혈, 지통 효능이 있어 편도선염, 급만성간염, 급성위장염, 타박상, 화상 등 한방약재로 사용한다고 한다.
박대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