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3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소장 박한철)에서는 본격적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이 시작됐다. 헌재는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1층 대심판정에서 제1차 변론기일을 열고 국회 측의 탄핵소추에 대한 의견을 들었는데, 빠른 심리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빠른 심리를 원하는 국민적인 여론을 감안한, 적절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정무적 판단”이라는 평이 법조계 내에서도 지배적이지만, 헌재 내부에서는 “너무 빠르게 하려다 보니 제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판단을 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오늘 심판을 시작으로 헌재는 본격 심리에 돌입했다. 여태껏 열린 세 번의 재판은 첫 변론기일을 위한 준비재판. 사안을 직접 다루지 않았다. 오늘이 첫 변론기일이었지만, 진행은 준비 재판 때처럼 싱거웠다. 박 대통령이 예상대로 출석하지 않았고, 재판은 9분 만에 끝났다. 사실 박 대통령의 불출석은 이미 예정됐던 결과이기도 했다.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역시 첫 재판에 나오지 않아서 약 15분 만에 끝난 바 있다.
헌법재판소법은 변론기일에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을 경우 다시 기일을 정하도록 하기 때문에, 5일 2차 변론기일에도 대통령 출석을 기다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5일에도 박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헌재법 규정에 따라 대통령 없이 심리를 진행할 방침이다.
박 대통령의 증인 출석 여부라는 중요한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헌재는 거듭 빠른 심리를 강조하고 있다. 심리를 1주일에 두 차례씩 잡는 등 최대한 빠른 판단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어제(2일) 국회 측에 이재만·안봉근·윤전추·이영선, 4인에 대한 증인신청서를 접수하고 이들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또 이재만·안봉근 증인 2명은 5일 오후 2시부터, 나머지 2명은 같은 날 오후 3시부터 신문을 통보하는 등, 핵심 증인들에 대한 조사도 최대한 빨리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통령 외에 심판을 위해 필요한 증인 채택 일정과 13일까지 선을 그은 박 대통령에게 요구한 답변서 일정 등을 감안할 때 늦어도 3월 안에는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지가 보인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
일각에서는 오는 31일 임기가 끝나는 박한철 소장이 퇴임하기 전에 심판을 끝내려 한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헌재 내부에서는 박 소장이 임기 안에 사건을 마무리 짓고, 6년간 소장을 연임하려 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헌재 입장에서 탄핵 인용으로 결과를 미리 내려놓고 그에 맞춰간다는 느낌이 든다”고 내다봤다.
물론 변수는 남아 있다. 박 대통령을 비롯해, 증인 출석 여부가 주요 변수다. 이재만·안봉근·윤전추·이영선, 4인의 경우 하나하나가 핵심 인물인데, 이들이 출석을 거부하면 심리 일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야 탄핵 결정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불출석하면 제외하고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위 4인의 경우 안 나오면 다시 날을 잡아서라도 증언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은 정호성 전 부속실비서관과 더불어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대통령의 최측근이고, 윤전추·이영선 행정관은 최순실 씨와 밀접한 업무 연관성을 보인 인물이다. 법원에서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헌재가 먼저 판단을 내리려면,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부실대응부터 최 씨의 사익추구 행위부터 등까지 탄핵사유를 판단하는 데에 이들의 증언을 꼭 들어야만 한다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자연스레 헌재의 빠른 심리에 우려 섞인 반응들이 나온다. 헌재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법조계 관계자는 “헌재 연구관들을 중심으로 ‘역사적으로 너무나 중요한 결정인데, 제대로 된 심리 없이 국민적 여론만 감안해 결정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국민적인 관심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헌재가 내리는 결정이 향후 어떻게 평가를 받을지를 감안하면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헌재 내부에 대해 밝은 대법원 관계자 역시 “헌재는 법률기관인 동시에 정치 쟁점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사회적 해결사의 역할도 맡고 있지 않느냐”며 “국민적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헌재 입장에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일정을 진행할 것이고, 이를 통해 헌재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권한, 입지가 확장되는 점을 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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