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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흡연의 멋? 금연의 멋!

멋지게 담배 피우기 어려운 시대, 이젠 끊자!

2017.01.02(Mon) 15:34:58

나는 ‘독한 놈’이다. 십여 년 피던 담배를 하루아침에 끊었다. 벌써 끊은 지 십 수년이 넘었으니 이제 완전한 비흡연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술자리에서 숱한 담배의 유혹도 잘 뿌리쳐왔다. 담배 냄새조차 거부감이 느껴질 정도이니 비흡연을 넘어 반흡연자다.

사람들이 담배 끊은 남자와 다이어트에 성공한 여자는 독한 사람이니 사귀지 말라는 얘기를 농담처럼 하는 건, 사실은 부러워서가 아닐까 싶다. 쉽지 않은 걸 해냈으니 얼마나 대단하고 부러울 일인가. 그리고 좀 독하면 어떤가. 담배 따위에 질 만큼 의지가 나약한 남자가 더 문제 아닐까. 

이맘때면 수많은 흡연자들이 금연을 선언한다. 작심삼일의 대표명사가 되어버렸듯 그 금연선언은 금세 허망하게 끝이 나고 말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담배 소비량이 보통 1월에 가장 적고 2월이면 다시 회복된다고 한다.


예전 담배를 피우던 시절에 듀퐁 라이터와 멋진 재질의 담배케이스를 애용한 적이 있다. 담배 자체보다는 담배 피우는 분위기와 연기의 매혹을 좋아했던 터라, 적어도 우아하게 담배를 피우고 싶었다. 이왕이면 멋진 케이스에서 꺼내서 멋진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행위는 하나의 의식과도 같았다. 물론 라이터 대신 성냥도 멋스러움을 더하는 요소가 된다. 

반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바닥에 버리거나, 담배 피운 뒤 침을 재떨이나 길바닥에 뱉는 행위만은 절대적으로 싫어했다. 손가락에 담배 냄새가 찌들어 있거나 입안 가득 담배 냄새가 가득해서 대화를 할 때 역한 냄새를 풍기는 것도 싫었다. 

담배를 즐기는 건 자유지만 그것이 타인에게 불쾌감을 준다면 더 이상 자유가 될 수 없다. 자유란 내맘대로 해도 되는 게 아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상황에서만 유효하다. 그래서 지금도 길거리에서 불특정 누군가의 담배 연기를 맡게 되는 건 아주 불쾌한 일이다. 요즘 금연구역이 늘면서 흡연자들은 불만이 많다. 하지만 비흡연자의 권리가 우선이다. 담배 연기가 흡연자의 의지대로 완벽하게 통제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흡연자의 권리를 먼저 얘기해선 안 된다.

전자담배를 목에 걸고 다니면서 실내에서도 막 피워대는 이들이 있다. 솔직히 전자담배는 전혀 멋스럽지 않다. 멋은 고사하고 없어보이기까지 한다. 저렇게까지 해서 피워야 하나 싶을 정도다. 너구리소굴 같은 흡연실에 바글바글 모여서 담배 피우는 것도 전자담배만큼이나 없어보인다. 그렇게까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야말로 정말 독한 사람이다.

내가 담배를 끊은 건 건강 때문이 아니었다. 소위 ‘가오’가 상해서였다. 담배 하나 피우려고 책상에서 일어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밖으로 나와서, 금연구역이 아닌 곳을 찾아가서 한 대 피고, 다시 건물 안으로 돌아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올라가서 일하는 상황이 너무 궁상맞고 못마땅했다. 특히 겨울철에는 정말 못할 짓이었다. 덜덜 떨면서 담배를 피우고 오면, ‘내가 정말 이러려고 담배를 피기 시작했나’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담배 피우는 행위가 주는 불편함이 늘고 멋이 사라진 것이 당시 나의 금연 이유였다. 십 수년 전엔 지금처럼 길거리에 금연구역이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모든 빌딩이 다 흡연금지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가 더 이상 멋스러운 기호품이 아니라 타인과 나 자신에게 불편함을 안겨주는 애물단지라 여겨졌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불편하고, 더 많이 눈치가 보이는데도 여전히 흡연을 고수하고 있는 이들을 보면 정말 독하다 싶다. 

팬이 돌아서면 안티팬이 된다고 했던가. 흡연자이던 나는 이제 반흡연자가 되었다. 남자는 무엇을 소비하든, 무엇을 누리든 간에 우아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단지 본능과 욕구로만 소비하고 행동해선 안된다. 그런 점에서 담배는 그만 끊어도 좋을 듯하다. 담배 피우는 멋이 사라진 시대다. 흡연은 그냥 니코틴 중독에서 못 벗어난 것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제 담뱃갑에 혐오스럽고 강렬한 경고그림이 붙는다. 덕분에 담배케이스가 잘 팔리는 반사효과를 거두고 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몇 천 원짜리부터 알루미늄이나 다양한 금속재질, 가죽재질로도 만든 수십만 원짜리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멋지고 비싼 케이스를 꺼낸다고 해도 담배 피우는 것이 멋지지 않다는 건 변함없다. 

이제 금연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자 시대적 트렌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싼 라이터와 담배 케이스보다 더 남자의 클라스를 높여주는 건 바로 ‘금연’이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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