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는 허위가 많다. 너무 억울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7년 새해 첫날을 맞아,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깜짝 신년인사 행사를 갖고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을 정면 반박했다. 기자간담회는 아니라고 했지만,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된 탓에 자연스럽게 기자간담회와 같은 분위기로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거듭 부인했는데, 박 대통령의 깜짝 신년인사에 법조계 관계자들은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대비한 여론전 성격이 짙다고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40분간 진행된 신년 인사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부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개입 의혹까지 모든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세월호 당일 행적에 대해서는 “그런 큰일(세월호 참사)이 있는데 어떻게 안 챙길 수 있느냐”며 “더 빨리 가서 안전본부로 가서 직접 챙기려고 했는데 경호실에서 보안 문제로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이동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을 놓고 뇌물죄 의혹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완전히 나를 엮은 것”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는데, 박 대통령은 “헤지펀드의 공격을 삼성과 같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이 받아서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국민들도 하지 않았느냐”며 사심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학교 동창 부모 기업(KD코퍼레이션)이 현대차에 납품할 수 있게 도와준 것에 대해서도 “기술은 상당히 좋은 기업이, 다른 큰 기업이 있음으로 인해서 명함 한 번 내보지도 못해 판로 한번 개척해 내지도 못하고 사장되는 것, 그래서 기술도 사장되는 것을 항상 안타깝게 생각해 도와준 것"이라며 “최 씨와 (해당 업체가) 관계나, 대가가 있었음은 알지 못했다”고 부인했다. 최 씨의 명백한 뇌물수수 혐의 중 하나인 KD코퍼레이션 의혹에 대해 본인과는 관계가 없음을 명백히 한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보도와 의혹들이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별수사팀보다는 헌재를 의식한 여론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본인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박 대통령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를 겪으면서, 더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특검의 수사 방향과 결과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됐을 것”이라며 “탄핵 여부를 결정짓는 헌재에 검찰 수사 방향과 언론의 의혹 제기들이 억울하다는 메시지를 보내려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검찰 관계자 역시 “박영수 특검은 야당에서 임명한, 이미 야당에서 원하는 대로 결론을 짓고 시작하는 수사팀 아니냐”고 반문하며 “세월호 7시간과 같이 혐의로 입증할 수 없는 영역들도 수사한다는 것을 볼 때 박 대통령도 변호인과의 회의를 거쳐 ‘나올 혐의가 없다’는 것을 이미 판단하고 그보다는 포괄적으로 판단하는 헌재를 의식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헌재가 박 대통령의 하소연에 얼마나 공감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헌재 내부 사정에 밝은 대법원 관계자는 “여론의 흐름을 보고 결정을 내릴 정도로, 영향을 많이 받는 헌재가 박 대통령의 억울함 토로에 관심을 가질지는 의문”이라며 “차라리 박 대통령의 하소연에 어떻게 언론이 대응하는지를 더 유심히 지켜봤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의 억울함 토로에도 불구하고, 특검팀은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늘(2일)은 정유라 씨의 대학 과제를 도와준, 소설가 이인화로 알려진 류철균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진행되는데, 류 학과장의 구속 여부는 오늘 밤 늦게 결정된다. 류 학과장이 구속되면 특검 수사 이후 2번째 구속자가 된다.
박영수 특검팀은 류 학과장이 지난해 1학기에 자신의 ‘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 수업을 들은 정유라 씨가 독일에 머물며 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는데도 학점을 준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최순실을 모른다”고 항변하던 류 학과장으로부터 “최 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진술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과정 수사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검팀은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무수석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전달에 개입했다는 관련자 진술 다수 확보했는데, 특검팀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이 ‘블랙리스트’ 명단을 문체부 측에 수시로 전화로 통보한 정황을 확보했다. 이와 관련, 이번 주 중 조윤선 장관을 소환 조사할 방침인데, 이미 고발된 건이 있어서 조 장관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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