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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자본, 파산을 막아라

미래세대들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줄 수 있을까

2017.01.01(Sun) 23:53:58

1997년 김영삼 정부(신한국당·새누리당 전신) 시절 대한민국 경제는 파산했다. 누구 하나 위기를 위기라 말하지 않았고 알아채지도 못했다. 기업은 무너졌고, 수많은 가장들이 직장에서 쫒겨나 산으로, 오락실로 향했다. 가족들에게 말도 못한 채로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다. 극단적으로 목숨을 던지는 일도 부지기수로 일어났다.   

  


백수 신세가 된 수많은 사람들은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치킨집을 차리고 분식집을 차렸다. 자가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월세로, 끝도 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젊은이들은 위기를 견디기 위해 군대로 몰렸고, 수개월에서 수년을 기다려서야 겨우 입대할 수 있었다. 대통령이 나라를 잘 이끌어줄 것이라 믿었던 국민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다. 2016년 박근혜 정부(새누리당)는 대한민국의 사회적 자본을 파산시켰다. 이미 한국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보다 더한 위기 상황임에도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들의 부정부패로 뉴스를 덮고 있다. 신뢰, 사랑, 양보, 타협, 이해, 염치, 우정, 협동 등을 가리키는 사회적 자본은 그 사회에 존재하는 사람들끼리의 공존에 무한한 영향을 끼친다. 

  

박근혜 정부가 끊임없이 외쳐댔던 경제성장과 경쟁에서의 성공 구호 이면에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한국의 사회적 자본 고갈도 병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상호 간의 신뢰가 깨지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갈등지수가 매우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곳곳의 갈등은 자연스레 비용으로 연결되고, 이 비용의 총합은 이미 많은 곳들의 연구결과 우리나라 연간예산과 맞먹는 것으로 나타난다. 

  

돈과 성공을 강조하면 뭐하나. 이웃사람을 믿지 못해 감시할 CCTV 설치에 비용을 지불해야만 하는데. 공공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검찰과 경찰 대신 사설 경호원을 둬야 하고, 대화로 풀어야 할 문제를 기어코 변호사를 대동해 법원까지 가는 사회. 학교 입시와 취업 현장에서의 성적 조작과 부정 청탁은 돈과 인맥이면 안 되는 게 없는 사회를 낳았다.   

  

애초 공정이라는 가치를 도외시한 채 성공이라는 목표만 제시하는 자칭 보수 정부하에서는 필연적인 결과일 수밖에 없다. 제도의 중요성과 법치를 강조하지만 ‘나만 빼고’라는 도식이 권력자와 돈을 가진자 중심으로 강력한 부패 보수 세력을 만들었다. 우린 ‘박근혜 게이트’와 이를 방조 내지는 협심한 새누리당에 의해 참 중요한 것을 잃었다.   

 

나라를 망치고도 좌파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며 개혁보수신당을 말하는 기막힌 현실에서, 사회적 자본들이 쌓여야 할 공간마저 허물어지고 있다. 도덕의 파산이다. 이제 우리가 다시 찾아야할 가치는 무엇인가. 잘못을 했을 때 부끄러움을 느끼는 염치다. 그것이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만들고, 진정한 용서를 만든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 바닥을 드러낸 신뢰를 다시 쌓는 유일한 길이다.

 

돌고 돌아 다시 사회적자본이다. 사회적 자본 고갈은 1997년보다 더 큰 사회적 파산을 선고했다. 앞으로 치러야 할 대통령 선거과정이나 개헌의 과정 모두 서로의 신뢰를 다시 쌓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치가와 정당들은 꼼수 대신 책임을 다해야 하고, 공직자들은 누굴 위해 존재하는지를 되물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미래세대들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줄지 되묻고 행동해야 한다. 

 

악당을 물리쳐 정의를 드높이지 않으면, 일제강점기 이후 친일파가 100년을 득시글대며 기득권을 보전하듯, 향후 100년을 부정부패 국정농단 세력이 기득권을 보전하게 될 것이다. 도덕이 파산된 사회에서 사회적 가치를 다시 채우는 그 첫날은 이들을 향해 올바른 법치가 행해질 때 비로소 시작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믿음마저 깨져버린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필자 이동학은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을 역임했다. 2012년 다준다청년정치연구소를 설립하여 청년정치인 양성과 정치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왔으며, 34세의 나이로 4월 총선에서 노원병에 출마하였으나 당내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2014년 부터 대안대학인 신촌대학교 프로젝트를 실행하며, 우리 교육의 새로운 대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동학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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