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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얼어붙은 강남부동산, 11.3 대책 이후 1.5~2억 하락

두 달 새 거래 뚝…최순실 사태에 한숨만

2016.12.31(Sat) 22:20:46

과도한 투자 수요 방지와 실수요 중심 시장 형성을 목적으로 한 ‘11.3 부동산 대책’이 적용된 지 약 두 달이 지났다. ‘한국 부동산 1번지’로 꼽히는 강남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는 예전과 사뭇 다르다. 이전의 어떤 정부 규제에도 끄떡없었던 ‘강남불패’ 신화가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그러나 올해 중반까지 지속되던 호황을 생각하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30일 서울 강남구의 대치동, 개포동, 도곡동 아파트 인근 부동산을 찾아 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은마상가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소들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사진=박혜리 기자

 

# 은마-중개업소 정보공유 사라지고 생존경쟁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얼마 전까지 재건축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대치동 은마 아파트. 은마아파트는 1979년 입주를 시작한 노후 아파트지만 우수 학군과 더블 역세권 등의 이유로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 그동안 흐지부지되던 재개발 사업에 탄력이 붙으며 올해 초까지 매매가가 고공행진했다. 그러나 11.3 대책 이후 재개발로 들떴던 은마아파트의 분위기는 급변한 모양새다. 현재는 조합설립추진위원회만 승인된 상태로 조합설립 인가는 미뤄지고 있다.

 

은마아파트 인근 A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올 초 많게는 3억 정도 매매가가 오르다 11.3 대책 발표 이후 1억 5000만~2억 원이 떨어졌다. 매매는 월 한 건 정도로 올스톱 상태”라며 “다만 학군 때문에 전세는 여전히 모자르다. 특히 방학 때가 피크여서 전세 구하려면 보통 2~3달은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 은마상가 내 위치한 부동산들은 ‘소리 없는 전쟁’ 중”​이라고 귀띔했다. “상가에서 몇 십 년 장사한 부동산중개업소들은 거래했던 거주자 명단을 가지고 있는데 움직임이 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전화해서 다른 중개업소로 못 가도록 묶어둔다“며 ”전월세만 가지고 장사해야 하니 요즘엔  날짜가 아주 급한 물건 아니면 부동산들끼리 물건 공유도 안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은마상가에 위치한 부동산의 분위기는 극도로 침체되어 있었다. 상가 밖 야외 주차장에 자동차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지만 정작 부동산중개업소를 찾는 손님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취재는 가게에 도움이 안된다’며 인터뷰 요청도 수차례 거절당했다.

 

은마상가 내 B 부동산중개업소는 “올해 매매가가 최고치로 오르다가 단기 급등하니 2006년 때보다 상황이 안 좋게 느껴진다”며 “전월세는 여기가 인근에서 제일 저렴하니 수요가 있지만 매매가가 지금처럼 떨어지면 장기적으로는 전월세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앞서의 부동산 관계자들은 내년의 전망에 대해선 “​11.3 대책 발표 이후 상황이 좋지 않고 최순실 사태와 연말인 점들을 고려해서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개포주공아파트의 경우 이미 2, 3단지는 재건축 공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단지마다 상황 차이가 있다. 사진=박혜리 기자

 

# 개포주공-4단지 관리처분인가 총회 가결 희망적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개포주공아파트의 거래 분위기도 영하로 떨어진 날씨만큼이나 얼어붙은 모양새였다. 2, 3단지는 이미 헐려 재건축 공사가 진행 중이라, 단지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부동산 업자들은 “매매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개포주공 4단지에 위치한 C 중개업소는 “저렴한 물건이 급매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격이 더 빠질 것을 예상해 매매는 거의 안된다”며 “11.3 대책 이전보다 매매가가 50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3000만 원 떨어졌다. 연말이고 최순실 사태 때문에 더 그런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단지에 위치한 D 중개업소는 “차라리 정부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게 낫다”며 입을 뗐다. 그는 “그동안 물가상승분만큼 매매가가 오르지 않았던 걸 보상이라도 받듯 작년부터 올 초까지 크게 오른 건 사실”이라면서 “오를 때와 떨어질 때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냉탕과 온탕을 넘나드는 기분이다. 수요자가 언제 더 가격이 떨어지나 계속 간만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강남하면 부동산이라는 인식 때문에 다른 동네랑 똑같이 1억 올라도 늘 제재의 대상이 된다”며 “투기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억울한 건 어쩔 수 없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어 내년 전망에 대해선 “지금 올스톱 상태지만 최순실 사태, 연말의 영향도 있는 것 같아 잠시 정체기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랬으면 좋겠다”며 “​다만 이틀 전 개포주공 4단지 관리처분인가 수립을 위한 총회가 가결돼 재건축에 한 발 다가간 점은 희망적”​이라고 밝혔다​. 

 

타워팰리스는 강남의 일반적 아파트와 달리 11.3 부동산 대책의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비즈한국 DB

 

# 타워팰리스-11.3 영향 전혀 받지 않는 분위기

 

반면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분위기는 담담했다. 타워팰리스 아케이드에 위치한 E 중개업소는 “여기는 재건축과 관련이 없고 대부분 실제 거주를 원하는 사람들이 찾기 때문에 매수세가 조금 주춤하긴 하나 매도는 큰 변화가 없다”며 “인근 아파트에 비해 11.3 대책 이전에도 매매가가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대책 이후에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거의 변동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타워팰리스는 워낙 전세가 귀해서 영향이 없지만 월세는 주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도곡동이지만 타워팰리스 옆에 위치한 우성아파트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아파트 상가 내에 위치한 F중개업소는 “최순실 사태와 부동산 대책 때문에 매매는 한 달에 1~2건이 전부다. 불안 요소가 크다 보니 거주자들이 거의 재계약을 한다”며 “분위기 상으론 매매가가 1억 이상 떨어졌다. 부동산 관계자들끼리는 앞으로 2년 정도는 계속 떨어질 거 같다는 이야기도 오간다”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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