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첫 타깃’으로 정조준 한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승인 ‘뒷거래’ 의혹 수사가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 결과물도 속속 나오는 모양새인데, 특검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공단 내부 투자위원회 회의가 사전 시나리오에 맞춰 진행된 정황을 포착했다. 특검팀은 긴급체포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부터는 이를 입증할 핵심 진술도 받아내며, 삼성을 한층 압박해 가고 있다.
특검이 연금공단 관계자들로부터 확보한 진술은 “무조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의결한다는 결론을 정해둔 상황이었다”는 것. 특히 이 과정에 홍완선 전 기금연금운용본부장이 합병 관련 의견을 낼 투자위원들의 성향을 미리 파악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본부장은 이를 바탕으로 만든 투자위원회 위원들의 성향 관련 보고서를 보건복지부로 보고했다.
특검이 주목하고 있는 합병 결정 국민연금 내부 투자위원회 회의가 열린 시기는 지난해 7월 10일. 당시 투자위원들은 찬성 8표, 중립 1표, 기권 3표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의결했다. 투자위원회는 찬성이 과반을 넘으면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 전문위원회는 열리지 않는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특검은 문형표 전 장관이 안건을 의결권 전문위원회까지 보내지 않고, 투자위원회 단계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압력을 행사하거나, 합병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에 대비 추가 시나리오도 만든 것으로 보고 이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특검에 따르면 당시 홍완선 전 본부장의 압박은 구체적이었다. 문 전 장관과 한 몸처럼 움직인 홍 전 본부장은 투자위원들에게 “합병이 무산되면 국민연금을 이완용으로 몰아세울 것 같다”고 발언하며 압박했고 한다. 특검은 홍 전 본부장을 포함, 다수의 국민연금 관계자들로부터 “무조건 찬성 의결로 방향을 맞추라는 지시를 보건복지부가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며 삼성을 향해 가야 하는 첫 단계인 ‘국민연금’을 무난하게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특검팀은 문형표 전 장관에게서 삼성으로 수사를 확대할 수 있는 핵심 진술도 받아냈다. 당초 ‘지시 혐의’를 부인하던 문 전 장관은 지난 27일 특검이 관련자 진술과 압수한 증거를 바탕으로 긴급체포하며 압박하자 심경 변화를 일으킨 뒤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 간부를 통해 국민연금에 찬성 지시를 내렸다”고 진술했다. “삼성그룹 계열사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관리공단이 합병 찬성하도록 지시했다”고 인정한 것인데, 특검팀은 국민연금 측이 ‘장관 지시를 거부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며 따른 것으로 보고 그 윗선을 파는데 집중하고 있다.
다른 어떤 수사보다 ‘수사 방향’을 확실히 정해놓고 진행 중인 특검팀이 주목하는 윗선은 청와대. 문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특검은 김진수 보건복지비서관, 안종범 전 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들을 상대로 누가 문 전 장관에서 삼성과의 합병을 지시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특별수사본부(이영렬 본부장)가 확인하지 않았던 삼성 합병 파트에서 오히려 ‘대박‘이 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문 전 장관 등으로부터 삼성과의 관련성을 입증할 진술을 받아냈기 때문.
법조계 관계자는 “어차피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가야 하는 수사에서, 단단한 변호를 준비하고 있는 삼성을 깨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으로부터 진술을 얼마나 잘 받아내느냐가 관건이었는데 1단계를 잘 넘어가는 분위기”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하는 과정에서 이를 청탁했다고 알려진 삼성 입장에서는 불똥이 떨어진 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 역시 “삼성이 최순실과 관련해 승마 명목으로 직접 지원한 80억 원 외에도 미르·K스포츠 재단에 들어간 돈까지 하면 400억 원이 넘는 거액”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특검팀의 구속영장 청구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특검은 어제(29일)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을 소환, 삼성에서 파생된 또 다른 갈래의 뇌물 수사를 이어나가며 삼성 압박을 극대화하고 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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