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되면 눈이 내린다. 카카오톡 대화방에서만큼은 눈이 내린다. 매해 크리스마스가 되면 자동으로 대화방의 배경이 바뀌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의 눈을 보고 이제 크리스마스가 왔고 또 다시 한 해가 어영부영 지나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친구들과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를 하고, 송년회와 신년회 날짜를 잡는다. 날짜를 잡다 우리의 2016년은 어땠는지 곰곰이 되짚는다.
2016년은 뜻깊은 한 해였다. “지상파는 죽었다”고 외치는 사람들 앞에 KBS는 ‘태양의 후예’의 파급력으로 위엄을 뽐냈다. 시민들은 5월 중순의 강남역과 5월 말의 구의역에서 연대와 협력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뜨거운 한여름에 이화여대 학생들은 연대와 동문의 힘으로 학교의 정책을 철회시켰다. 한겨울의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촛불 하나만으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진했다.
시민들의 연대는 기울어진 체제의 평형수가 되었으며 체제를 복원하는 발판이 되었다. 시민들의 촛불이 박정희의 겨울공화국에 이은 박근혜의 겨울공화국에 따뜻한 봄날을 가져오는 듯하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사계절의 일부인 봄은 가만히 있어도 오지만, 민주공화국의 따뜻한 봄날은 그렇게 쉽게 오지 않는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은 추운 겨울 공화국이기 때문이다.
조류 인플루엔자로 인해 약 2700만 마리의 닭이 살처분됐다. 산란계의 살처분은 병아리의 공급 문제로 이어지고, 우리가 고기로 먹는 육계 공급의 문제를 낳는다. 닭들 사이의 문제로만 여겨지는 조류 인플루엔자는 자영업의 아이콘인 치킨집의 폐업으로 이어졌다. 빵집과 식당 그리고 일반 가정까지 모두가 울상이다. 어떻게 조류 인플루엔자가 전파되는지에 대한 보고서가 이미 8월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무방비였다. 권한은 정부의 몫이지만, 책임은 국민의 몫이다.
저소득층 중년 여성에게도 여전히 추운 나라다. 한국의 공적부조는 저소득층, 특히 경력이 단절된 중년 여성들에게 한없이 차갑다. 작년 정부는 임의가입제도를 통해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국민연금이라는 우산을 씌워주었다. 이 우산을 확대하기 위해 국민연금에 가입하려면 꼭 내야 하는 월 보험료의 최저 수준을 현행의 절반으로 낮추려는 시도는 기재부에 의해 거절됐다.
임의가입제도는 경력이 단절된 여성 혹은 학생 등 국민연금이 지켜주지 못하던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에 수혜를 받은 사람의 절반가량은 고소득층이었으며 고작 1%만이 월 소득 50만 원이 되지 않는 저소득층이었다. 저소득층을 위한 임의가입제도가 부자들의 리그가 된 판국이다.
살기 팍팍해서 그런지 사회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2016년 혼인 건수는 약 28만 건으로, 4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가 어려우니 취업이 힘들고, 취업이 어려워지니 준비 기간이 길어지고, 그러다 보니 돈을 모으지 못해 결혼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저출산을 해결하고 일과 가정을 양립하자는 정부의 구호는 쉴 공간이 없어서 온종일 서있을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출산도 빠르다는 면세점 직원의 증언 앞에서 공허할 뿐이다.
겨울 공화국의 봄날은 아직 멀었다. 뜨겁게 타오른 촛불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이어졌지만, 새로운 체제 혹은 따뜻한 나라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는 조기 대선으로 인해 뚜렷한 정책 비전 하나 없고 인수위도 없는 대통령이 나오는 또 다른 초유의 사태를 낳을지도 모른다.
뜨거웠던 2016년과 광화문 광장을 생각하다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니 현자타임이 절로 온다. 희망이라는 큰숨을 들이키며 고개를 들다, 우울과 회환에 가득 차 숨을 내쉬고 고개를 내린다. 고요하고 거룩한 연말연시보다 현자타임이 어울리는 2016년 연말이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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