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영화계의 최고 티켓 파워를 가진 ‘볼리우드 3대 칸(Khan)’ 중 한명인 아미르 칸(Aamir Khan)의 신작 ‘당갈(Dangal)’이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을 앞두고 지난 23일 전국적으로 개봉했다. 당갈(Dangal)은 레슬링 코치인 아버지가 두 딸을 레슬링 국가대표로 성장시켜, 2010년 영연방 경기 대회(Commonwealth Game)에서 인도 여성 레슬링 선수 최초로 각각 금메달(55kg급)과 은메달(51kg급)을 획득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성장영화다.
인도 영화 성수기 기간은 크게 6, 7월 이드 알 피트르(Eid al-Fitr), 10, 11월 디왈리(Diwali), 12월 연말 등으로 나뉘는데, 보통 ‘볼리우드 3대 칸’이 출연한 영화들이 성수기 극장가를 장악한다. 이드에는 살만 칸(Salman Khan), 디왈리는 샤룩 칸(Shahrukh Khan), 연말에는 아미르 칸(Aamir Khan)이 출연한 영화가 개봉한다는 게 전통적인 공식이다. 헌데, 올해 디왈리 기간에는 3대 칸 영화 대신 미스 월드 출신의 여배우 아쉬와리야 라이(Aishwarya Rai)가 출연한 로맨스 영화 ‘Ae Dil Hai Mushkil’와 연기파 배우인 아제이 데브간(Ajay Devgan)이 출연하고 감독한 스릴러 영화 ‘Shivaay’가 개봉했다.
인도인들에겐 영화 관람이 주된 여가 생활이자 거의 유일한 여가 생활로 애정과 열정은 남다르다. 인도 내에서만 한 해 1500편 이상의 영화가 만들어지는데, 숫자 면에서는 세계 영화의 수도인 할리우드를 압도하는 최대 영화 제작국이다. 연간흥행수입 역시 16억 달러에 이르며 미국, 중국, 영국, 일본에 이어 세계 5위의 영화 시장이기도 하며, 연간 영화 관객 수는 우리의 약 10배인 20억여 명이나 된다.
그러나 인도의 1인당 GDP는 1604달러, 세계 140위로 소득 수준이 워낙 낮다보니 평균입장요금 및 1인당 평균 관람횟수는 우리(6.98달러 및 4.22회)에 크게 못 미치는 0.76달러 및 1.58회에 그치고 있다. 허나,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주요 경제국으로 떠오른 인도의 영화 시장이 중산층과 소비시장의 확대를 바탕으로 일취월장할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성장 잠재력이 워낙 높다보니 해외 기업들의 인도 영화산업 진출 및 영화 공동제작도 활발해 지고 있다. 특히 2009년 인도의 소설가 비카스 스와루프(Vikas Swarup)의 장편 소설 ‘Q & A’를 원작으로 영국·미국 제작사들이 합작투자해 만든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인도 영화시장에 대한 관심이 대폭 확대되었다.
그러나 인도 자국영화가 전체 시장의 약 90%를 점유하는 등 자국영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을 감안,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힌디어 더빙은 물론 현지 감독과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택하고 있다. 2007년 소니 픽쳐스 엔터테이먼트의 ‘Saawariya’를 시작으로 워너 브라더스, 폭스, UTV 모션 픽쳐스 등이 볼리우드 영화를 제작하고 있으며, 인도영화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고 있는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역시 월트 디즈니가 제작했다.
인도 영화시장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짐과 동시에 인도 영화사들의 해외 진출 역시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 인도 최대 제작사이자 배급사인 Eros International은 세계 2위 영화시장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2015년 중국 제작사들과 협력 협정서를 체결하고 공동영화를 제작 중에 있다. 또한, 성룡이 출연한 인중합작영화 ‘쿵푸요가’는 내년 초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인도 간 영화산업 교류도 활발해 지고 지난해 ‘한-인도 시청각 공동제작 협정’이 체결되면서 인도 영상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에 분위기가 크게 고무되었다. 우리 영화의 인도 수출이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영화에 대한 리메이크 판권 구입 문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지난 6월에는 정근섭 감독의 ‘몽타주’를 리메이크하고 인도와 한국 제작사가 공동제작한 ‘TE3N’이 인도, 미국 등에서 개봉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11월에는 고아에서 개최된 남아시아 지역 최대 규모의 국제영화제인 인도 국제영화제(IFFI)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대되어 김성훈 감독의 ‘터널’ 등 18편의 한국영화가 출품되었다. 임권택 감독은 영화제 개막식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하였으며, 이준익 감독의 ‘사도’가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였고, 김지운 감독의 ‘밀정’은 영화제 폐막 작품으로 선정되는 등 인도에 한국 영화를 알리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부대 행사로 ‘한국-인도 영화 공동제작 포럼’을 개최되어 양국 영화산업 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열띤 논의가 이루어졌다.
혹자에 의하면 영화의 성공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관객들로부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한다. 외국 영화이거나 외국적 요소가 감미 되었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한데, 인도가 지리적으로 멀리 위치해 있는 탓에 우리와 많은 역사를 공유하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양국 모두 국가 분단이라는 아픔을 겪었으며 그로 인해 가족 및 친구들과 헤어져야 했던 슬픔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다. 인류 공통의 최대 관심사인 ‘사랑’외에도 분단 관련 소재의 영화는 양국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내는데 손색이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멀지만 가까운 나라 인도. 인도 아유타국 공주 출신인 허황옥은 가락국의 초대 왕인 김수로왕과 결혼하여 김해 김씨와 김해 허씨의 시조모다. 또, 인도 출신의 메논(K.P.S Menon) 유엔한국위원단(UNTCOK) 의장은 대한민국의 건국에 큰 공헌을 한 공신이다. 지금 인도 도로 위에는 우리 기업의 차가 달리고 있고, 12억 인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우리의 가전제품을 쓰고 있다. 이제는 문화 전파력이 강한 영화라는 매개를 이용하여 양국이 감정을 교류하며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때다.
박소연 국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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