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 공룡들의 물류 경쟁이 시작됐다. 선적·재고관리 등 거액의 유통 비용을 줄이고, 막대한 배송 매출을 내부 계열사로 끌어들이는 한편,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롯데그룹은 롯데제과 등 8개 계열사를 통해 특수목적법인(SPC) ‘이지스일호’가 보유 중이던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 인수를 지난 11월 30일 마무리했다. 롯데그룹은 이로써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 71.04%를 보유하게 돼 전국적인 배송망을 갖추게 됐다. 신세계·현대백화점 등 경쟁사들에게는 없는 강력한 무기를 장착하게 된 셈이다.
사명은 롯데글로벌로지스로, 택배브랜드도 롯데택배(구 현대택배)로 바꿨다. 시장의 전망대로 기존에 택배 계열사인 롯데로지스틱스와 합병할 경우 업계 1위 CJ대한통운(지난해 매출 5조 557억 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대 택배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최근 온라인쇼핑몰을 강화하면서 오프라인 유통망과 연계하는 배송서비스를 키우고 있다”며 “롯데의 브랜드 파워와 소비자 접근성, 여기에 택배 능력까지 더해지면, 적지 않은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질세라 CJ대한통운은 이달 필리핀 TDG그룹과 손잡고 동남아 물류사업 뛰어들었다. CJ대한통운은 필리핀의 내륙운송 및 택배 서비스는 물론 한국과도 연계한 유통·물류 확장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유통 분야의 강자 동원산업도 최근 동부익스프레스의 지분 100%를 4200억 원에 사들여 물류사업부문의 외형 확대에 나섰다. 동원그룹은 앞으로 물류 사업을 수산, 식품, 포장재에 이은 신수종 분야로 키울 계획이다. 특히 최근 참치 어획량이 증가하는 한편 수익성도 개선돼 유통과 물류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만 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내 유통업계 강자들이 속속 물류·택배 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비용 감축에 있다. 유통업계의 경쟁 심화로 가격과 서비스로는 경쟁력이 갈리지 않고 있다. 이에 실적 개선을 위해선 자체 비용을 감축하는 수밖에 없다. 재고관리부터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하면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다.
또 오픈마켓의 성장과 더불어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올해 택배물량은 2012년에 비해 1.5배나 불어나는 등 온라인마켓 성장과 택배 시장은 정비례한다. 특히 대형 마트는 이마트로, 오픈마켓은 옥션·11번가·G마켓 등으로 굳어졌듯, 유통업은 한번 시장을 장악하면 기득권이 잘 깨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선제적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해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포석이다. 쿠팡이 로켓배송 등 택배 분야에 집중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제조업·ICT 융합이 4차 산업혁명을 유발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점도 대기업의 물류업 진출을 이끌었다. 미국의 IT 기업이 주도한 자율주행차나 드론이 아마존 등 오픈마켓 배송에 혁명을 가져오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 SK C&C와 삼성SDS 등 국내 선두권의 IT솔루션 기업들도 물류 사업 확장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SK C&C는 중국 홍하이와 손잡고 융합 물류 합작 기업 FSK L&S를 만들어 컨설팅·사물인터넷·인공지능·빅데이터 등을 접목한 융합 물류 ICT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베트남 항공터미널 업체와 합작회사를 만든 삼성SDS는 국제 및 내륙과 ICT 기술에 기반한 창고·통관 등 통합 물류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SK C&C 관계자는 “IT 종합 솔루션 기술과 물류를 접목하니 재고관리에서 비약적인 효율성과 비용 감축 효과가 나타났다”며 “온라인을 통해 실물(제품)을 어떻게 관리하고 배송할 것인가가 미래 유통 기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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