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좋겠다. 코트 하나만으로 더없이 세련된 멋을 부릴 수 있는 계절이니 말이다. 잘 입은 코트, 남자의 겨울 스타일을 책임진다.
요즘 여자들에게 가장 핫한 남자는 누가 뭐래도 공유다. 여자들의 ‘공유바라기’는 그의 스타일에서 시작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10등신 몸과 무결점의 마스크는 기본이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지만, 공유를 돋보이게 하는 건 그의 몸에 피부마냥 태어날 때부터 입고 있었을 것 같은 코트다.
코트 깃을 나부끼며 걷고 있는 캐나다 퀘벡의 가을 풍경은 공유를 덜어내면 심심한 여느 거리에 불과할 것만 같다.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이야기를 하자면, 이 멋진 장면은 공유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코트 덕분이기도 하다는 것. 겨울은 코트라는 멋진 패션 아이템을 마음껏 과시할 수 있는 계절이다. 코트 하나만 제대로 입으면 모든 게 오케이란 말.
남자 코트는 많은 종류가 존재하나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겨울 코트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체스터필드 코트, 폴로 코트, 피 코트 이 세 가지만 잘 알고 있으면 남자들의 겨울은 거칠 것이 없다.
코트 입은 멋진 남자의 전형적인 모습은 체스터필드 코트를 입은 거다. 하고 많은 코트 중에 왜 이것이냐면, 가장 전통적이며 격식 있는 코트이기 때문이다. 체스터필드 코트는 남자에게 있어서 수트와도 같은 존재다.
19세기 중엽 영국 백작 체스터필드의 이름에서 유래된 코트로, 예복의 개념이었던 프록 코트와 비슷하지만 허리가 들어가지 않고 벨트 장식이 없다. 싱글과 더블 버튼 두 종류 모두 체스터필드 코트에 사용되며 무릎 정도의 길이가 일반적이다. 테일러드 라펠은 칼라 윗부분을 벨벳으로 장식하는 경우도 있다. 프랑스 혁명때 희생당한 사람들을 애도하는 뜻에서 달기 시작했기에 이때부터 체스터필드 코트는 더욱더 신사의 정신을 대변한다 여기게 된 것. 수트와 매치하기에 가장 적절하며 어떤 이너 웨어를 입더라도 체스터필드 코트는 남성성의 상징한다. 남자라면 체스터필드 코트 하나는 필수다.
폴로 코트는 생소한 이름일 거다. 폴로 코트는 폴로 경기를 하던 선수와 귀족들의 옷에서 시작된 거니 폴로 경기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우리 정서에는 감이 잘 오지 않을 수밖에 없다. 폴로 경기는 말을 타고 하키와 같이 막대기로 공을 골대에 넣는 경기다. 이런 스포츠이니 당연히 부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겠나. 관람석에서 편하게 구경하고 경기를 쉽게 즐기기 위해 넉넉한 품을 지닌 코트가 필요했을 거다. 폴로 코트는 그 자체로는 몸을 조이지 않는다. 그래서 벨트를 따로 달고 소매 끝을 접어 올린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현재의 폴로 코트는 이 모든 것이 생략된 형태가 대부분이지만 말이다.
스포츠용 코트였던 폴로 코트는 양 옆에 플랩이 달린 커다란 주머니가 달려 있다. 체격이 큰 사람에게 어울리며 포멀한 스타일에 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시작이 귀족적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피 코트의 태생은 바다다. 영국 해군의 군복이었던 것이 피 코트의 과거다. 자꾸 남성복의 원류를 이야기하면서 군복을 언급하는데 그건 남성복의 원류가 밀리터리에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복식은 현재 남성복의 근간이 되고 있으니. 트렌치 코트도 그렇고 여기 피 코트도 그렇다. 기본적인 피 코트의 요소는 감색의 두터운 울 소재이며 단추에는 해군의 상징인 닻모양이 새겨져있다. 더블 버튼이고 길이는 허벅지 정도로 짧고 라펠이 넓다. 주머니는 수직으로 된 머프 포켓이 달려 있다.
롱 코트들 사이에 길이가 짧은 피 코트는 좀 더 캐주얼하게 매칭 가능해서 포멀한 룩을 즐겨하지 않는 남자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바다. 회색, 베이지색 등 다양한 색과 모자를 달고 주머니의 모양새를 달리하는 등의 변형은 꾸준히 반영되고 있으나, 변함 없는 건 짧은 길이와 더블 버튼의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피 코트다.
코트의 가장 중요 점은 소재와 테일러링이다. 이 두 가지만 제대로 지키고 있는 것을 고른다면 코트 쇼핑은 실패할 일 없다. 알기 쉽게 말하면 주머니 어깨 등에 지나치게 디테일이 많은 것, 주변 먼지를 자석마냥 빨아들이는 합성 소재의 것, 제발 이 두가지만 피하길.
정소영 패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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