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이 잘 진행되도록 도와주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관련 지시를 했다는 물증과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판식으로 수사를 공식적으로 시작한 특검팀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등 1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며 첫 수사 타깃으로 삼성을 낙점했음을 공개한 가운데, 삼성도 변호사 추가 선임을 물색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특검팀이 뇌물죄 입증을 위해 삼성을 향한 압박의 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 자연스레 나오고 있다.
삼성에게 ‘약점’으로 작용한 것은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 지난해 6월 말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재임 기간 내 합병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렸는데, 당시 삼성물산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은 10여 일 후 합병 찬성을 결정했고 일주일 후 합병이 성사될 수 있었다.
안 전 수석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대통령의 지시는 당시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안 되면 다음 번에라도 꼭 되도록 도와주라는 뜻이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특검은 박 대통령의 지시 배경에 최순실 씨의 개입과 삼성의 요청이 있었는지 수사 중이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최순실 모녀에게 80억여 원을 후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 직후 승마 관련 지원을 위한 사장단 긴급회의를 열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 때문에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청탁을 하고, 승마 지원 관련 얘기를 직접 박 대통령에게 들었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특검은 지난 21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등 압수수색 영장에 ‘최순실 씨가 정부 고위 관계자와 공모해 뇌물을 수수했다’고 직접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 압수수색부터 박 대통령을 ‘뇌물죄’ 공범으로 보고 강공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다음 압수수색 대상으로 삼성과 청와대가 거론된다. 국민연금공단에서 입수한 기본 자료를 바탕으로, 삼성의 내부 문건과 맞춰봐야 하기 때문.
삼성도 발 빠르게 대응을 시작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은 박영수 특검와 근무한 인연 등을 고려해 검찰총장 출신 변호인 선임을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박영수 특검이 대검 중수부장으로 재직할 때 검찰총장이었던 김종빈 전 총장과 정상명 전 총장 이름이 오르내린다. 다만 정 전 총장은 이재용 부회장 사건 수임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수사와 관련해 대검찰청 관계자는 “특검팀 입장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유리한 진술을 얻어내야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며 “삼성에 대한 압박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특검이 정유라 체포영장을 받아놓은 것 역시, 삼성과 별개로 최순실 씨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 나오는데, 뇌물죄 입증을 위해 ‘입을 열어줘야 하는’ 최순실과 삼성을 동시에 따로 압박해 박근혜 대통령의 개입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받아내려 한다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뇌물죄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을 경우, 청탁하는 측과 받는 측이 나눈 대화 과정에서 표현의 정도와 받아들이는 정도를 진술로 입증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에서 결국 박 대통령과 최순실, 이재용 부회장, 셋 간의 대화나 내부 계획이 증거로 나와야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검찰 입장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을 압박하기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며 “특검팀 입장에서 어차피 기각된다고 하더라도 기각에 대한 책임은 법원에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권력 1위’로 비춰지는 삼성에 좌고우면하지 않는 느낌을 주려고 할 수 있다”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박영수 특검팀은 오늘 오후 이번 사태의 장본인인 비선 실세 최순실 씨를 공개 소환해 조사에 나선다. 이보다 앞선 오전 10시에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도 소환했다. 특검팀이 지난 21일 현판식과 함께 본격 수사에 착수한 이래 첫 공개소환 대상자들인데, 특검팀이 이들을 상대로 향후 수사 방향과 속도를 최종 점검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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