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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LG 황태자’, 장인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확인

중소업체 보락, 구광모 결혼 이후 LG생활건강 매출 ‘쑥쑥’

2016.12.22(Thu) 22:47:21

LG가 구본무 LG 회장의 장남 구광모 ㈜LG 시너지팀 상무(38)의 장인 회사인 보락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는 정황이 확인됐다. 구 상무는 2009년 10월 정기련 보락 대표의 장녀 정효정 씨와 결혼했다. 

 

구본무 LG 회장의 장남 구광모 (주)LG 시너지팀 상무(38)가 장인 회사인 보락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는 정황이 확인됐다. 사진=비즈한국 DB

 

보락은 2015년 말 기준 직원 118명, 매출 310억 원 규모로 식품재료, 화장품재료를 제조해 식품업체와 화장품업체에 납품하는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이다. 제조업 치고는 규모가 크지 않음에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된 기업이다. 

 

금융정보시스템 FN가이드에서 최근 3년 간 증권사들이 펴낸 기업보고서를 검색해 봤지만, 단 하나만 검색됐고, 그마저도 ‘등급 없음(Not Rated)’로 되어 있다. 그다지 주목받는 업체는 아니다.

 

# 보락은 매출 310억 원대 중소 제조업체

 

9월 30일 기준 보락의 주요 주주는 정기련 대표이사가 지분 26.16%를 지닌 최대주주로, 정 대표를 포함해 일가로 보이는 특수관계인 지분이 40.88%에 달한다. 구광모 상무 또는 그의 아내인 정효정 씨의 지분 내역은 보이지 않는다. 

 

정기련 대표의 주식은 보통주 총 313만3940주로 12월 22일 종가인 5760원을 적용하면 주식가치는 약 180억 원에 달한다. 구광모 상무는 ㈜LG의 보통주 1075만9715주를 갖고 있는데, 12월 22일 종가 5만8400원을 적용하면 총 주식가치는 약 6283억 원이다. 국내 4대 그룹 안에 드는 LG에 비하면 구 상무 처가의 사업은 미미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정 대표는 보락 외에도 남영상사, 화산개발, 바이오앤진, 태안흥산 등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보락의 계열사는 아니나, 정 대표가 개인적으로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보락과 함께 기업집단으로 지정돼 있다. 

 

보락은 2015년 말 기준 직원 118명, 매출 310억 원 규모로 식품재료, 화장품재료를 제조해 식품업체와 화장품업체에 납품하는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이다. 사진은 보락 카탈로그 캡처.


보락의 제품은 크게 식품첨가물과 의약품원료로 나뉜다. 식품첨가물은 △과일맛, 바닐라맛 등을 내는 식품용 향료 △화장품, 비누, 향수 등에 들어가는 화장품 향료 △껌베이스, 색소, 유화제 등의 식품첨가제 등이 있다. 의약품원료로는 파라옥시안식향산, 칼슘 등을 만든다. 

 

2015년 기준 보락의 식품첨가물 매출은 206억 원, 의약품원료는 63억 원이다. 추가로 사카린나트륨 등의 유통사업이 34억 원, 임가공 외 기타가 7억 원이다. 식품첨가물과 의약품원료가 메인 업종이다.

 

# 구광모 사위 맞고 4년 만에 LG가 최대 매출처로

 

사업보고서를 보면, 보락은 매출 비중 순서대로 ‘주요 매출처’를 나열해 놓았다. 구 상무가 결혼한 해인 2009년 주요 매출처는 해태제과 22억 원, 동아제약 21억 원, 신풍제약 11억 원, 오리온 10억 원, 사라야코리아 7억 원이다(이하 천만 단위 반올림). 결혼식은 10월이었으므로 2009년에는 LG와의 거래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0년에 LG생활건강이 ‘주요 매출처’로 처음 등장한다. 해태제과 22억 원, 오리온 22억 원, 동아제약 16억 원, 신풍제약 13억 원, LG생활건강 8억 원 순이다. LG생활건강 비중은 3.4%였다. 

 

2011년 LG생활건강으로의 판매(매출)는 14억 원으로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매출 비중도 5.66%로 증가했다. 2011년 보락의 주요 매출처는 동아제약 23억 원, 해태제과 22억 원, 오리온 22억 원, LG생활건강, 후너스 7억 원 순이었다. 2009년 거래가 거의 없었던 LG생활건강이 보락의 4번째로 큰 거래처가 된 것이다. 

 

2012년 LG생활건강 매출 비중은 더욱 크게 점프한다. 전년 14억 원에서 당해 27억 원으로 거의 두 배가 뛰었다. 비중 8.61%로 보락에서 두 번째로 큰 매출처가 됐다. 판매처 순위는 태평양제약 37억 원, LG생활건강 27억 원, 동아제약 23억 원, 해태제과 20억 원, 오리온 15억 원 등이다. 상위 5개 매출처 비중은 39.14%다. 

 

2013년 사업보고서부터는 기이한 변화가 있었다. 주요 매출처를 업체별로 표기하지 않고, “엘지생활건강, 태평양제약, 해태제과, 동아제약, 오리온 등이며, 이들이 차지하는 매출비중은 전체 매출액의 42.20%에 해당한다”고만 표시했다. 가장 최근인 2015년 사업보고서 및 2016년 3분기 분기보고서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뭉뚱그려 표시했다. 올해 3분기의 분기보고서를 보면, 주요 매출처는 엘지생활건강, 에스트라, 동아에스티, 해태제과, 동아오츠카 등이며 매출 비중은 44.78%다. 

 

개별 매출처를 표기하진 않았지만, 엘지생활건강을 가장 먼저 언급한 것으로 보아 가장 큰 매출처가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상장회사이므로 LG라는 든든한 매출처가 있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이 주가 관리에 도움이 되겠지만, 매출 비중이 너무 커진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대기업이 오너 일가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다는 비난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한 에피소드를 참고할 수 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경제민주화 추진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가 사회악으로 몰렸고, 이에 따라 ‘오너 일가 지분이 30%를 넘는 회사는 계열사 매출 비중이 12%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2015년 초 정몽구 회장과 정 부회장의 글로비스 지분은 43.39%에 달했으나, 정 부회장이 지분 13.39%를 매각해 정 회장 부자의 글로비스 지분은 총 30%로 줄었다. 매출의 18%에 달하는 계열사 비중을 당장 줄일 수는 없으니 지분을 매도한 것이다. 

 

# 2011~2012년 LG 납품 연 75%, 93% 증가

 

보락의 경우 2010~2012년 LG생활건강의 매출 비중은 3.5%(2010년)→5.66%(2011년)→8.61%(2012년)로 늘었다. 연간 매출액도 함께 늘었기 때문에 LG생활건강으로의 매출 증가는 더욱 드라마틱하다. 2010~2012년 LG생활건강으로의 매출액은 8억 원(2010년)→14억 원(2011년)→27억 원(2012년)으로 매년 75%, 93%씩 증가했다. 

 

보락의 2010~2012년 LG생활건강으로의 매출액은 8억 원(2010년)→14억 원(2011년)→27억 원(2012년)으로 매년 75%, 93%씩 증가했다.


2013년은 개별 매출처 비중은 밝히지 않았지만, LG생활건강이 매출 비중 1위가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3년부터는 중국 화장품 특수가 절정기를 구가할 때였으므로 매출 비중은 상당히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전체 매출은 2013년부터 다소 주춤한 상태다. 반면 5대 매출처의 비중은 지난해 45.41%까지 높아진 상태다. LG생활건강은 2013년부터 줄곧 대표적인 매출처로 가장 처음 언급된다. 

 

LG와 보락의 매출 규모를 비교해 보면, LG가 사돈기업인 보락을 챙긴다고 하더라도 대세에 지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해 LG의 그룹 전체 매출은 약 114조 원(공정거래위원회 자료)으로 310억 원인 보락의 3670배가 넘는다. 

 

거꾸로 생각하면 구광모 상무의 소박한 혼인은 그가 20대 후반까지는 LG그룹의 후계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수도 있다. 비교적 인간미가 있는 기업문화로 여겨지는 LG는 시대적 흐름에 걸맞지 않게 ‘장자승계’라는 원칙이 확고하다. 딸만 둘인 구본무 회장이 승계를 위해 2004년 조카였던 구 상무를 아들로 입양한 바 있다. 구 상무가 26세이던 때다. 구 상무는 구 회장의 동생인 희성그룹 회장의 친아들이다. 

 

LG그룹은 이미 2003년 국내 최초로 지주회사 지배구조로 체제를 개편해 모범적인 대기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승계를 위해 범한판토스로 일감 몰아주기를 한다는 시선을 최근 받고 있지만, 삼성이나 현대차처럼 노골적이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이 가족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다는 것을 지금의 정치·사회적 상황에서 좋게 봐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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