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2700년 경부터 차를 마셨던 ‘차의 나라’ 중국이 ‘커피의 나라’로 탈바꿈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생활수준 향상 및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따라 세계 최대의 커피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몇 년 사이 세계적 커피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는 현지화 전략으로 중국인들을 파고 들었다면 카페베네 등 한국 커피프랜차이즈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 윈난성, 커피 생산 메카로 급 변모
한국무역협회 상해지부가 최근 작성한 ‘중국 커피시장 현황분석’에 따르면 2014년 중국 커피 소비량은 50만톤, 시장 매출액은 600억 위안에 달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은 중국 커피 시장규모가 2020년에는 3000억 위안, 2030년에는 2조∼3조 위안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중국인의 1인 연간 평균 커피 소비량은 5잔에 불과하다. 한국과 일본의 1인 연간 평균 커피 소비량이 300잔에 달하고 세계 평균이 240잔이란 점을 감안할 때 중국 커피시장의 성장 여력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중국내 커피 원두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윈난성 연간 커피 생산량은 약 8만 2000톤으로 중국 전체에서 생산되는 커피 중 98%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윈난 성은 ‘중국 차의 고향’으로 불려왔었다. 하지만 윈난 성 8만여 명의 농부가 차 재배를 포기하고 수익성이 높은 커피 재배에 나서고 있다.
윈난성은 중남미 국가 중 같은 위도에 위치한 온두라스나 과테말라에서 생산되는 아라비카 커피가 생산된다. 윈난성에서 생산되는 아라비카 커피는 맛과 향이 좋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수출될 정도다.
원두 시장이 주목되는 이유는 중국 원두에 붙는 높은 관세 때문이다. 이 때문에 커피 가격이 비싸져 중국인들이 커피를 고급문화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지에서 원두를 조달 받을 수 있다면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다. 이에 스타벅스는 윈난성에 생산기지를 세우고 전 세계의 자사 커피 체인점에 윈난산 커피를 팔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네슬레의 경우 현재 2000곳 이상의 윈난성 공급 업체에서 커피 원두를 공급 받고 있다.
윈난성 정부 역시 향후 10년간 5250억 원을 투자해 커피 재배 면적을 네 배로 늘리고 생산량도 다섯 배 이상 늘린다는 방침이다.
# 현지화 전략이 성패를 갈랐다
이처럼 증가하고 있는 중국 커피 시장의 승자는 스타벅스다. 반면 2014년 전후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한국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불과 2년 만에 시장에서 사실상 도태됐다.
코트라 중국 베이징무역관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중국에서 지난해 122억3천만 위안의 매출을 거뒀다. 국제 시장조사 기관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프랜차이즈 커피 시장에서 스타벅스의 점유율은 73.3%를 기록했다. 2·3위인 맥도날드의 맥카페(9.3%)와 영국계 커피 코스타(9%)와의 격차가 너무 커 사실상 스타벅스가 중국 프랜차이즈 커피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다.
올해 1월 월스트리트 저널은 스타벅스가 향후 5년 동안 중국에서 매장을 연간 500개씩 늘릴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 계획대로라면 2020년 중국 전역의 스타벅스 매장 수는 4000여 개에 달할 전망이다.
이 같은 스타벅스의 성공에는 고품질·현지화 전략이 있었다. 스타벅스는 엄격한 구매 기준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 내 원두커피 농가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대도시에서는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과 쇼핑몰 그리고 고급 주택 지구에 고소득층을 겨냥한 매장을 늘렸다. 이와 달리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직 생소하고 경제 수준이 비교적 낮은 허난, 구이저우, 쓰촨 등 12개 내륙 지역에서는 40여 가지의 빵 제품을 메뉴에 추가했다. 식사대용인 빵으로 소비자를 유치한 후 자연스럽게 커피 문화에 익숙해지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매장 내·외부도 중국 특색을 살려 설계했다. 추석에는 월병, 단오절에는 쭝즈 등 중국전통음식들을 새로운 맛과 다양한 모양으로 출시하는 등 중국 명절에 맞춘 상품들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2013년~2014년까지 만해도 중국 커피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던 한국 커피 프랜차이즈는 중국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특히 2011년 말 중국에 진출했던 카페베네는 2015년 중국 매장을 5000개로 늘리고 홍콩 시장에도 상장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014년 하반기부터 현지 가맹점주와 마찰이 불거지면서 사세가 급격히 위축됐다.
업계 관계자는 “카페베네를 비롯한 한국 커피 프랜차이즈는 실표 요인은 화려한 인테리어로 초기 비용은 많이 들어가지만 회전율이 낮아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며 “높은 가맹점비와 재료비로 가맹점주의 부담도 큰 점도 있다”고 말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중국은 조만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커피 소비 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중국 시장을 노리는 국내 업체들의 경우 합리적인 가격과 함께 젊은 층이 수시로 찾을 수 있도록 지금까지 중국에는 없었던 대안 문화공간을 제시하는 등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구경모 영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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