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FM(풋볼매니저)’ 시리즈는 게이머가 직접 축구클럽 감독이 돼 선수를 영입, 팀전술을 짜 경기를 치르고 팀을 관리하는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자칭 ‘FM 고수’인 본 기자는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 신작 FM2017에 도전했다. 그는 고심 끝에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의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직을 선택하게 되는데...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은 과거 에버튼 지휘봉을 잡고 있던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군이나 유소년팀 경기를 자주 찾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맨유 후보선수 중 자신의 팀으로 영입 혹은 임대해 올만한 선수가 있는 살펴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래도 명색이 맨유와 같은 EPL에 속해 있는 팀의 감독인데 처량하기 그지없다.
재정상황이 넉넉한 빅클럽의 경우 구단에서 이적료를 천문학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원하는 선수를 데려오는데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중소클럽은 한정된 예산으로 팀에 꼭 필요한 선수를 데려와야 하기 때문에 고심을 거듭해야 한다. 심할 경우 이적도 아닌 임대로 선수 수급의 급한 불을 꺼야 한다.
기자가 리즈의 지휘봉을 잡고 처음 구단이 허용한 영입 예산을 확인했다. 1억 8000만 원. 눈을 의심했다. 180억 원을 잘못 본 게 아닐까. 다시 확인했지만 내가 본 게 맞았다. 아무리 2부리그 중위권 팀이지만 너무한 거 아닌가 원망이 들었다. 1억 8000만 원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일주일 동안 받는 돈의 3분의 1 수준이다. 또한 이 돈은 삼성이 정유라에게 사준 명마 ‘비타나Ⅴ’에 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말발굽 정도 사면 끝나는 수준이었다.
구단에 있으니 선수 에이전트들이 바로 영입 타진이 가능한 자기 선수들을 소개했다. 또한 언론과 SNS 등을 통해 ‘리즈가 ○○○ 선수 영입을 노리고 있다’는 설을 제기되며 격론이 벌어졌다. (심지어 난 검토도 안 해본 선수였다.) 그런데 이들의 이적료는 대부분 20~30억 원 수준이었다. ‘난 겨우 1억 8000만 원 쥐고 머리 쥐어짜고 있는데 세상 편한 소리하며 장난치나’ 토로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답은 임대였다. 과거 모예스 감독처럼 맨유, 첼시, 맨시티, 리버풀, 아스널,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파리 생제르망 등 빅클럽의 2군·유소년 선수단을 훑었다. 빅클럽이 실력 있는 선수도 많고, 선수층도 풍부해 임대를 잘 보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은 이미 다른 중소클럽들이 임대를 많이 해간 상태였다. 서둘러야 했다.
임대를 통해 당장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은 좌우 윙포워드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최전방 공격수였다. 원석을 골라 괜찮은 선수들은 닥치는 대로 임대 요청을 보냈다. 무상으로 임대를 해주는 고마운 팀도 있었고, 급여의 50% 부담을 요구하는 클럽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팀들이 젊은 선수들의 주전 경력을 위해 임대 승낙을 해줬다.
문제는 선수들이었다. 첼시의 어린 윙포워드 겸 풀백 제이 다실바(Jay Dasilva)와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미드필더 카를레스 알레냐(Carles Alena)는 임대 요청을 받아들여 리즈에 합류하게 됐다. 하지만 레알마드리드의 마리아노(Mariano) 등 몇몇 선수들은 구단의 승낙에도 불과하고 선수 개인이 임대를 거절했다. “당신은 빅클럽이 아니잖아요” 설움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이는 스태프 보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실력 있는 스태프들은 대부분 기자의 리즈 코치진 합류 요청에 ‘내게 걸맞는 팀이 아니다’며 거절 의사를 밝혀왔다. 오랜 구애 끝에 노엘 블레이크만이 새로운 코치로 합류했다.
이처럼 선수단과 코치진을 보강하는 와중에도 평가전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었다. 프랑스 CFA2(5부리그) AS보베스와즈를 상대로 3 대 2 승리를 가져갔다.
지난 덩케르트전에 이어 이번에도 하디 사코(Hadi Sacko)가 연속 골을 기록하는 등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다. 시즌을 앞두고 감독에 주전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것이다.
이어지는 경기는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의 고 어헤드와의 홈경기였다. 이전 경기가 나쁘지 않았기에 특별한 변화를 주지 않고 경기를 이어갔다.
사코가 전반도 끝나기 전에 쓰러지더니.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처음으로 클린시트(무실점으로 승리한 경기) 3 대 0 완승을 거뒀지만 기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고 떨리는 마음으로 사코의 부상을 확인했다. 가장 빠른 치료를 해도 4~5주 결장이었다. 챔피언십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마지막 평가전에서 가장 폼이 좋았던 선수가 드러눕다니…. 득보다 실이 많은 경기였다.
그렇게 평가전이 끝나고, 챔피언십 개막을 맞게 됐다. 개막전은 과거 박지성이 뛰어 한국에 잘 알려진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와의 경기였다. 이제 실전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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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제가 감독 하겠다는 거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