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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 응원 프로젝트 22] ‘캔버스 위를 부유하는 색점들’ 도지성

자! 여기 힘 있는 작가가 있습니다…Future Art Market-Artist

2016.12.19(Mon) 14:38:40


일본을 대표하는 회화로 우키요에가 있다. 우리말로는 ‘부세화(浮世繪)’로 부르며, 뜬 구름 같은 세상일을 소재로 한 그림을 말한다. 17세기 일본 에도시대 나타난 회화 양식으로 당시 일본 대중문화를 주제로 삼고 있다. 따라서 통속적 정서를 담았으며, 감각적이고 장식성이 강한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19세기 말 유럽에 번진 자포니즘 열풍의 선봉에 섰던 것도 우키요에였다. 일본산 도자기의 포장지 장식 그림으로 유럽으로 건너갔던 우키요에의 미적인 우수성을 알아차린 것은 당시 유럽의 새로운 회화 창조에 목말라 있던 인상주의 화가들이었다. 그들은 우키요에의 매력적이고도 강렬한 색채와 독특한 표현 방법에 매료되어 버렸다.

 

부유(2008), 72x53cm, 캔버스에 혼합재료.

 


우키요에와 같은 맥락에서 세상을 해석하는 작가가 도지성이다. 그의 그림의 주제는 ‘부유’다. 둥둥 떠서 흘러간다는 얘기다. 그러나 도지성의 그림은 장식적이거나 통속적이지 않다. 그런 점에서 우키요에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향은 우키요에 작가들과 같지만 해석해내는 방식은 다르다.

 

그의 그림에는 20세기 중반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작업을 연상시키는 추상성을 바탕으로 우리 전통회화의 감수성이 묻어나는 이미지가 얹어져 있다. 두 가지 상충되는 요소는 묘한 조화를 보여준다. 왜 이런 구성을 하는 것일까.

 

뜬구름같이 흘러가는 세상일들이 결국은 역사를 만들어낸다는 역설적인 해석인 것이다. 이 점은 그의 작업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추상적으로 보이는 배경은 의도적으로 그린 것이 아니다. 뿌리고 문지르고 벗겨내고 긁어낸 물감의 흔적들이 모여 축적된 결과다. 다분히 우연적 효과가 두드러진다. 그래서 다양한 색면, 색점, 형상 들이 겹쳐져 있다. 층층이 쌓여서 어떤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온 역사는 이런 모습이 아닐까.

 

도지성 그림의 바탕에 쌓인 미미한 색점 하나처럼, 역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구구각색 사연들이 얽히고설켜 예측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축적되는 것이다. 이를 다스리는 것은 오직 시간뿐이다. 도지성이 바탕에 만들어내는 추상화면은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담은 것이다.

 

추상화를 연상시키는 바탕 위에 꽃들이 떠다닌다. 매화 같기도 하고 혹은 벚꽃처럼도 보인다. 모양새로 보아 낙화인 듯싶다. 떨어지는 꽃잎들은 화면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다. 작품의 제목으로 쓰인 ‘부유’다. 그런데 꽃들은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매우 사실적이라 하늘하늘 날리는 느낌까지 든다. 배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뜬구름 같은 세상의 일인 것이다.

 

흙의기억(2015), 72x60cm, 캔버스에 혼합재료.


 

도지성 회화에 나타난 상충되는 두 가지 요소는 현실 속의 일상과 그것이 쌓여서 만들어내는 역사를 말한다. 결국은 뜬구름 같은 이 세상의 일들이 시간의 속성으로 요리되어 역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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