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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파 막기는커녕 파열음만 요란

군 EMP 차폐시설, 부실공사에 짬짜미 의혹까지

2016.12.14(Wed) 10:39:32

“방위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모두 말렸죠. 막상 깨달은 뒤에는 이미 늦었죠. 다시는 방위사업에 뛰어들 일은 없을 겁니다.” 

 

학군(ROTC) 장교 출신인 사업가 L 씨는 군 방위사업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2013년 군 핵심시설에 전자기파(EMP) 방호 시설을 설치하는 ‘806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온갖 수모와 비상식적인 일에 휘말리다 탈락의 쓴맛을 봤다. 입찰 과정은 불투명했고, 사업자 선정에서 수상한 낌새를 여러 차례 느꼈다. 그러나 군 기밀사업이라 함부로 문제제기를 하거나 외부에 얘기할 수도 없었다. 그는 속병만 앓다 결국 사업을 정리했다.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2012년 신축한 합동참모본부에 EMP 차단막을 설치한 ‘201사업’의 부실 공사 논란이 일고 있다. 군 당국은 200억 원을 들여 지하벙커 EMP 차단 설비를 만들었지만, 지난해 12월 시험평가 결과 시공구간 4곳 중 3곳이 EMP 방어 기준치 60dB~80dB에 미치지 못했다. 물론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심지어 어딘가에서 EMP가 흘러들어와, 정확한 검사가 불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9월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당시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TV 보도를 보고 있다. 핵무기 폭발 시 발생하는 전자기파를 막는 시설에 최근 부실공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비즈한국DB


EMP 차단막 설치는 군사 안보 상 꼭 필요하다. 전자기기에 치명상을 입히는 EMP는 현대전에 있어 중요한 전술 무기. 만약 40㎞ 상공에서 EMP탄이 터지면 반경 700㎞ 이내의 신호등·열차·비행기 관제 통신·금융 전산망 등 모든 전자 회로는 마비된다. 핵무기가 폭발할 때도 EMP가 발생한다. 현대 군사 장비는 모두 전자식이기 때문에 EMP의 활용에 따라 전세가 뒤바뀔 수도 있다. 특히 미국 중앙정보부(CIA)의 한 전직 국장은 언론을 통해 북한이 이미 2년 전 EMP 무기 개발에 나섰으며, 러시아와 중국을 곧 따라잡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MP는 전자파이기 때문에 방호막에 틈새가 있거나 벽면의 두께, 압력이 다르면 내부로 흘러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또 EMP가 차단막을 타고 땅으로 흘러나갈 수 있도록 정교하고 꼼꼼한 설계와 시공능력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 중에서 EMP 설비를 제작한 경험과 능력이 있는 회사는 3~4곳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201사업의 부실 논란이 일면서 군이 2012년 발주한 806사업에도 부실의혹이 제기된다. 이 사업은 국군기무사령부와 계룡대, 대전청사 등 3곳에 EMP 차단막을 설치하는 사업으로 201사업보다 규모가 크다.

 

지난 2014년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806사업 중 계룡대는 원가절감을 위해 설계와 시공을 분리 발주키로 해놓고 결국 통합발주로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또 최저가 낙찰인데도 최고가를 써낸 회사에 사업을 줬고, 공기 단축을 위해 공구를 3개로 분할하고도 준공이 지체된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당시 국방부시설본부는 806사업의 사업자로 H공영을 선정했다. H공영은 도급순위 21~23위권의 크지 않은 회사다. 군은 애초에 이 사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도급순위 20~25위 기업에 사업을 맡기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H공영의 입찰가가 타사보다 높은 것으로 전해졌음에도 군 당국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에서 여러 의혹을 받고 있다. 

 

H공영은 EMP 차단막 설치 능력이 없어 이 부분은 재하청을 줬다. 보안시스템 회사와 통신사, 중소중견기업 10개 업체가 여기에 응찰했다. 결국 최종 낙찰자는 대기업 계열 보안회사인 S사가 가져갔다. 응찰 조건에는 EMP 차단막 사업 경험이 있는 회사로 제한했다. 이 사업에 경험이 없던 S사는 부랴부랴 서울시 관련 사업에 EMP 차단막 설치를 끼워 넣어 간신히 입찰 조건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S사 역시 군 당국이 낙찰을 주려고 염두에 뒀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김 의원에 따르면 전임 국방부 고위관계자가 사업을 진행한 회사에 취업했고, 해당 건설사는 국방부에 손해배상소송까지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806사업 진행 과정에서 설계도면이 유출되고 업체 평가위원의 뇌물수수 혐의 등 아마추어적 업무 진행과 비리로 얼룩졌다. 201사업도 해당 사업단장이 구속되는 등 여러 비리 의혹 속에 결국 부실공사로 이어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EMP차폐 설비 공사는 2~3차 입찰까지 벌여 S사에게 몰아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비리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하지 않으면 201사업과 같은 꼴이 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서광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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