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원외교 자체가 난센스였다
MB(이명박) 정부 주요 정책 중에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이 4대강 정비사업이다. 하지만 나는 자원외교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4대강 사업은 강을 정비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자원외교는 장래를 내다본 국가적인 관점에서 추진됐다기보다 이상득, 박영준이 전면에 나서면서 정치적인 성격이 너무 강했다. 실질적인 성과도 미미했다. 원래 자원을 둘러싼 사업은 국제 브로커들 판이다. MB 정권에서 자원외교와 관련해 96건의 MOU(양해각서)를 맺었으나 계약한 것은 10여 건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안다. 볼리비아 같은 경우 대통령 선거 전에 다리를 놔주고, 도로를 닦아 주겠다고 미리 베팅을 하기도 했다. 그 돈이 어디서 나오겠는가. 국고에서 나갈 수는 없으니 기업의 돈을 끌어오든지, 광물자원공사가 내야 한다.
정권을 잡으면 누구나 자원과 관련해 돈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MB 정부는 자주개발률을 들고 나왔다. 자주개발률은 대한민국이 전체 사용하는 자원의 양 중에 확보한 자원의 양이 얼마인가 하는 것이다. 그 양을 늘려야 한다는 것인데 쉬운 일이 아니다. ‘프레시안’의 관련 기획연재 기사를 보면 자원 관련기관들이 성과를 의식하여 통계치를 늘리기 위해서 기준을 바꿨다. 그 전 통계기준으로 하면 안 되니까 아예 기준을 바꿔서 퍼센티지(%)를 늘려버린 것이다.
캐나다 하베스트가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가 확보한 매장량이 얼마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적정 가치에 인수해서 경제적 이윤을 남기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실제 투자 대비 얼마나 벌어들이느냐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석유를 보자. 아프리카에서 석유 유전 개발권을 따냈다고 치자. 그럼 거기에 있는 석유를 여기로 가져오는가? 아니다. 거기서 팔고 그 돈으로 중동에서 석유를 사오면 된다. MB 때 자주개발률 문제를 정권 핵심에서 들고 나오면서 석유공사, 가스공사, 한전, 광물자원공사 등에 오더가 내려졌다. 그러면 자주개발률을 높이는 것, 즉 많이 취득하는 것이 실적이 되는 것이다.
국제 자원 외교의 핵심은 큰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실제로 개발권을 따거나, 개발에 성공하거나, 괜찮은 유전을 싸게 인수하는 것 등이다. 그런데 국내 공기업들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 보통 우리가 얘기하는 EMP라고 해서 개발 역량만 일부 있을 뿐이다. 그런데 MB와 이상득은 관련기관에 옛날 현대에 있던 사람 앉혀놓고, 박영준은 대우에 있던 사람 앉혀놓고 자원외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승수 총리는 2008년 5월 11일부터 10일간 중앙아시아 3개국 및 아제르바이잔을 순방했다. 이때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순방에 참여했다. 이 중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K 사라는 다소 작은 규모의 열병합설비 전문업체가 포함되어 눈길을 끌었다. 나중에 이 회사는 뇌물 수수 사건에 휘말렸다. 당시 수사선상에 올랐던 김영철 총리실 차장이 자살하기도 했다.
한승수 국무총리 시절부터 자원외교 한다고 기업체들 몰고 가서 MOU를 체결했다. MOU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그런데 해당 국가 입장에서 무언가 남는 게 있어야 좋은 것을 주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기업이 뒷돈을 대는 구조가 생긴다. 실제적으로 돈이 안 되면 대충 MOU만 체결하는데, 이는 형식적인 외교적 성과로 남는다. 그런 일들을 이상득과 박영준이 나눠서 했다. 실제 실적이 필요한 공기업들은 무리하게 인수를 했다. 영국 다나 유전처럼 잘 인수한 사례도 있으나, 하베스트 같은 경우는 자금여건이나 기술력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부채를 안고 정유공장까지 인수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외교 상식에서 자원외교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촌스러움의 극치다. 외교에 자원이라는 말 자체를 붙이는 게 난센스다. ‘나 자원외교 합니다’라고 얘기하고 자원외교 하는 게 어디 있나. 상대로 하여금 값을 올리게 하는 행위다. 예를 들면 ‘나, 너희 금 사러 간다. 그것도 대통령 형이 간다. 그리고 우리 실적 올려야 하는 것 알지?’ 이런 식이다. 세상에 이런 외교가 어디 있나. 그쪽 나라 입장에서 보면 ‘아, 호구가 나타나는구나. 우리가 어떻게 말아 먹을까’ 하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MOU를 맺고, 양로원이고 뭐고 다 짓도록 해놓은 다음 국유화해버린다. 리튬 광산 개발과 관련한 볼리비아의 사례가 그렇지 않았나. 노무현 대통령 시절 가스를 들여올 때 국제가격보다 비싸게 받고 계약도 길게 해서 가스공사가 손해를 봐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자원외교는 대통령 형의 측근들이 기업을 몰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할 일이 아니다. 물론 이상득은 자원외교를 위해 노구를 이끌고 순수한 마음으로 무척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자원외교’라는 이미 그릇된 콘셉트를 가지고 뛰어들었으니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 CNK의 사례
자원외교와 관련해 CNK 사례를 보자. 다음은 정태근의 증언이다.
박영준이 자원외교를 한다고 기업들을 끌어 모았다. 그런데 난데없이 주식시장에서 다이아몬드가 떴다며 주가가 폭등했다. 어떤 회사인지 알아보니까 ‘코코’라는 이철 전 의원이 재혼한 여성의 회사였다. ‘코코’는 애니메이션 밑그림으로 성공해서 상장한 업체인데 다이아몬드라니 황당했다. 알고 봤더니 우회 상장을 한 것이었다. CNK 대표인 O 씨가 이 회사를 인수해 상호를 바꾼 것이다. 그런가 보다 하고 있었는데 2011년 1월 외교부에서 CNK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냈다. 이후 주가는 다시 폭등했다. 그때부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추적하기 시작했다. 내가 결정적으로 의심을 한 것은 CNK에 정 아무개라는 여자 이사가 있는데, 외교부에서 보도자료 내고 두 번째 폭등한 다음에 주식을 다 팔아버린다. 실제 다이아몬드가 많이 매장되어 있다면 팔 이유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교 역사상 이런 문제로 외교부가 보도자료를 내는 일은 없었다. 특히 외교부는 그런 일을 절대 안 한다. 공무원 중에 제일 몸 사리고, 공무원스러운 집단이 외교부 아닌가. 설령 다이아몬드가 어마어마하게 실제로 나왔고, 홍보를 할 일이 있어서 보도자료를 내달라고 해도 안하는 게 외교부이다. 그런데 이건 실체도 없는 것을 보도자료까지 낸 것이다. 공무원들이 단임 정권하에서 실세들에게 눈치보고 놀아나고 줄을 선 단적인 사례이다. 정부 전체가 그런 식이었으니 나라가 멍들어 버리는 것이다. 심지어 외교부에는 에너지자원대사까지 생겼다. 외교부의 K 씨를 에너지자원대사에 앉히고, K 대사가 CNK 대표인 O 씨와 줄이 닿아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실체를 명확히 알기 위해서는 일단 카메룬 광산에 실제로 다이아몬드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그런데 국내에 다이아몬드 광산 전문가가 없었다. 그래서 온갖 인터넷 자료들을 다 뒤져서 다이아몬드 공부를 했다. 확인해보니까 다이아몬드 1차 광산이 솟는 것을 kimberlite라고 하고 흩어져 있는 것을 conglomerate(충적층)이라고 하는데 충적층에서는 층상 구조상 그렇게 많은 다이아몬드가 나올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확신이 섰다.
그러던 중 O 씨에게 사기당했다는 사람과 접촉이 됐다. O 씨와 같이 카메룬을 갔다가 사기라는 것을 알고 독립해서 사금 사업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실체가 뭐냐고 물었더니 ‘없다’는 것이다. 그럼 다이아몬드가 나왔다는데 그것은 뭐냐고 물어봤더니, 산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조사를 진행했다. O 씨를 국감에 불러냈다. 예결위 때 연 3일을 그것만 질의를 했다. 그런 매장량이 있다고 하는 UNDP보고서를 가지고 오라고 했는데 없었다. 그러니까 외교부가 발칵 뒤집어진다. 그런데 상장회사고 하니 그쪽에서도 방어 차원에서 움직였던 것 같다. 내가 3일을 계속 질의했는데 기사가 하나도 안 나왔다. 3일째 되는 날 CBS가 처음 썼다. 그러니까 주식시장에 반영이 되더니 그 다음에 ‘한겨레’가 쓰면서 본격적으로 CNK 사건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 결국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예결위에서 의결하면 감사 청구를 할 수 있었다. 그때 내가 예결위원이었는데, 예결위 간사가 장윤석이고, 예결위 소위 멤버가 이정현, 이종혁 등 네 명이었다. 내가 감사 청구를 했는데, 이 사람들이 다 반대했다. 제일 반대한 게 이정현이었다. 처음엔 안 되겠어서 야당 간사였던 강기정 보고 이것도 해결 못하냐고 했더니 도저히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위 회의에 들어가 “만약 감사 청구를 의결하지 않으면 내가 탈당을 하든지 수를 낸다. 각오해라”고 큰 소리를 쳤다. 그래서인지 소위에서 감사 청구를 의결했다. 그런데 감사원도, 금융감독원도 조사를 미적거렸다. 전에는 기한이 없었는데 그때 예결위 법이 바뀌어 3개월을 조사하고, 다시 2달을 연장할 수 있었다. 그게 시한 만료가 다 되어 발표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나는 감사원 사무총장에게 “예의주시하고 있으니 어영부영하지 마라”고 전화를 했다. 감사원은 억지로 감사를 하는 시늉만 냈다. 마침 종편이 출범을 하는데, TV조선에 이진동이 부장으로 내정이 됐다. 내가 설명을 하니까 이진동이 개국특집으로 그걸 잡았다. 그래서 출장비까지 타내 카메룬에 갔다. 나는 다시 감사원 사무총장에게 전화해서 “지금까지 얘기만 듣고 했는데, 감사가 현장 확인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다그쳤더니 우물우물했다. 그래서 ‘조선일보’에서 현장 확인 다 하고 시리즈로 나오고 있으니 감사팀한테 그것을 보라고 알려줬다. 마침 TV조선의 보도가 나와, 감사원도 어떻게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감사원 감사가 진행된 것이다. 금감원도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권혁세 금감원장에게도 CNK 주가 조작사건에 대해 민원이 들어갔는데, 왜 조사를 안 하느냐고 했더니 권혁세가 대답을 못했다. 금감원에서 결국 고발은 했는데 검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O 씨는 카메룬으로 날아가 버렸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사기라고 기사가 났는데도 그 다음날 주가가 또 폭등했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작전을 하는 것이었다. 이 사례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다.
자원외교를 통해 돈을 챙기려는 이들의 1차 목표는 주가조작이다. 그것을 노리고 그런 판을 벌인다. CNK의 경우도 상종가를 치게 만들어 놓고 빠져나갔다. MB 정권 때는 저탄소녹색성장 전략을 발표한 뒤 삼천리자전거 주가가 엄청 뛰었다. 발표되기 전에 일부에서 삼천리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인 흔적이 있다. 예전에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광산 재벌이 있었다. 이 회사가 광산을 폐쇄한 뒤 남은 돈으로 아르헨티나에 있는 한 유전을 샀다. 책임자도 현지에 보내고 했는데 정작 회사는 자원 개발을 빌미로 주가를 조작해 튀긴 뒤에 돈 챙겨 빠져나왔다. 현지에서 실제로 자원을 개발하려던 이들만 곤욕을 치렀다. 이 회사는 그 돈으로 호텔을 지었다. 이처럼 자원을 둘러싼 뒤켠에는 흑막이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자원외교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을 언론에서 아주 구체적으로 다루어서 그 내용을 능가할 자신이 없어서 여기서 줄인다. 다만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외교든, 경제든, 문화든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면 모든 것이 어긋나 비틀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된다.
정두언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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