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FM(풋볼매니저)’ 시리즈는 게이머가 직접 축구클럽 감독이 돼 선수를 영입, 팀전술을 짜 경기를 치르고 팀을 관리하는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자칭 ‘FM 고수’인 본 기자는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 신작 FM2017에 도전했다. 그는 고심 끝에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의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직을 선택하게 되는데...
감독에 선임된 기쁨도 잠시, 기자는 바로 다음날 열릴 US 리토랄 덩케르트와의 원정경기 준비에 들어갔다. 확인해보니 현재 리즈 유나이티드는 프랑스 전지훈련 중이었다. (팀의 사령탑으로서 전지훈련 관련 사실을 1화 당시에는 파악하지 못했다. 송구스럽다. 부덕의 소치다. 더 열심히 하겠다.)
우선 경기를 치르기 위해 팀 전술을 짰다. 기자는 기본적으로 4-2-3-1 포메이션을 선호한다. 공격수가 전방에서 휘저으며 골기회를 노리고, 중앙 공격형미드필더는 공격 진영에서 공의 분배를 맡는다. 양쪽 윙포워드는 경기장 사이드라인에 넓게 서서 공간을 만들다가 패스를 받아 크로스를 올리거나, 안쪽으로 파고들어 골을 노린다.
경기 템포는 상대가 정신을 못 차리도록 빠르게 하고, 한 방의 다이렉트 패스를 통해 단숨에 역습을 가하는 전술을 세웠다. 지난 시즌 EPL 우승팀 레스터시티와 비슷한 전개였다.
기본적인 포메이션 구상을 끝내고, 선수단을 들여다봤다. 처음인 만큼 다양한 선수들을 보기 위해 1군뿐 아니라 U-23선수단(2군)도 함께 봤다. 우려했던 것보다는 스쿼드가 나쁘지 않았다.
특히 호날두 비에이라(Ronaldo Vieira), 찰리 테일러(Charlie Taylor), 베일리 피콕-파렐(Bailey Peacock-Farrell) 등 몇몇 유망주들은 잘만 키우면 훗날 EPL에서도 최고의 스타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었다.
능력치에 따라 각 포지션에 들어갈 주전과 후보를 선발했다. 다른 포지션들은 대략 구성이 됐다. 특히 중앙미드필더와 최전방 공격수는 수요가 넘쳤다. 반면 윙포워드와 공격형 미드필더 등 2선 라인이 턱없이 부족했다. 주 포지션이 아닌 포지션이라도 넣어야 했다. 급한 불은 끄고 추후 영입을 통해 선수를 충당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선수 영입의 서러움은 다음회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드디어 리즈에서의 감독 데뷔전 날이 밝았다. 상대 덩케르트는 프랑스 3부 리그 내셔널리그 소속의 팀이었다. 첫 상대로 좀 약한 면이 있었지만, 방심하지 말고 반드시 승리를 가져와야 했다. 이에 선발라인은 고참들과 기존 주전선수들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경기 전 라커룸 대화에 들어가 “나가서 네 실력을 보여줘라. 나를 놀라게 하면 주전 자리를 줄 수도 있다”고 경쟁심리를 부추겼다. 그런데 선수들이 열심히 들으면서도 열광적 호응은 없었다. ‘이게 아닌가’ 생각하며 전반전을 맞이했다.
먼저 선취점을 넣으며 승기를 가져가는 듯하더니 로버트 그린 골키퍼의 자책골로 1 대 1 동점인 상태로 전반전이 끝났다. 그럼에도 기자는 하프타임 라커룸에서 “계속 분발하라”고 독려했다. 그런데 선수들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했다. 심지어 팀의 최고참 그린 골키퍼는 무시하는 반응까지 보였다.
친선경기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유망주나 후보선수들의 실력을 파악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래서 기자는 골키퍼부터 최전방 공격수까지 11명의 선수를 다 교체하며 기회를 줬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몇몇 변화를 줬다. 그린 골키퍼를 비롯해 4명의 선수를 교체했다. (그린의 교체는 절대 라커룸 대화 반응에 대한 뒤끝이 아니다. 어린 선수 성장을 위한 교체였다.) 전반전 점유율을 도통 가져오지 못해, 패스 스타일을 다이렉트 패스에서 짧은 패스로 바꿨다. 과거 아스널의 ‘퀵&런’ 전술과 비슷한 공격패턴이었다.
결국 경기는 3 대 1로 승리했다. 일정이 촉박한 감독 데뷔전이었지만, 깔끔하게 승리를 가져온 것이다. ‘역시 내 실력은 녹슬지 않았어. 대단해’라고 자찬하면서, 선수들에게도 칭찬을 통해 힘을 불어넣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라커룸으로 가 “모두들 멋진 경기력이었다. 정말 중요할 때 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자”라고 말하자 일부 선수들은 ‘동기부여’가 됐지만, 많은 선수들이 혼란스러워하며 의욕을 잃었고 스트레스 받은 모습을 보였다. ‘어라 왜 그러지? 어느 장단에 맞춰야하는 거지?’ 선수들과 쉽지 않은 생활이 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 프롤로그와 1~2화까지는 기본적인 설정 세팅과 선수 파악, 전술 구상에 시간을 많이 할애해 스토리의 진척이 없었다. 하지만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빠른 진행이 가능하리라 본다. 1부리그로 가는 승격 특급열차가 출발하는 것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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