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8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 대해 아직도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CNN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매우 두드러지는 특징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백인의 트럼프 지지율이 높았으며(트럼프 지지율 57%), 특히 백인 남성의 트럼프 지지율이 62%에 이르렀다는 것.
왜 미국 백인남성들은 트럼프를 그렇게 압도적으로 지지했을까?
이에 대해 힌트를 주는 것은 노동시장의 상황이다. 아래의 ‘그림’은 미국 여성과 남성의 실업률 추이를 보여주는데, 1980년을 고비로 붉은 선으로 표시된 여성의 실업률이 파란 선으로 표시된 남성의 실업률을 하회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적어도 미국에서 여성들이 2008년 이후의 불황에서 빨리 회복했으며, 이제야 남성들의 실업률이 뒤따라 가는 형국이라 볼 수 있다. 과거 상대적으로 우월적인 지위를 누리던 사람이, 그리고 최근 수년간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면, 그들이 현 정부에 강한 불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어떻게 미국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이 남성보다 우위에 서게 되었는가? 이 궁금증은 풀리지 않는다.
2009년 미국 역사상 최초로 노동력의 추가 여성 쪽으로 기울었다. 그 뒤로 여성은 계속해서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스물다섯 살에서 쉰네 살의 여성 중 대략 80%가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으며, 대졸 여성 중에서 그 비율은 더 높아진다.
노동부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여성은 51.4%의 관리직과 전문직을 점유하고 있는데 1980년 이 비율은 26.1%였다. 회계사의 61.3%를 여성이 차지했고, 은행업무와 보험 업무의 약 절반을 차지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힐러리가 예외적인 존재가 아닌, 힐러리야말로 여성의 사회진출을 상징하는 존재였던 셈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물론 여성이 공부를 잘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래의 ‘그림’은 8학년 학생(13~14세)의 성적을 조사한 것인데, B학점 이상을 받은 여학생의 비율이 남학생을 압도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학력격차는 대학진학률로 이어져, 대학졸업자 기준 여성 비율은 60%를 넘어선 지 오래되었다.
이런 학업성적의 차이뿐만 아니라 1990년대부터 미국 사회를 덮친 또 하나의 물결. 바로 정보통신 혁명이 흐름을 바꿔 놓았다(‘남자의 종말’ 176~177쪽).
경제학자 대부분은 정규직 남성 노동자의 임금이 정체되어 왔다는 것에 동의한다. 2009년에 남성은 평균 4만 8000달러를 벌었는데 이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대략 1969년과 비슷한 숫자다. (중략)
지난 40년간 경제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패턴은 고급 기술직과 저급 기술직종의 양극화다. 이에 따라 중산층이 사라졌다. 그러나 이런 양극화는 MIT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터가 2010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에게 매우 다른 영향을 미쳤다. (중략)
여성은 급격히 고급 기술직종으로 몰려든 반면 남성은 고급기술 직종과 저급기술 직종으로 갈렸다. (중략) 대학교육을 받은 노동력, 즉 오터가 “글을 쓸 줄 알고 계산을 할 수 있으며 분석적인 업무를 할 수 있는 노동자”라고 칭하는 계층에 대한 수요는 수십 년간 증가해 왔다.
오터는 “경제학자들은 제일 높은 산꼭대기에서 서서 커다란 확성기를 사용해서 소리쳐 왔어요. ‘학위를 받아와! 학위를 받으면 우리는 네게 돈을 많이 줄께’라고 말이죠”라고 이야기한다. “지난 25년간 그랬죠. 그렇지만 남자들은 그 말을 못 알아 듣고 있어요”
왜 남자들은 이 말을 듣지 못하는가? 이를 오터는 “심오한 미스터리”라고 했다.
오터 교수의 마지막 말 “심오한 미스터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그림’을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졸자들이 고졸자에 비해 얼마나 임금을 더 받는지 보여주는데, 1982년을 고비로 극적인 추세의 반전이 나타난 것을 알 수 있다.
즉 1982년 이후 미국의 대졸자들은 고졸자에 비해 날이 갈수록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있는데, 미국 남성들은 이 흐름을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들 다수는 “외국인 때문에 좋은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주장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결국 이번 선거는 “올바른” 이야기를 하는 후보보다, 유권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한 후보에게 승리가 돌아갔던 셈이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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