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區)에서 취업박람회 한다고 해서 잠깐 들렀는데, 비어 있는 부스가 너무 많고 지문적성검사, 퍼스널컬러 컨설팅에 잔뜩 줄서있다. 뭐지, 여기?”
‘취업 전쟁’에 뛰어든 취업준비생에게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돋보이려고 이미지컨설팅을 받는 건 낯선 일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핫’한 이미지컨설팅은 단연 ‘퍼스널컬러(personal color)’다. 한적한 취업박람회에서 유독 줄이 길게 늘어선 퍼스널컬러 부스를 찾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학교와 공공기관에서도 취업을 위한 이미지컨설팅 목적으로 퍼스널컬러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취업 박람회와 대학교에서 취업용 퍼스널컬러 진단을 해온 진세림 ‘컬러인(Color in)’ 대표는 “취업박람회에서 5시간 정도 진단을 하면 화장실을 갈 시간이 없을 정도다. 당장 취업이 급하지 않은 대학교 신입생들도 호기심에 설명을 듣고자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청년 취업지원 정책의 방편으로 ‘일자리 카페’를 운영 중인 서울 강동구청의 한 관계자는 “한 해 10개의 취업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지난달 퍼스널컬러 강의를 했다. 본인에게 맞는 색을 찾고자 하는 취업준비생들이 많아 채택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퍼스널 컬러’는 피부의 기본색에 의해 결정된다. 크게는 노란 기운이 많이 도는 피부를 ‘웜톤 베이스’, 붉은 기운이 많이 도는 피부를 ‘쿨톤 베이스’으로 분류한다. 웜톤 베이스와 쿨톤 베이스도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의 이미지에 따라 봄 웜톤, 여름 쿨톤, 가을 웜톤, 겨울 쿨톤으로 나뉜다. 진단 방법은 다양하지만, 얼굴 아래 100여 가지 색상의 드레이핑 천을 대 진단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방식으로 통한다. 1시간에서 길게는 2시간 정도 진행되는 퍼스널컬러 진단 비용은 진단범위와 방법에 따라 5만~10만 원 중반대로 다양하다. 취업준비생 입장에선 저렴하지 않은 비용이다.
퍼스널컬러 진단을 받는 취업준비생들의 지원 분야는 다양하지만, 승무원, 아나운서 등 이미지가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직업군이 특히 많다. 서울의 한 승무원학원의 관계자는 “퍼스널컬러 진단을 바탕으로 한 메이크업 강의를 계속 진행해 오고 있다”며 “요즘엔 승무원뿐 아니라 이미지가 중요한 서비스 직군을 준비하는 학원의 경우 대부분 퍼스널 진단을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기자는 서울에 있는 한 스터디룸에서 직접 퍼스널컬러 진단을 받았다. 진단 결과는 봄 웜톤 베이스 중에서 채도와 명도가 높은 색상과 잘 어울리는 ‘봄 라이트’였다. 진단을 한 컬러 컨설턴트는 “면접을 볼 때 아우터를 입어야 할 경우 너무 진한 검정이나 남색보다 살짝 흐린 남색·검정을 선택하고 블라우스는 봄 웜톤 베이스를 살려줄 수 있는 피치·살구색 등을 추천한다”며 “기자직에 지원한다면 본인이 가진 색상 팔레트 중에 지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짙은 녹색을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컬러 컨설턴트는 또 “일반 퍼스널컬러 진단과 달리 취업용 퍼스널컬러는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보다 회사가 요구하는 이미지에 맞출 필요가 있다”며 “예컨대 삼성은 젊고 댄디한 이미지를 추구한다고 알려졌는데 넥타이나 블라우스 색상은 삼성을 상징하는 블루로 선택하되 블루 중에서도 자신의 계절 톤에 맞는 블루를 선택해야 한다. 각 기업이 가진 인재상을 먼저 파악하라”고 전했다.
진세림 대표는 “면접용 퍼스널컬러 진단 때 대게 화이트 셔츠에 검정 정장만 입고 오는데 톤 베이스에 따라 화이트도 어울리는 화이트가 다르다”며 “면접이라고 무조건 옅은 메이크업을 하기보다는 배우 김혜수 씨처럼 메이크업 할수록 이미지가 사는 경우 선을 살리는 메이크업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레드와 퍼플 계열이 잘 어울리는 분 중엔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가진 분들이 많은데, 이 경우 바지보다는 치마 정장이 더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당장 면접을 앞두고 있지만, 시간·돈의 여유가 없는 취업준비생들이 간단하게 자가진단하는 방법이 있다. 진 대표는 “머리를 묶은 채 햇빛이 비치는 창가, 백색 조명 아래서 흰색 천을 몸에 대고 회색, 검정, 남색과 같이 흔한 색상의 옷을 입어보면 어울리는 색상을 대략 찾을 수 있다”며 “유니클로와 같이 다양한 색상을 갖춘 브랜드 매장을 찾으면 좀 더 편리하게 진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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