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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가결#경제는] 부결보다 낫지만 ‘컨트롤타워’ 부재 어찌할꼬

비경제전문가 권한대행, 식물 기재부, 구조조정 스톱, 운신 폭 좁은 한은…“정치권이 정책 로드맵 보여야”

2016.12.09(Fri) 16:15:54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9일 국회에서 가결 처리됐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후 12년 9개월 만의 일이다. 경제계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이 부결보다는 한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며 가결 결정에 대해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부결됐을 경우 야당 의원들의 국회 의원직 사태에 따른 국회 해산, 촛불 시위 격화 등으로 정국이 혼란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던 탓이다. 

 

하지만 가결에도 현재 한국 경제를 둘러싼 곳곳에 암초가 산재해 있는 상태는 마찬가지다. 부결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환경일 뿐 자칫 방향타를 잘못 틀 경우 ‘한국호’가 좌초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한 야3당 의원들의 자리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 적힌 피켓들이 놓여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한국 경제에 닥친 가장 큰 문제는 ‘컨트롤타워’ 부재다.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됐지만 검사 출신인 황 총리는 사정 전문이지 경제 전문가는 아니다. 인사가 정지되면서 그동안 존재감이 없던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계속해서 기재부를 맡는 것도 악재다. 시장 신뢰가 높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 내정됐지만 대통령 탄핵으로 공중에 뜬 상태가 됐다. 

 

기재부는 12월 말에 ‘2017년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식물 상태인 부처가 대통령 탄핵 상황에 내놓은 정책안이어서 힘을 받기는 힘들다. 또 새로운 정부가 내년 중순쯤 들어설 가능성이 큰 것도 현 정부가 발표한 경제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해 탄핵이 확정되면 60일 이내에 대선이 치러지고 바로 새 정부가 들어서는 까닭에서다. 자칫 내년 상반기 내내 경제 정책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은 7일 2017년 경제전망을 내놓으면서 내년 상반기 경제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그동안 하반기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던 틀에서 벗어나 상반기에 추경을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내년 성장률을 2.4%로 잡으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2.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과 식물 지도부라는 잇단 타격을 받은 기재부가 추경안을 앞서서 만들어 내기란 쉽지 않다. 기재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상반기에 예산 집행률을 높여놓고 하반기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추경안을 내놓아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막는 것뿐이다. 

 

박근혜 정부가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손을 대기 시작한 구조조정 속도도 다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근혜 정부는 최근에서야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조선업 분야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했지만 이번 탄핵안 가결로 정부의 정책 집행력이 약화되면서 다시 제동이 걸리게 됐다. 또 여당이나 야당 입장에서도 내년 대선을 고려해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 금리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은행의 여력이 약화된 것도 한국 경제에 또 하나의 암초다. 정부가 마비 상황일 때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현재 한은 운신의 폭은 좁디좁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오는 13~14일(현지시각)에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하는데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한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강달러에 자금이 대거 유출되는 상황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내외 금리차가 줄어들면 자금 유출 속도는 더욱 빨라지게 된다. 한은으로서는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는 상황에 몰려있는 셈이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탄핵안 가결이 부결보다는 낫다는 것이지 한국 경제에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나마 내년도 예산안을 지난 2일에 미리 처리해서 불확실성을 일부 줄여놓은 것이 다행스러운 점”이라며 “정부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진 만큼 대선에 나서는 각 당이 탄핵 이후 정책 로드맵을 보여서 경제를 둘러싼 불안감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대선이 치러질 경우 바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게 되는 점을 고려해 미리 안정감 있는 인사들로 그림자 내각을 꾸리는 것도 방책”이라고 조언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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