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소장 박한철)로 넘어가게 됐다.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헌재가 가급적이면 빠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이르면 내년 4월쯤, ‘벚꽃 대선’을 치를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헌재는 “사건이 처음부터 헌재로 넘어올 줄 알았다”면서도 정치지형이 급변할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시사했다.
공을 넘겨받은 헌재의 진행 과정부터 짚어보자. 재판관 9명으로 구성된 헌재는, 국회가 탄핵소추의결서를 제출하면 전원재판부를 회부해 평의를 진행한다. 주심재판관이 이끄는 평의에서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를 따져보게 되는데, 이후 변론재판 시기 등을 결정한다.
통상 재판은 일반에 공개하고 구두변론을 원칙으로 하지만, 국가의 안전보장과 선량한 풍속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비공개로 열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최순실 게이트’가 언론의 공개로 시작된 점, 국익에 해가 되는 점이 없는 점을 감안할 때 공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 내 중론이다.
재판에는 탄핵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출석이 원칙이지만, 헌재에게 강제할 권한은 없다. 검찰 조사를 불응한 박근혜 대통령이 또 다시 불응할 가능성이 있지만, 출석에 응하지 않을 경우 당사자 없이 심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헌재의 판단. 대신 원활한 심판 진행을 위해 강력한 증거조사 권한이 보장되는데, 심리가 끝나면 헌법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한 가운데 6명 이상 찬성해야 탄핵이 결정된다.
헌재 관계자는 “주요 시국 때마다 헌재로 사건이 오는데, 이번 사안은 다소 다르다”며 ‘미국 닉슨 대통령 하야 사례’를 언급했다. 탄핵안이 가결됐지만, 헌재의 결정까지 최소 두 달 이상의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정치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38대 미국 대통령 닉슨의 하야 과정을 살펴보자. 닉슨은 1972년 6월 대통령 재직 시절, 재선을 하기 위해 비밀공작반을 워싱턴의 워터게이트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시켜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체포됐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리는, 도청 사건이 터지면서 닉슨 대통령은 1974년 8월 하야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 ‘탄핵’이 압박용 카드로 등장한다. 하야 결정 한 달 전인 1974년 7월, 미 하원 법사위가 헌법에 따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했고, 탄핵안 상원 통과가 확실해졌던 것. 닉슨 대통령은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하야를 결정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헌재는 이 과정에 등장하는 ‘사면권’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앞선 헌재 관계자는 “닉슨 대통령이 궁지에 몰렸을 때, 당시 제럴드 포드 부통령이 닉슨에게 형사 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사면을 제안했기 때문에 하야가 이뤄질 수 있었다”며, 박근혜 대통령 역시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만큼, 역동적으로 급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도 비슷한 구조로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 달리 형이 확정되지 않으면 사면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변수. 게다가 ‘부통령’이 권한을 받는 것이 명백한 미국과 달리, 권한대행에 불과한 황교안 총리 등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또 임명직인 황 총리가 대국민을 상대로 사면을 언급하는 것은 야당의 역풍과 반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닉슨 대통령을 하야시킨 포드 부통령도 당시 닉슨 대통령의 사면 때문에 정치적 부담을 무릅써야 했다.
헌재 관계자는 “차기 권력이 어디로 가는지 확실시 되지 않아서 그렇지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사면에 준하는 약속을 해주는 차기 대선 유력 후보가 나타나면, 하야를 그의 성과로 만들어주고 물러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이승만 대통령 역시 하야 결정 후 하와이로 물러나서 여생을 보내는 동안 형사 책임이 거론되지 않았다. 당시 정치권 내에 하야 후 책임 여부에 대한 판단과 약속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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