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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모리’ 50% 세일 뒤 가맹점주 피눈물 있었다

공급가 올리고 가맹점에 판촉비 전가 ‘꼼수’…공정위 과징금 11억 원 부과

2016.12.08(Thu) 21:12:14

평소 피부 관리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 최영희 씨(28). 쓰던 화장품이 다 떨어지거나 평소 구입하고 싶었던 품목이 있을 때 그는 바로 화장품 가게로 달려가지 않는다. 쓰고 있는 화장품을 최대한 아껴 쓰며 세일기간을 기다린다. 가격 할인은 기본, 원플러스원(1+1) 행사를 통해서는 원래 가격에 상품을 두 개나 가져갈 수 있고, 리필 상품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가 하면 에센스 구입에 마스크팩 5장을 끼워주는 등 그야말로 ‘득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여 눈여겨 둔 상품이 품절될까 세일이 시작되자마자 퇴근 후 곧장 매장으로 달려간 최 씨는 그야말로 물건을 쓸어 담다시피 했다.

고객들에게는 반가운 화장품 세일기간, 그런데 그 뒤에 가맹점주의 피눈물이 있었다. 2007년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해온 화장품전문점 ‘토니모리’ 얘기다.

화장품가맹업체 토니모리는 판촉비용 정산 기준을 가맹점주에 불리하게 바꾸고 할인행사 비용을 전가하는 등 불공정 행위로 공정위에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토니모리는 가맹사업 초기부터 반반씩 부담하던 할인비용을 2011년부터 기존 ‘소비자판매 가격 기준 5:5’에서 ‘공급 가격 기준 5:5’로 변경하기로 내부방침을 바꿨다. 그리고 회원 대상 상시 할인은 3월부터, 빅세일 등 할인행사에서는 10월부터 변경된 정산 기준을 적용했다.

1만 원짜리 화장품이 있다고 하자. 해당 상품을 50% 할인 판매하는 경우 기존에는 할인 비용 5000원에 대해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업자가 각각 2500원씩을 부담했다. 이 제품의 공급 가격이 2500원이라면, 변경된 정산 기준 변경 이후에는 이 금액의 50%인 1250원만 본사가 부담하고, 가맹점사업자는 할인 비용 5000원의 나머지인 3750원을 부담하게 됐다. 가맹점주가 1250원을 더 부담하게 된 것이다. 가맹점 사업자에게 불리한 정산 기준으로 바뀐 것이다. 2012년에 새롭게 등장한 빅세일 10% 할인행사는 할인 비용 전부를 가맹점 사업자에게 부담시키기도 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토니모리는 2012년과 2013년 판촉비용 정산 기준 변경뿐 아니라 빅세일 10% 할인행사 비용 전액을 가맹점에 전가, 가맹점주 1인당 889만 원과 1000만 원을 추가로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니모리는 할인 비용 정산 기준을 변경하고 오히려 할인 행사를 확대 시행했다.

영업지역 축소 행위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가맹사업법 개정으로 2014년 8월 14일 이후 가맹본부는 계약서에 가맹점 사업자의 영업 지역을 반드시 설정하고 영업 지역 내에 동종 업종의 가맹점이나 직영점 설치가 금지되어 있다. 그런데 토니모리는 2014년 8월 14일 이후 기존의 73개 가맹점사업자들과 가맹 계약을 갱신하면서 시흥점 등 63개 가맹점을 도보 30미터, 남원점 등 10개 가맹점은 도보 100미터를 영업 지역으로 설정했다. 

기존 가맹점 간 거리가 30미터 혹은 100미터보다 훨씬 먼 거리에 소재하고 있었지만 새로운 계약에서 영업 지역을 30미터 또는 100미터로 턱없이 좁게 설정해 영업지역이 실질적으로 대폭 축소된 것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러한 행위는 토니모리의 두 번째 브랜드 ‘라비오뜨’의 출점을 위한 꼼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토니모리는 11개 가맹점 사업자와는 가맹 계약을 갱신하면서 특수 상권에 위치한 점포라는 이유로 영업지역을 불명확하게 설정하기도 했다. 특수 상권은 지하철 역사, 대형마트, 쇼핑몰, 백화점 등 수요층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안정적인 지역인데 명동점의 경우 영업 지역을 ‘외국인 상권’이라고 설정하여 실제 외국인 상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히 알기 어렵게 한 것이다. 이는 가맹본부가 영업지역을 자의적으로 축소 해석할 여지가 있어 가맹점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가맹점 계약 갱신 거절 및 물품 공급 중단 행위도 적발됐다. 토니모리는 2013년 3월 무렵 한 가맹점과 협의 없이 도보 200미터 옆에 또 다른 점포를 개설, 기존 매장의 매출이 급감하는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공정위는 2014년 시정명령을 부과, 문제가 해결된 듯했다.

그런데 토니모리는 2015년 1월경 피해를 입은 가맹점에 가맹 계약 갱신 조건으로 ‘영업 지역 도보 100미터’를 제안하고, 수락하지 않을 시 계약 갱신이 되지 않음을 통보했다. 불리한 조건에 가맹점주가 거부의사를 나타내자 본사는 계약 갱신을 거절하고 물품 공급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공정위는 토니모리의 이러한 행위들이 불공정한 거래는 물론 부당한 거래 거절에 해당한다고 판단, 지난 1일 경고를 포함한 시정명령과 함께 10억 7900만 원에 해당하는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권혜정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 가맹거래과장은 “최근 화장품뿐 아니라 전 업종에서 브랜드 간 치열한 경쟁으로 가맹본부가 다양한 판촉행사를 기획하고 있지만 관련 비용은 가맹점 사업자에게 전가하는 행위가 빈발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를 통해 판촉비용 전가 등과 관련한 불공정한 거래 행태 개선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상권에서 가맹점을 운영 중인 익명의 창업자는 “비슷한 가격의 브랜드가 많아서 경쟁이 치열한데 가까운 곳에 같은 브랜드 매장까지 있어서 항상 매출에 긴장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공정위 결정으로 본사가 가맹점에 좀 더 신경을 쓰는 쪽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미영 창업에디터

may42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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