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사실상 시한부가 된 박근혜 정부. 방위산업은 박근혜 정부 들어 창조경제의 하나로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국산무기 전력화 행사마다 참석해 방위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방위산업을 창조경제의 핵심 분야로 키워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의 방위산업 성적표는 과연 몇 점이나 될까?
80점: 한국형 전투기 사업결정
한국형 전투기 사업은 우리 공군이 사용 중인 노후 전투기(F-4, F-5)를 대체하기 위한,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지난 2001년 3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산 전투기 개발을 천명한 이래, 이후 정권마다 찬반양론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사업이었다. 특히 15년간 사업 타당성을 놓고 기관마다 엇갈린 보고서를 내놓아, 노무현, 이명박 정부 때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폭탄 돌리기’가 계속되는 형국이었다.
박근혜 정부 취임 초기에도 마찬가지였으나, 2014년 9월 전격적으로 사업 추진 결정을 내렸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은 건국 혹은 건군 이래 최대 규모(18조 원)의 무기개발 사업이다. 자주국방 실현과 국내 방위산업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결정 이후 추진 과정에서 정부의 매끄럽지 못한 일 처리로 인해, 미국과의 기술이전 문제가 붉어진 점은 오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50점: 방위산업 비리 수사
2014년 10월 1600억 원을 들여 건조한 통영함의 납품비리가 드러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그리고 11월 정부는 검사 18명을 포함한 117명으로 구성된, ‘방위산업비리 정부합동조사단’을 출범시켰다. 이렇게 출범한 합수단은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해군 통영함, 소해함 사업, 공군 전자전훈련장비 납품, 해상작전헬기 도입 등을 수사했다. 그 결과 전·현직 장성급 10여 명 등 70여 명을 기소했고, 지난해 말 활동을 종료했다.
범죄와의 전쟁을 연상시켰던 방위산업 비리수사를 통해, 국내 방위산업을 투명하게 만든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부정적인 영향이 더 컸다는 것이 국내 방위산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특히 비리로 지적되었던 사업들은 국내 개발된 무기들이 아니라, 해외 도입된 무기들로 국내 방위산업체들과는 연관성이 없었다. 하지만 국내 방산업체까지 마치 비리의 온상처럼 매도되면서, 방위산업계 전체를 위축시키게 만들었다.
낙제: 방위산업정책의 실종
지난 1970년대부터 시작된 국내 방위산업은 40년여의 세월을 거치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시작 무렵에는 미국의 구형 무기를 복제해 만들어내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같은 최첨단 무기들을 우리 손으로 개발하고 생산까지 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 시발점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자주국방’이 있었다.
이후 정권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방위산업정책이라는 것이 있었다. 예를 들어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방위산업의 투명성을 위해 방위사업청을 만들었고, 이명박 시절에는 방위산업 전문화·계열화 제도 폐지를 통해 방산업체 간의 무한경쟁 시대를 열었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방위산업정책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방위산업을 창조경제의 핵심 분야로 키운다는 얘기도, 이명박 정부 때의 신성장동력화 정책과 큰 차이가 없다. 또한 방위산업체 간의 인수·합병을 비롯한 각종 구조조정이 필요한 ‘골든타임’임에도 불구하고, 시장논리에 맡겨둔 채 정부는 나 몰라라 뒷짐만 지고 있다. 허송세월한 지난 4년여 동안의 시간이, 이후 우리나라 방위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걱정이 앞설 뿐이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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