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국정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의 최대 무역시장인 중국이 전방위적 무역 규제에 나서 우리 경제에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들어 국산 조제분유 규제 확대, 화장품 통관 절차 강화에 이어 전기차 배터리 인증기준 변경 등 무차별 규제로 한국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부지를 제공한 현지 진출 롯데 그룹 계열사들에 대해 중국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조사가 벌어졌다. 중국의 보복이 현실화 됐으며 이런 현상은 박근혜 정권 교체 시 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 무역규제 점입가경
중국 정부는 지난 달 조제분유 규제를 대폭 강화한 데 이어 다음 달부터 중금속 함유량 기준을 대폭 강화한 화장품 품질관리 규정을 새롭게 시행키로 했다. 두 조치 모두 한국산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식품과 화장품 통관 불합격 건수도 급증했다.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이 한국산 식품과 화장품에 수입통관 불허 조치를 내린 건수는 총 148건으로 대만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중국은 또 지난 9월 한국산 설탕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사를 시작했고, 10월에는 일부 화학제품 등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도 착수했다. 최근에는 한국산 태양광재료인 폴리실리콘에 대해 반덤핑 관세율 재조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반덤핑 조치는 특정 국가를 타깃으로 하는 대표적인 보호무역 조치의 하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일 대(對) 중국 통상현안과 현지 투자 기업의 애로사항을 점검하기 위해 한·중 통상관계 점검회의를 열고, 중국의 다양한 형태의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관계부처 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산업부는 국제규범에 위배되는 조치에 대해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 등 관련 규범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가기로 했다.
# 10월부터 본격화, 상당 기간 지속 전망
기획재정부의 한 서기관은 “올 들어 8월까지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새롭게 제소한 반덤핑, 세이프가드 등 관세 장벽은 한 건도 없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 10월 경북 성주 롯데 골프장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 난 이후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특히 최근 사드 부지를 제공한 중국 현지에 진출한 롯데 그룹에 대해 중국 정부가 세무·위생 등의 대대적 조사를 펼친 것을 감안하면 사드 보복이 현실화 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와 경제전문가들은 한·중 경제 의존도가 심화된 만큼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이에 대해 유일호 경제부총리 한 측근은 “최순실 사태로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아지자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 조치에 본격 나선 것”이라며 “중국은 사드를 미국의 아시아판 MD(미사일 방어 체제)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야권의 방침이 사드 배치 전면 재검토 내지는 백지화인 만큼 중국 정부는 사드 보복 조치를 통해 한국 정부를 압박에 나서 중국의 핵심 이익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중국의 핵심 이익은 ▲공산당 영도, 사회주의 제도 및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길 ▲주권유지, 영토안보 확보, 국가통일 ▲경제사회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기본보장이다. 이 세 가지 핵심이익에 반하는 모든 사안에 강경 대응한다는 게 중국의 국가 전략이다. 사드는 이 가운데 두 번째 핵심 이익에 반한다고 중국 정부는 보고 있다.
이 인사는 “중국 정부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박근혜 정권과 잘 지낼 이유가 없어졌다. 중국은 핵심이익에 반한다고 생각되면 경제적 손해를 보더라도 사드 보복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며 “한국 정권 교체 때까지 계속 되지 않을까 싶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정권 교체 후 사드 전면 재검토 내지 백지화를 위한 지렛대로 사용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구경모 영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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