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의 흐름을 설명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기가 바로 “한국 사람들은 소형 평형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아래 그래프에 나타난 것처럼, 2007년 이후 전국 아파트 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소형 아파트의 상대적인 강세 흐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참고로 대형 평형 아파트란 전용면적 기준으로 95.9㎡ 이상을 의미하며, 반대로 소형 평형 아파트란 전용면적 62.8㎡ 미만 아파트를 의미한다.
한국 사람들이 소형 아파트를 좋아하고 또 소형 아파트의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소형 아파트 가격의 상승을 지지한 요인은 어디에 있을까?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라 소형 아파트의 수요가 증가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사실 1인 가구의 소득이 높지 않기에 ‘고가’의 아파트보다는 오피스텔이나 다세대의 원룸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이를 정확하게 설명한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선진국의 사례를 보아도 소득이 증가할수록 1인당 주택면적이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소형 아파트의 선호가 갈수록 높아지는 현상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읽은 책 ‘공간의 가치’는 오랜 고민을 한번에 풀어주었다.
‘공간의 가치’를 집필한 현직 감정평가사인 박성식 박사는 다음과 같이 한국 특유의 문화를 설명한다.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에 한 평의 공간이 아쉽습니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공간을 잘 활용합니다. 얼핏 보면 비슷하고 정형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죽은 공간을 최소화하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최적의 해결책입니다.
주거전용면적이 동일한 한국의 아파트와 외국의 것을 비교하면, 우리나라 아파트 평면이 얼마나 우수하고, 공간을 넓게 활용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외국의 공동주택을 가보면 우리나라의 30평 아파트로 느껴지는 것이 40평인 경우가 많습니다. -본문 76쪽
한국의 평면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게 사실이다. 나 역시 여의도의 오래된 아파트에 거주했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40평대 아파트조차 그리 넓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성식 박사는 2006년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아파트발코니를 불법으로 확장해서 내부공간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006년에 아파트 발코니 확장을 합법화하면서 이 현상이 더욱 심해집니다. 아예 발코니 확장을 염두에 두어 주택을 설계하며, 발코니 확장비용을 분양가 옵션으로 선택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세대가 발코니를 확장합니다. 그리고 주택면적 체계가 왜곡됩니다.
2006년 이전 공급된 30평과 2006년 이후 공급된 20평은 실사용 면적이 비슷합니다. 발코니 확장 합법화로 사실상 면적 증가효과가 발생한 것입니다. 신규 분양 아파트 30평은 기존 40평과 실사용 면적이 비슷하니, 너무 넓은 40평 아파트는 필요 없습니다. 2006년 이후 발생한 소형 주택 선호현상 중 일정 부분은 발코니 면적 왜곡이 만든 착시현상입니다. -본문 78~79쪽
이 책 덕분에 한국의 ‘소형 주택 선호’ 현상의 진실을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한국의 ‘소형 주택 선호’ 현상은 사실은 ‘신평면 선호’ 현상이라고 불러야 더 적합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2006년 이전에 공급된 아파트는 소형 평형이라 해도 상대적으로 외면 받을 수 있으니, 주택 구입을 염두에 둔 투자자들은 꼭 언제 완공되었고 어떤 평면을 채택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필자는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2011년 명지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 12월 한국금융연구원에 입사한 후 교보증권, 굿모닝증권에서 경제 분석 및 정량 분석 업무를 담당하며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운용팀장을 거쳐, 현재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에서 투자전략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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