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과 존 레논, 스티브 잡스, 해리포터, 심지어 김구 선생님까지. 이들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이미지 중 단연 강렬한 것은 안경이다. 소피아 로렌과 오드리 햅번, 엘비스 프레슬리, 톰 크루즈, 맥아더 장군, 영화 ‘매트릭스’의 모피어스 등을 떠올리면 선글라스 쓴 모습부터 연상된다. 이렇듯 각자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요소로 안경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자신의 얼굴과 전체적인 스타일에 맞는 안경을 찾아내는 건 아주 어려운 숙제다. 이른바 ‘인생안경’을 만나야 하는데, 스티브 잡스는 일본에서 마음에 드는 안경을 찾고는 100개를 한 번에 구입했다고 한다. 사실 잡스는 이세이 미야케의 터틀넥 티셔츠도 수백 벌씩 사놨던 사람이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고하게 구축한다는 건 아주 중요하다. 안경이든 옷이든 이것저것 써보고 입어봐야 어떤 게 잘 어울리는지 안다. 오랜 경험과 풍부한 소비 끝에 자신에게 맞는 걸 찾아내면 그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도 정말 다양한 안경을 써봤다. 근 30년 가까이 안경을 써온 사람으로서 다양한 브랜드와 다양한 스타일을 써보면서 지금의 안경을 만났다. 이젠 같은 브랜드와 같은 스타일 제품만 고수한다. 아주 가벼운 티타늄 안경테가 낀 듯 안낀 듯해서 좋지만, 짙은 브라운 컬러의 얇은 라인이 주는 세련됨도 좋다. 물론 국제적인 디자인상을 받은 유명 디자이너의 안경이란 점도 좋다. 결정적으로 이 안경을 쓴 후 좀 더 밝고 여유로운 이미지가 된 것도 좋다. 나이가 더 들어서 흰머리도 더 많아지고 얼굴의 주름도 깊어져 전체적인 이미지나 스타일에 변화가 오기 전까진 안경에 변화를 줄 생각이 없다.
안경 고르는 게 쉬운 듯하지만 꽤 어렵다.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안경을 찾는 건 남자에겐 아주 중요한 미션이 아닐 수 없다.
누구나 안경을 쓴다. 안경을 눈이 좋지 않아서 쓰는 보조도구로만 여기는가? 선글라스는 햇빛에 눈부실 때만 쓴다고 생각하는가? 심지어 안경알 없이 안경테만 쓰는 이들도 있고, 실내에서도 선글라스를 쓰는 이들도 있다. 그건 안경이 주는 스타일링 효과 때문이다.
안경은 그 사람의 이미지에 아주 큰 영향을 준다. 안경이 얼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커서이기도 하고, 가장 강조되는 위치인 눈을 둘러싸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인위적인 라인이 안경을 통해 얼굴 위로 그려진다. 그 라인이 때론 지적으로도, 때론 섹시하게도 보인다. 물론 자신의 얼굴과 미스매치하면 범생이 같거나 나약한 이미지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안경 덕분에 본래 얼굴이 가진 이미지를 좀 더 멋지게 바꾼 이들도 있다. 안경은 가장 중요한 액세서리인 것이다. 시계나 반지, 목걸이 등 그 어떤 액세서리도 얼굴 중간에 하는 건 없지 않은가?
요즘은 누구나 선글라스 한두 개쯤은 가지고 있는 듯하다. 선글라스를 액세서리처럼 그날 입는 옷에 따라서, 헤어스타일이나 어떤 장소에 가느냐에 따라서 바꾸기도 한다. 안경도 마찬가지다. 얇은 금속테와 두꺼운 뿔테로 서로 대비되는 걸 준비했다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바꿔 끼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이, 얼마나 다양하게, 얼마나 비싼 브랜드를 가졌느냐가 아니다. 얼마나 자신의 얼굴에 잘 어울리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지금 당신의 안경 쓴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객관적 시선으로 들여다보라. 주위 사람들에게도 의견을 구해보자. 이왕이면 디자인이나 패션 등 시각적 분야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 좋다. 당신이 어떤 모습으로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지, 어떤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은지를 먼저 말해줘라. 그렇게 해서 보다 객관적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이미지와 자신이 선택한 안경이 잘 맞는지를 확인해보자.
더 이상 안경을 눈이 좋지 않아 쓰는 보조도구로만 여길 필요가 없다. 눈이 안 좋다면 콘텍트렌즈도 있고, 라식, 라섹 같은 시력교정수술도 있다. 따라서 안경을 고수하고자 한다면, 안경이 만드는 스타일과 이미지에 더 신경을 써보자.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드는 게 바로 안경의 선택이다. 당신의 첫인상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