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구절초(국화과, 학명 Dendranthema zawadskii (Herbich) Tzvelev)
구절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야생화이며 가을꽃이다. 전국 어디서나 가을이면 쉽게 만날 수 있는, 눈부시게 새하얀 꽃을 무더기로 피워내는 야생화이다. 꽃이 화려하면서도 청초하고 소박하다. 꽃 이름도 토속적이고, 정감이 가는 정겨운 이름이다.
구절초는 백의민족인 우리 선조들과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내온 멋과 문화, 풍류가 깃든 야생화이다. 1년 농사를 마무리하는 음력 9월 9일 중양절은 구절초의 날이었으며 이날에 채취한 구절초는 약으로 유용하다고 전해 와 민가에서는 이 무렵 구절초를 채취해 말려 약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또 중양절에는 국화전과 화채로 조상께 차례를 올렸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구절초의 가족을 살펴보면 종류가 다양하다. 꽃과 잎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구절초, 가는잎구절초, 산구절초, 바위구절초, 남구절초, 한라구절초, 서흥구절초, 낙동구절초, 포천구절초 등으로 구분한다. 구절초는 산구절초보다 키가 크고 잎이 국화잎을 닮았고 얕게 갈라지며 주로 인근 야산에 자란다. 산구절초는 건조하고 한랭한 고위도 지역이나 높은 산악 지역에 분포하며 잎이 더 깊게 갈라지고 키가 작다. 그러나 이들을 통틀어 보통은 구절초라 부르며 한방과 민가에서는 산구절초, 바위구절초 구분 없이 술을 담거나 약재로 사용했다고 한다.
하늘 맑고 높아진 가을이 되어 하얀 구절초 꽃송이 하나둘 피어나면 어린 시절 구절초 꽃을 따러 옆집 누나 따라 앞산 이 골 저 골 헤매 돌던 그 옛날이 생각난다. 하얀 저고리에 흰 수건 질끈 동여맨 채 집안일, 밭일 억세게 해대고 사시사철 쉬지 않고 틈나는 대로 나물 캐러 산으로 들로 바지런 떨어야 했던 착하디착한 그 누나의 슬픈 눈망울이 생각난다. 더구나 한여름 무성했던 푸른 잎새들이 지난날의 흔적 지우듯 낙엽 되어 하나둘 어디론가 쓸려 사라져 가는, 바람결 차갑고 싸늘한 늦가을이 되면 더더욱 생각이 난다. 산등성이 바위틈에 한들거리는 하얀 구절초 꽃무리가 마치 하얀 저고리 흰 수건의 그 누나가 잠시 일손 놓고 앉아 있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찬 서리 아랑곳하지 않고 소담스레 무리 지어 짙은 향기 날리며 밝고 화사하게 가을을 맞이하는 청초한 꽃 무더기, 외로운 산속의 맑고 하얀 구절초에서 잊었던 그 옛날 어린 시절의 누나를 본다.
구절초
바람 드센 영마루
험준한 바위틈에
청초하게 피어나는 구절초.
빈 하늘에 길 찾는 기러기
떼 지어 나는 가을
별도 달도 잠든 밤,
구절초 꽃잎에
무서리는 밤새 내리 쌓인다.
아침 햇살 머금은
꽃잎의 이슬방울
방울진 하얀 꽃,
쉬임없이 한들거리는
가냘픈 꽃대.
가난에 지친 긴 긴 봄날
하얀 탱자꽃 언덕 아래
까닭 모를 눈물방울에 어룽진
내 누이의 슬픈 눈망울을 본다.
가냘픈 몸매에
하얗고 맑은 슬픈 미소를 본다.
박대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