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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일기] 비운의 가수 ‘포스트 이효리’ 아이비

루머에 “자숙하겠다”고 대응하자 추락…불평등한 그라운드가 만든 피해자

2016.12.05(Mon) 13:29:47

한국에서 가장 많이 ‘비킨’ 가수, 가장 많이 치인 가수는 누구일까?  

 

21세기에 후배들한테 가장 많이 치인 가수는 단언컨대 이효리다. ‘10 minutes’로 초대형 솔로 여가수가 된 이효리는, 그 이후 데뷔하는 모든 여자 후배 가수들에게 치이는 신세가 됐다. “이효리, 비켜”, “비켜라, 이효리”, “이효리를 넘는다” 등 온갖 신인 여가수들이 ‘포스트 이효리’를 자처하며 이효리를 저 멀리 비켜 세우려 했다.  

 

그녀의 유혹은 강력했다. 사진=엠카운트다운 캡쳐


하지만 그 어떤 가수도 이효리의 아성을 넘기는커녕 가까이 다가서지도 못했다. 태양 가까이에 다가가려고 한 이카루스처럼 날아오기는커녕 날개를 만들지도 못한 가수가 태반이었다. 다가가려고 할수록 이효리는 멀어져갔다. 그렇게 이효리는 애니콜 시리즈의 광고를,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한국의 섹시퀸이자 대체불가능한 여가수가 됐다. 

 

그 와중에 ‘포스트 이효리’에 가장 가까웠던, 아니 이효리를 넘을 수 있던 가수가 한 명 있었다. 바로, 아이비다. 혹자는 손담비를 내세울 수도 있으나, 그녀의 기세가 이어진 기간은 너무나 짧았으며 가수 개인보단 작곡가 용감한 형제의 덕이 컸다. 가창력 역시 이효리를 뛰어넘는다고 할 수 없었다.  

 

아이비의 데뷔는 미비했다. 1집 앨범의 타이틀곡 ‘오늘 밤 일’로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지도 못했으며, 후속곡 ‘A-ha’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녀만의 미모와 독특한 분위기는 묻힌 앨범 성적과 달리 묻히지 않았다. 팬들 사이에서 그녀는 “언젠간 터질 블루칩”으로 평가받았다. 

 

그녀의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고혹스럽게 시청자를 바라보며 섹시한 춤을 추는데 립싱크가 아닌 라이브로 무대를 처리했다. 심지어 김동률의 ‘For you’에 나와 지상파에서 보여주지 못한 발라드 실력도 뽐냈다. 엄정화와 이효리의 단점으로 꼽히던 가창력 문제에서 자유로웠으며 섹시함과 비주얼은 오히려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맙소사’가 인정한 아이비 라이브실력이다. 사진=구글 검색 화면


될 놈은 된다는 말처럼 아이비의 진가는 2집에서 곧바로 드러났다. 2집 ‘유혹의 소나타’로 아이비는 2007년을 지배했다. 2007년 상반기를 아이비의 해로 만들며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케이블 음악프로그램을 모두 휩쓸었다. 고딕 스타일의 정장을 입고 악마스러운 마귀 춤을 춰도 섹시하고 매력적이던 아이비의 전성기였다. 발라드 후속곡 ‘이럴 거면’과 댄스 후속곡 ‘Cupido’ 역시 대박을 쳤다.  

 

럭셔리한 섹시, 발라드 되는 섹시 가수, 노출 없는 섹시 가수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이미지로 아이비는 음악시장을 휩쓸었다. ‘뮤직뱅크’에서는 상반기 결산 1위를 차지했으며 그해 골든디스크에선 음원대상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광고시장 역시 휘어잡았다. 스포츠 브랜드와 화장품 브랜드 등의 광고모델을 꿰찼으니 말이다. 이효리의 라이벌이 아니라, 이효리를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여가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치명적인 스캔들이 터져버렸다. 2007년 11월 이야기로, 가수 휘성과 일반인 전 남자친구 사이에서 아이비가 양다리를 걸쳤다는 것이었다. 이 루머의 한복판에는 소위 ‘아이비 동영상’이 있었으며, 결국 루머로 끝나긴 했으나 솔로 여가수에겐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아이비는 당시 이 루머에 대해 루머임에도 불구하고 “자숙하겠다”고 대응했으며 이는 대중에게 루머가 루머가 아니라 사실이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 우아한 섹시함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던 아이비에게 양다리 루머와 동영상 루머는 그녀가 그간 쌓아온 모든 이미지를 한 번에 무너뜨렸다.  

 

간간이 TV에 출연하는 아이비, 잘됐으면 좋겠다. 사진=엠넷 쇼미더머니 화면 캡쳐


그 후 아이비는 소속사 대표의 앨범 제작비 횡령 등으로 인해 약 2년간의 공백을 가졌으며, 이후 ‘Touch me’로 컴백했으나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이렇게 대형 여자 솔로 가수가 묻히는가 했으나 다행히 뮤지컬로 성공적으로 전직해 커리어를 탄탄히 쌓아가고 있다.  

 

아이비는 단언컨대 이효리 이후 최고의 대형 솔로 여가수였다. 아이유가 ‘좋은 날’로 국민 여동생이 되기 전까지 여성 솔로 가수의 공백은 아이비의 추락으로 인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아이비의 추락은 여러 경로로 해석할 수 있다. 혹자는 개인의 사생활 관리 실패로 혹자는 여가수에게 들이대는 유난한 잣대라고 해석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소한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는, 적어도 2년의 공백과 주홍글씨로 남지 않을 수 있던 루머가 족쇄가 된 것은 단순히 사과 전략의 실패로 치부할 수는 없다. 남성 가수들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조용히 복귀하는 것과 달리 여성 가수는 범죄가 아닌 루머도 쉽게 극복하기 어렵다. 아이유 사태 때 은혁이 화살을 피한 것처럼, 한국 여가수들은 아직까지 불평등한 그라운드를 뛰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 

구현모 알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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