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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다시 살아난 촛불의 과학

촛불집회 참가자 수를 추산하는 과학자들을 보며 패러데이를 떠올리다

2016.12.05(Mon) 10:56:11

이공계열 대학생들은 대개 1학년 때 필수과목으로 일반물리학을 1년 동안 공부하게 된다. 그런 경우 1학기에는 역학, 2학기에는 전자기학을 주로 다루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때쯤이면 대체적으로 학생들은 전류가 만들어내는 자기장(전자석의 원리), 전류가 흐르는 전선이 자기장 속에서 받는 힘(전동기의 원리), 자기력선 다발의 변화로 만들어지는 전류(발전기의 원리) 등을 배우게 된다. 여기서 마지막으로 예를 든 발전기의 원리(전자기 유도 현상)에 관한 기본적인 법칙은 발견한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의 이름을 따라 ‘패러데이의 법칙’이라 부른다.

 

마이클 패러데이의 초상화. 사진=위키피디아

 

 

 

패러데이의 일생과 업적을 살펴보면 전형적인 위인전에 어울리는 사람인 것을 알게 된다(부모님이 자식에게 훈계를 할 때 보기로 들기 딱 좋은 사람이다!). 런던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패러데이는 읽기, 쓰기, 산수 정도만 배우고는 더 이상의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다. 14세 때부터는 책을 만들고 제본하여 판매하는 제책상의 조수로 들어가 도제 교육을 받으며 돈을 벌어야했다.

 

그러나 패러데이는 그곳에서 많은 책들을 읽으며 독학을 하게 되고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유명한 과학자들이 하는 대중강연을 들으며 강의노트를 열심히 기록했다. 당시에 가장 이름이 알려진 과학자 중의 한 명인 데이비(Humphry Davy)에게 자신이 기록한 강의노트를 선물하며 구직 활동을 펼친 끝에 그의 조수가 된 패러데이는 결국 독립된 과학자로 성장하기에 이른다. 제책상의 일꾼에서 과학자의 잡일을 돕는 조수로, 그리고 마침내 훌륭한 과학자에 이르는 궤적만 따라가는 것으로도 위인전에 어울리는 인물이라는 평에 수긍을 할 것이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그의 입지전적 삶과 업적만으로 그가 존경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품성도 훌륭하였으며 겸손하고 검소하였다. 귀족이 되는 것을 거부하거나 봉급을 포기하기도 하는 등, 필요 이상의 부와 명예는 거부하였고 자신의 연구 성과에 특허를 얻지도 않았다.

 

또한 패러데이는 대중에게 과학의 성과를 알리는 일에도 적극적이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금요 야간 강연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은 많은 인기를 끌었고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은 1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860년 크리스마스 강연에서 6회에 걸쳐 양초를 주제로 한 강연은 가장 유명하며 ‘양초의 화학사(The chemical history of a candle)’라는 책으로 출판되었다.

 

왕립연구소에서 크리스마스 강연을 하는 패러데이. 사진=위키피디아


이 강연에서 그는 양초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타오르는지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흥미롭게 보여준다. 그리고 촛불의 불꽃을 설명하며 연소 과정에 얽힌 여러 물리/화학적인 내용을 밝히고 마지막으로는 여러 기체들과 호흡에 대한 이야기로 그 범위를 넓혀간다. 과장하면, 촛불이라는 단일한 주제로 과학교과서를 쓴 셈이다. 

 

강연의 마지막에서 그는 촛불의 연소에서 초와 주위 환경의 상호작용을 상기시키며 인간의 삶도 그러함을 강조했다. “여러분의 생명이 양초처럼 오래 계속되어 이웃을 위한 밝은 빛으로 빛나고, 여러분의 모든 행동이 양초의 불꽃과 같은 아름다움을 나타내며, 여러분이 인류의 복지를 위한 의무를 수행하는 데 전 생명을 바쳐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별 것 아닌 듯한 촛불 하나로 그는 대중과 과학의 두 세계를 연결하고 다시 새로운 세상으로의 꿈을 함께 나눈 것이다. 

 

12월 3일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 모습. 주최 측은 이날 약 170만 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최근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의 수를 추산하는 과학자들의 다양한 노력이 화제가 되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약 15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영국이 아닌 한국에서 다시 촛불의 과학을 가지고 대중과 함께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이 여러 방법으로 촛불 시위의 참가 인원수를 어림계산해보고 그 과정에서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대중도 같이 의견과 자료의 공유를 함께하는 상호작용을 거친다. 

 

패러데이가 강연장이라는 특정의 공간에서 어느 정도 일방적인 강연을 통한 ‘새 세상의 꿈’을 나누었다면 21세기 한국에서는 열린 공간인 인터넷에서 과학자들과 대중이 함께 그 꿈을 나눈다. 패러데이의 꿈은 여기서 다시 시작이다.

정인철 사이언스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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