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노무현 연설비서관이 본 박근혜 3차 담화문 “왕조적 사고 드러나”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특히나 사과문에 많은 노력…좋은 글에는 독자가 있다”

2016.12.02(Fri) 18:14:32

실패의 반복이었다. 지난 11월 30일 박근혜 대통령은 10월 25일, 11월 4일에 있었던 1·2차 담화 이어 제 3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전과 달리 ‘내려놓았습니다’, ‘물러나겠습니다’와 같이 얼핏 들으면 모든 권한을 포기한 듯한 표현을 반복해 썼음에도 최근 한국갤럽이 발표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인 ‘4%’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문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담화문에는 왕조적인 생각이 뭍어난다”고 말했다.  사진=강원국 제공

 

반면 대통령 연설문에 유독 공을 들였다고 알려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치는 올라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듯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글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은 방송 출연과 인터뷰 등으로 누구보다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가 지난 2014년 발간한 저서 ‘대통령의 글쓰기’는 최근 돌연 대형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들었다. 최순실 씨의 청와대 연설문 개입으로 불거진 ‘최순실 게이트’가 대중에게 대통령 연설문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덕이다. 

 

박 대통령의 연설이 늘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 강 전 비서관은 ‘비즈한국’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진실이 아니기 때문이고 다음은 생각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며 "사과문을 쓸 때는 법적인 측면, 국민들의 인식, 그리고 본인의 생각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데 이번 사과문은 법적인 측면만 고려한 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무현·김대중 대통령은 엄청난 ‘독서광’이었다. 공식 일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독서로 시간을 보냈다고 보면 된다. 글을 잘 쓸 수밖에 없다”며 “생각하는 힘을 가지지 못한 박 대통령의 연설문은 그래서 표현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신경 쓴다고 한들 나아짐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박 대통령이 말하는 것만 들어봐도 주어와 술어가 맞지 않아 영혼이 없어 보인다. 오죽하면 번역기를 돌려야 한다는 말이 나오겠느냐”고 지적했다.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도 2012년 발간한 자서전 ‘i 전여옥’을 통해 박 대통령의 인문학적 소양에 대해 혹평한 바 있다. 전 전 의원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서재에 방문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서재에 일단 책이 별로 없었고 증정 받은 책들만 주로 있어 통일성을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여기가 서재인가’하는 생각을 했다”며 “정치적 식견·인문학적 콘텐츠도 부족하고 신문기사를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3차 대국민 담화 이후에도 4%대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강 전 비서관에 따르면 이번 3차 대국민사과문은 박 대통령이 가진 ‘왕조적 사고’를 보여준다. 그는 “단 한 순간도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박 대통령은) 자신이 국가와 동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익과 국익의 경계가 없다”며 “사람을 죽여도 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박정희 대통령의 왕조적인 사고를 보고 배웠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강원국 전 비서관이 곁에서 지켜 본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특히나 사과문에 많은 노력을 들였다. 그는 “사과란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사과문의 초안을 모두 본인이 작성하셨다. ‘글은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쓰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게 특히 기억에 남는다”며 “김대중 대통령도 사과문 같은 경우에는 꼼꼼히 살피시며 거의 새로 쓰시다시피 하셨다”고 회상했다.  

 

좋은 연설문을 쓰는 방법으로 강 전 비서관은 ‘독자’를 고려할 것을 강조한다. 그는 “자기중심적으로 자신의 지식과 생각을 말하려고만 하기보다 글을 읽는 사람이 이 글을 통해서 사실, 관점, 감동 등 무엇을 얻을 수 있을 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글을 읽었는데 아무것도 얻는 게 없다면 당연히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없다”고 말했다. ​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핫클릭]

· 박근혜 3차 담화 “경제 불확실성에 기름 끼얹은 격”
· [긴급] 박근혜 대통령 제3차 대국민 담화 전문
·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 ‘피의자 박·우’ 동시 압박
· 김병준 와이드 인터뷰 “새 세상 만들 절호의 기회”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