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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손엔 촛불 다른 손엔 ‘로또’? 판매량 급증

최근 판매액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 이상 늘어…‘돈도 실력’·거리 인파 등의 영향인 듯

2016.12.02(Fri) 11:00:21

경기 불황에 올해 상승세를 보이던 복권 판매액이 ‘최순실 게이트’ 영향으로 지난 11월 10% 넘게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돈도 실력”이라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발언에 목돈을 쥐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복권 판매액이 급등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일 나눔로또 복권통합포털에 따르면 올 11월 로또 판매액은 4주 당첨 기간을 기준으로 총 2716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4주 당첨 기간에 기록한 로또 판매액 2458억 원에 비해 10.5%나 급증한 것이다. 로또 판매액은 최순실 게이트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10월 하순부터 급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10월 3주와 4주차 로또 판매액은 1390억 원으로 지난해 10월 3주와 4주차 판매액인 1246억 원보다 11.6%나 많았다. 

 

사진=비즈한국DB 합성


이처럼 로또 판매액이 10월 중순 이후 10%가 넘는 급등세를 보인 것은 이화여대 부정 입학과 선수 생활 특혜 등을 받은 정유라 씨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목돈을 얻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증가한 탓으로 해석된다. 

 

부정 입학 의혹 등이 불거졌던 지난 11월 19일 ‘경향신문’은 정유라 씨가 2014년 자신의 SNS에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감놔라 배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 불만이면 종목을 갈아타야지. 남의 욕하기 바쁘니 아무리 다른 거 한들 어디 성공하겠니?”라는 글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정유라 씨가 이 글을 쓴 때는 승마 국가대표 선발 특혜 의혹을 받았던 때였다. 정유라 씨의 글에 많은 이들이 분노를 표출했었다.

 

또 매주 토요일마다 촛불집회가 열리면서 거리로 나오는 사람이 많이 늘어난 것도 로또 판매액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로또는 매주 토요일 오후 8시에 판매가 마감되고 8시 40분에 당첨번호가 발표된다. 집회와 시위가 집중되면서 유동인구가 큰 폭으로 늘어난 종로구와 중구의 경우 로또 판매점이 81개가 있는 밀집지역에 속한다. 

 

실제로 최순실 게이트로 로또 판매액이 큰 폭으로 늘어난 10월 22일에 중구 을지입구지하상가의 로또 판매점에서 1등 당첨자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1등 당첨금액은 15억 7921만7250원 이었다.  

 

최순실 게이트와 함께 경기 불황도 올해 복권 판매액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로또를 포함한 전체 복권 판매액은 경제 성장률과 반비례해서 움직인다.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졌던 2012년 복권 판매액은 3조 1854억 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반면 경제성장률이 3% 수준이었던 2013년과 2014년 복권 판매액은 각각 3조 2340억 원과 3조 2827억 원으로 증가율이 각 1.5%씩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다시 2.6%로 떨어지자 복권 판매액은 3조 5551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8.3%나 급증했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지난해와 비슷할 조짐을 보이자 복권 판매액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복권 판매액은 3조 2052억 원으로 조사됐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 말이면 복권 판매액은 3조 8400억 원대를 돌파해 복권위가 올해 목표 판매액으로 잡은 3조 7595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복권 판매액이 3조 8400억 원 팔릴 경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8%대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게 된다.

 

현재 전체 복권 판매액의 90%를 넘는 로또 판매액이 최순실 게이트 영향으로 10월 중순부터 급증하고 있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정한 올해 매출액 총량인 3조 8509억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국 경제가 내년에도 2%대 저성장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 확실해 복권 판매량 급증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불황이 지속되면 일자리가 부족하고 임금도 제자리걸음을 하기 때문에 팍팍한 삶에 지친 사람들이 쉽게 한몫을 잡고 싶다는 생각에 복권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그런데 올해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배금주의(돈을 최고로 여기는 경향)가 더 커지면서 복권에 기대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에 항의하며 평화로운 촛불 시위를 벌이는 성숙된 시민의식도 보이지만, 복권 판매량 증가뿐 아니라 소주 판매가 최근 25.4%나 급등한 것에서 나타나듯 최순실 게이트가 일부 국민의 삶에 악영향을 주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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