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이자 파워 블로거로 잘 알려진 홍춘욱 박사(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가 ‘비즈한국’에 연재를 시작한다. 경제를 비롯해 심리·역사·사회·생태·과학 등 폭넓은 독서로 유명한 그이기에 어떤 글을 풀어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즈한국’은 연재에 앞서 홍 박사를 미리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학력을 보니 독특하게도 사학과 출신이더라.
“대학교는 사학과를 나왔다. 처음 갔던 건 한국사를 공부하고 싶었다. 한국경제사의 핵심적인 질문인 ‘왜 우리는 근대화에 실패해 식민지가 됐나’ ‘자본주의 사회로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뭔가’ 등에 대해 고민하다보니, 그쪽에 관심을 갖게 돼 대학원은 경제학과로 진학했다. 그러다 대학원에서는 오히려 데이터를 이용해 경제 여러 문제들을 실존 분석하는 계량경제학에 빠졌다. 결국 박사는 경영학의 금융경제학에서 받게 됐다.”
―이코노미스트면서 책을 많이 읽는 걸로 유명하다. 이와 관련해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주로 많이 보는 책이 있나.
“잡식성이다. 재미있는 책은 다 읽는다. 예전에는 소설도 정말 많이 읽었는데, 요즘은 거의 안 본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사회과학을 공부하고 일로 삼은 입장에서 현실이 소설보다 더 소설 같고 구체적이고 다이내믹했다. 그래서 소설의 세계에 대해 예전만 한 관심이나 열정을 잃었다. 대신 경제 관련 책들은 우리나라에 출간되는 신간은 거의 다 읽어보려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좋은 책은 많지 않아서, 완독까지 이르는 책은 10권 중 1~2권이다. 결국 1년에 읽는 책은 200~300권 되는 것 같은데, 완독하고 서평까지 남겨야겠다고 생각되는 책은 50~100권 밖에 안 된다.”
―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두 가지 정도다. 첫 번째는 주제다. 내가 관심 있는 주제. 자산·주식시장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다 보니 주식·채권·부동산 같은 주요 핵심자산에 대해 쓰여진 책들은 관심을 갖고 읽어보려 한다. 더 나아가 이런 자산 가치를 분석하려면 경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니까 잘 몰랐던 경제 지식 등에 관련된 책들은 되도록 보려고 애를 쓴다. 두 번째는 저자다. 읽어봤을 때 저자의 논리구조나 스타일이 이해가 되고 납득이 되면, 그 저자의 책들은 거의 다 구해 읽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그 저자에 대한 책읽기가 계속 이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이전 책과 비교해 새로운 무언가를 주지 못하거나, 주장과 논점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면 후속작은 안 읽게 되는 경우도 무척 많다.”
―책을 읽다 중간에 멈추는 계기가 있나.
“일단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책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한다. 상대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거가 박약하거나, 논리의 단절과 비약이 일어나는 책들은 못 읽겠다. 물론 하나도 쓸모없는 책은 없다. 잘못 쓴 책에서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다만 나는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니 읽으면서 건질 게 많고, 논리구조가 괜찮다 싶은 책에 시간을 집중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일하고, 책 읽고, 블로그 운영하고. 하는 일이 많다.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아침형 인간이다. 4~5시 일어나 회사에 출근한다. 새벽에 나오는 이유는 그때 가장 맑은 정신으로 몰입해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도 잘 읽히고, 정리도 잘 되고, 글도 잘 써진다. 8시에 아침회의를 갖는다. 우리가 쓴 자료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해주는 분에게 설명해준다. 이후 오전일과가 시작된다. 세미나가 있으면 기관들을 방문해서 세미나 하고, 아닌 경우에는 사무실에서 밀린 일들을 처리한다. 점심은 대부분 약속이 있어서 고객이나 업무 관련자들을 만난다. 오후에는 거의 사무실에 없다. 고객들 방문하고, 인터뷰를 한다. 내가 가진 지식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현안, 고민, 궁금증 등 문제제기를 받는다. 저녁에는 웬만하면 술자리가 있더라도 길게 안가지려고 노력한다. 워낙 일찍 일어나기 때문에 아무리 늦게 자도 10시에는 자려고 한다.”
“책은 보통 고객을 방문하러 가거나 돌아올 때 전철이나 기차에서 읽는다. 그래서 밖에 나갈 때는 항상 가방에 책 한두 권을 넣어 다닌다. 좋은 책을 만났을 때가 정말 너무 기쁘고 즐겁다. 몰입해서 읽다보면 전철에서 내려야할 때 못 내리고 역을 지나친 적도 있다. 글은 주로 주말에 많이 쓴다. 아이들과 도서관에 가거나, 집에서 아이들과 놀면서 짬이 날 때를 이용한다. 그 주에 읽었던 책의 기억나는 부분 위주로 정말 그 저자의 주장이 맞는지 데이터를 찾아본다. 그렇게 하면 나중에 나도 그 자료를 얼마든지 써먹을 수 있다. 그렇게 글을 쓰고 예약으로 블로그 포스팅을 한다.”
―아이들에게 책을 추천하기도 하나.
“그렇지 않다. 둘째는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라 주로 그림책이나 재미있는 책을 읽어준다. 독서를 유도하는 방편 중 하나가 뭐냐 하면, 내가 아들 둘과 함께 자는 날이 있다. 그때 이야기 잇기 게임을 한다. 예를 들어 옛날 옛적 조선에서 시작하는 이야기에 아들 둘이서 뒤를 붙여나간다. 그러다보면 판타지에서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이어져 어떤 날은 밤에 1시간을 떠들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읽어라 강요하기 보다는 옆에서 부모가 책을 읽고 있으면 와서 읽는다. 그런 면에서 환경을 조성해주는 수밖에 없다.”
―최근에 인상 깊게 읽은 책이나 저자가 있나.
“최근에 가장 흥미롭게 읽고 있는 책은 감정평가사 박성식 박사가 쓴 ‘공간의 가치’다. 이 책은 내가 블로그에서 꼽는 ‘올해의 책’ 후보다. ‘공간의 가치’가 굉장히 좋은 점은 디테일하면서도, 디테일에 대한 근거를 정말 잘 제시해주고 있다. 나도 부동산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었는데, 그 책들 중에서도 상당히 의미 있는 디테일이 담겨있다. 하나 더 소개하자면 김재수 교수가 쓴 ‘99%를 위한 경제학’이다. 이 책도 재밌는 게 행동경제학의 최근 연구 성과들을 이용해서 왜 불평등이 발생하고, 최고의 피해를 보는 사람들, 예를 들어 도널트 트럼프를 지지한 미국의 앵그리 화이트들이나, 브렉시트에 찬성한 영국의 앵그리 화이트들이 왜 역설적인 행동을 보이는지 분석하고 있다. 한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4%의 지지층이 왜 아직도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지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어디서 문제가 생겼고, 더 나아가 어떻게 이것을 고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굉장히 좋은 책 같아 추천한다.”
‘이코노미스트 홍춘욱 인터뷰(2)’로 이어집니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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