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감에 어제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특검보와 파견 검사를 선정하는데 고심이 크다.”
‘최순실 게이트’ 박영수 특별검사(사법연수원 10기)가 출근길에 만난 취재진들에게 털어놓은 심경이다. 박영수 특검은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특검 준비에 착수하게 된다. 특검은 20여 일의 준비기간 동안 4명의 특검보와 20여 명의 파견 검사 등 100여 명으로 구성된 특검 인원 등을 준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검찰로부터 수사 자료 등도 넘겨받게 되는데, 법조계 관계자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파견검사들의 지지를 받아낼 수 있는 특검보를 임명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연스레 박 특검의 ‘법조계 인맥’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 박영수 특검이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 역시 법조계 인맥 덕분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특히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박 특검은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하며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친분이 있다. 이 덕분에 야3당의 특검 추천을 받았으며, 노무현 정부 때 대검 중수부에서 한솥밥을 먹은 최재경 수석(당시 중수 1과장)이 특검으로 추천했다는 것이다.
박 특검 역시 이를 의식했는지, 어제 최재경 지검장과 “죽고 못 사는 사이라던데?”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검 중수부장 때 최 수석이 중수 1과장이었다. 검찰 선후배 관계”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최재경과의 관계에 대해) 뭘 알고 싶나. 수사에 영향이 전혀 없다. 원칙에 따라 한다”며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기존 원칙을 강조했다.
박 특검의 법조계 인맥은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도 연결된다. 우병우 전 수석의 ‘절친’으로 우 수석이 국정원 주요 요직에 꽂아줬다는 최윤수 국정원 2차장(사법연수원 22기)이 ‘양아들’ 격일 정도로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해 박 특검은 “그런 우려는 하지 마라. 그럴 거면 제가 특검이 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제 검찰의 관심이 박 특검이 임명할 특검보로 쏠린다. 박 특검은 8명의 특검보 후보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청해 3일 이내에 4명의 특검보를 임명받게 되는데, 벌써부터 여러 법조인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오광수 변호사(사법연수원 18기) 양재식 변호사(사법연수원 21기) 등이 물망에 오르내리는데, 모두 대검 중수부장 시절 ‘론스타 수사’를 함께한 후배 검찰 출신이라는 게 특징이다.
반면 검찰 내에서는 “변호사 출신으로 임명될 특검보보다 중요한 게, 현직 검사로 파견 갈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재경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수사팀에서 파견 검사를 일부 차출하겠지만, 파견 검사에게 특검은 직접적인 당근이 없는 ‘외부 근무’ 아니냐”며 “얼마만큼 검찰 내에서 인정받는, 무게감 있는 검사를 특검보로 두느냐에 따라 파견 갈 검사들의 근무 욕구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부장검사 역시 “생각해 봐라, 파견 검사는 특검에 가서 죽어라 고생한다고 해도 인사에서 크게 혜택 받을 수 있는 게 없다”며 “결국 남는 것은 뛰어난 능력의 현역 특검보와 근무 인연을 만들어 인정받게 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박 특검은 4명의 특검보 중 한두 명을 현역 검사로 할 것으로 보이는데, 차장급(22기~25기)이 주로 거론된다. 특히 2014년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항명파동으로 좌천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 이름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윤 검사를 잘 아는 박 특검은 “윤 검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고집과 소신이 너무 세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구본선 광주지검 차장(사법연수원 23기), 김영종 안양지청장(사법연수원 23기), 이두봉 성남지청 차장(사법연수원 25기)도 주요 후보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후보 명단에 대해 또 다른 부장검사는 “개개인의 능력을 보면 면면이 다 뛰어나지만, 검사 출신 변호사 특검보들과 어울리며 장악력을 얼마만큼 발휘할 수 있을지는 또 별개의 사안”이라며 “특검보로 임명되는 것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쓴다는 점에서 영광일 수도 있지만, 짧게는 1년 뒤, 길게는 5년 뒤 정치판의 움직임에 따라 검찰 인사도 요동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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