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피(박스권+코스피)’에 애 태우던 투자자들에게 오아시스가 될까. 오는 12월 5일 선강퉁(深港通) 시행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선강퉁이란 중국 선전과 홍콩 증시의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다. 국내 투자자들은 펀드 등 간접투자를 거치지 않고 선전 거래소에 상장된 현지 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 2014년 상해와 홍콩 주식시장의 교차거래를 허용한 후강퉁(沪港通)과 같은 개념이다.
전문가들은 ‘종목보다는 업종을, 업종보다는 산업을, 산업보다는 중국 경제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국 증시는 변동성이 크고, 일반적인 투자 상식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일 때가 많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보호무역주의 강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변동성은 더욱 확대됐다. 유동성보다는 경제 전체의 펀더멘탈과 큰 흐름을 판단 기준으로 삼으라는 얘기다.
주목할 만한 업종은 IT·전기차 등 신산업 분야다. 중국 정부가 선전거래소를 중소·벤처기업 육성의 발판으로 삼았기 때문에 신성장 산업이 집중됐다. 선강퉁 대상 종목은 △대기업 위주의 메인보드(267개 종목) △중소기업 전용 중소기업판(411개 종목) △벤처기업 전용 창업판(203개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서도 IT·헬스케어 종목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한국의 코스닥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3차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은 선진적 경제·산업 구조를 갖추기 위해 최첨단 IT 업종과 전기자동차·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등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국가 7대 전략적 신흥 산업’인 차세대 정보기술, 디지털 공작기계·로봇, 항공장비, 신에너지자동차, 바이오의료 등 종목이 몰려있다.
더불어 내수시장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헬스케어·소비재 등도 유망한 미래성장 산업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저성장이 고착화 돼 고령화·4차 산업·무역장벽, 세 가지 테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증권가에서는 디스플레이 및 솔루션 업체인 리야더, 제철기업인 안강구펀, 전기차회사 비야디, LCD패널을 만드는 징둥팡, 중국 최대 백색가전업체 메이디그룹, 신웨이통신·중잉뎬즈 등을 주목한다. 특히 해외 기관투자자가 많은 주식을 보유 중인 메이디그룹과 거리뎬치·하이캉웨이스는 상승 여지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선강퉁 시행으로 증권거래가 늘어날 전망인 가운데 금융·증권주도 주목받는다. 중은국제증권은 보고서에서 “선강퉁 시행 발표가 임박하면서 증권사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증권주는 증시 분위기를 상승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선강퉁의 증권업종 밸류에이션이 낮은 수준이라 상승 여지가 높다는 분석이다.
성장성과 기업가치가 높지만 홍콩에 상장되지 않은 평안은행·거리전기·우량예 등도 기관투자자의 관심 대상이다. 중국 관영 신화망은 “성장성이 큰 상장사에 대한 해외투자자의 관심도 높다. 선전 증시의 해외투자자 비중은 1.2% 수준에 불과한 개방되지 않은 세계 최대의 시장”이라는 쑨위 HSBC은행 글로벌 연구 책임자의 관측을 보도했다.
국내외 기관투자자도 선전 거래소 투자를 늘리는 분위기다. 한국투자공사(KIC)는 중국 주식에 2억 달러(약 2400억 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하고, 운용사 네 곳을 선정키로 했다. 8월 말 현재 KIC의 중국 주식 투자 규모는 6억 6000만 달러. 중국의 중산층이 늘어남에 따라 소비재와 서비스 업종 기업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서 지지부진한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중국의 투자매력이 돋보이고 있다”며 “중국은 여전히 연 6%대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어 중장기 투자 메리트가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위험성이 높은 중소형 종목이 많기 때문에 투자 위험은 뒤따른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선강퉁은 중소형주가 집중돼 있어 성장성 측면에서는 매력적이지만, 안정성 측면에서는 위험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높은 세금 역시 투자의 걸림돌이다. 현행법상 해외주식 투자에서 연 250만 원을 초과하는 차익을 거둘 경우 22%의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1억 원을 투자해 10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면 250만 원을 세금을 내야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위안화 절상 조짐과 글로벌 자유무역의 퇴조 기류, 중국의 구조개혁 동력이 일부 축소된 점 등도 고려해야 할 변수로 꼽힌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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