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자신의 임기 단축을 비롯한 진퇴 문제를 국회에 넘기면서 하야와 탄핵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그동안 야당이 여당 일부와 공조해왔던 탄핵 일정에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 경제에도 후폭풍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한국 경제에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긴급담화를 통해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에 당장 야당과 여당이 다른 반응을 보이면서 탄핵을 둘러싼 국회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야 3당이 일부 비박계의 도움을 받아 오는 12월 2일 추진하려던 탄핵 일정이 이번 박 대통령 담화문 발표에 영향을 받으면서 내년 예산안 처리까지 자칫 공중에 뜰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내년 경제 살리기와 복지 확대를 위해 사상 처음으로 400조 원이 넘는 예산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최순실 관련 예산안 삭감과 세법 개정 논란이 있지만 야당은 탄핵안 처리에 맞춰 예산안도 처리한다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2월 2일이면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는 만큼 이때 대통령 탄핵안과 예산안을 동시 처리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여당 내 비박계가 탄핵안 처리에서 발을 뺄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대통령 임기 문제 등을 놓고 여야 간에 논의할(논의하는 척이라도 할)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앞으로 사흘 안에 예산안과 관련 세법 개정안 합의를 이뤄낼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국정조사와 특검에서 재벌 총수들에 대한 강력한 수사가 불가피해진 점도 경제에는 악재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문에서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정조사와 특검에서 박 대통령이 재벌을 압박해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에 돈을 내도록 하고, 그 대가로 각종 편익을 봐줬다는 뇌물 혐의를 입증해야 하게 된 것이다.
특히 대통령이 혐의를 다시 한 번 부인한 만큼 재벌 총수들에 대한 강도 높은 추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국회와 특검이 재벌 총수들을 줄줄이 소환해 이 부문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면 해외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하락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이번 담화가 불러올 가장 큰 경제 악영향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박 대통령이 더욱 키웠다는 점이다. 국회가 예정대로 12월 2일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처리할 경우 박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된다. 이후 헌법재판소가 관련법에 따라 최장 180일의 심리기간을 갖고 탄핵 가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대로 진행되면 박 대통령 퇴진과 관련한 일정표가 마련되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감소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자신의 진퇴를 국회에 넘기면서 오히려 경제가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커졌다. 현재 국회 상황 상 박 대통령 임기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는 불가능하다. 오히려 탄핵을 둘러싼 야당과 여당 간, 여당 내 친박과 비박 간 논쟁이 커지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한 경제 전문가는 “지금 한국 경제는 성장률 둔화와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기업 문제 부각 등 내부 위기, 북핵 등 지정학적 위기 고조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보호주의 확산 등 외부 위기라는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한 상태”라며 “더 큰 문제는 사령탑인 박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로 이런 복합 위기 상황을 극복할 리더십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거취를 국회에 넘긴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기름을 끼얹어버린 것과 같아서 한국 경제가 당분간 선장은 물론 지도도 없이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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