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경제개발협력기구)가 28일(현지시각)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역대 한국 정부 중에서 유일하게 임기 5년 내내 잠재성장률을 넘어서지 못하는 저성장 정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자진 사퇴를 거부하면서 특검과 국정조사 도입으로 경제 전반이 충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칫 성장 동력 자체가 상실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OECD는 이날 발간한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췄다. 특히 OECD는 박근혜 정부가 김영삼(YS) 정부가 들어선 1993년 이래 역대 한국 정부 중에서 임기 5년 동안 단 한 해도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성장을 이루지 못한 유일한 정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가 노동과 자본 등 모든 생산 요소를 투입해 물가 급등과 같은 부작용 없이 최대로 이뤄낼 수 있는 성장률을 의미한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기간(2013~2017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연 평균 3.2%로 조사됐다. 반면 이 기간 동안 한국 경제의 실질성장률은 연 평균 2.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박근혜 정부 기간에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연 평균 0.4%포인트나 낮은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셈이다.
이는 OECD 국가들이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성장을 보이는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OECD는 같은 기간 OECD 회원국의 연 평균 실질성장률이 1.8%를 기록해, 잠재성장률인 1.5%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YS 정부 출범 이후 박근혜 정부 이전까지 한국 정부 가운데 5년 임기 중 평균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았던 때는 이명박 정부(2008~2013년)가 유일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또 이명박 정부 기간 한국의 평균 실질성장률(3.2%)이 잠재성장률(3.8%)보다 0.6%포인트 낮았지만 OECD 회원국에 비해서는 선방한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OECD 회원국의 실질성장률(0.6%)은 잠재성장률(1.6%)보다 1.0%포인트나 낮았다.
또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컸던 2008년과 2009년에는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성장을 거두는데 그쳤지만, 2010년에는 잠재성장률(3.8%)보다 2.7%포인트나 높은 6.5%의 고성장을 이뤄내는 성과도 얻었다. 이에 반해 박근혜 정부는 임기 5년 중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성장을 이루는 해가 단 한 번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기 첫해였던 2012년 실질성장률(2.9%)은 잠재성장률(3.5%)보다 0.6%포인트 낮았다. 그나마 2년차인 2014년에는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과 같은 3.3%를 이뤘지만, 2015년에 실질성장률(2.6%)은 잠재성장률(3.2%)에 비해 0.6%포인트 떨어졌다. 올해 실질성장률도 2.7%에 그쳐 잠재성장률(3.2%)보다 0.5%포인트 낮을 것으로 전망됐고, 내년 실질성장률도 잠재성장률(3.1%)에 못 미치는 2.7%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정치적 혼란이 커지고 수사가 경제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저성장이 거듭되면서 성장 동력 자체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OECD도 이번 경제전망을 내놓으면서 한국의 2017년과 2018년 실질성장률 전망치를 5개월 전에 비해 각각 0.4%포인트와 0.3%포인트나 낮췄다.
한 경제 연구소 관계자는 “사람이 몸을 쓰지 않으면 굳는 것처럼 경제도 저성장을 거듭하면 저성장 자체가 굳어지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특검과 국정 조사 등으로 내년까지 최순실 게이트 여파가 지속된다면 한국 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가 어제(28일) 박 대통령으로 인한 한국 경제 위기를 한 개 면에 걸쳐 다룬 데 이어 오늘은 사설로 박 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며 “박 대통령이 사설 제목인 ‘한국 대통령은 나라를 최우선에 놓아야 한다(South Korea's president must put the nation first)’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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