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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상저하고’ 기상청 버금가는 한은

늘 같은 전망 내놓지만 올핸 최순실 게이트에 ‘상저하추’…“악재 뻔히 보이는데도 변명만”

2016.11.28(Mon) 13:17:14

‘상저하고(上低下高)’ 

 

상반기에는 경제가 저성장에 머물지만 하반기에는 고성장으로 돌아선다는 의미를 지닌 이 사자성어는 매년 정부와 한국은행이 다음해 경제전망을 내놓으면서 하는 말이다. 한은은 내년 경제도 상저하고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정부와 한은이 올해 경제 전망을 발표할 때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모두 3%대 성장을 거두는 상고하고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매년 이러한 장밋빛 전망은 빗나갔다.

 

한국은행 전경. 사진=비즈한국DB


한은에 따르면 2010년 이후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상반기보다 높았던 해는 2013년과 2015년 두 해뿐이다. 이마저도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하반기 성장률을 끌어올린 덕이다. 2013년에는 경기 부진과 세수 부족이 우려되자 5월에 17조 3000억 원 규모의 추경이 통과됐다. 2015년에는 메르스 사태와 가뭄 등으로 경기가 가라앉자 7월에 11조 6000억 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그 덕에 2013년 상반기(전년동기대비) 2.4%였던 성장률은 하반기에 3.4%로 올랐고, 2015년 상반기 2.3%였던 성장률도 하반기에 2.9%로 상승했다. 

 

반면 올해는 9월에 11조 원 규모의 추경을 통과시켰지만 경기를 부양시키기 불가능한 상황에 몰렸다. 한은은 지난해 10월에 ‘2016년 경제전망’을 내놓으면서 올해 성장률이 상반기에 3.3%, 하반기에 3.0%를 기록하는 ‘상고하고’로 전망했다. 그러나 올해 10월에 내놓은 전망에서는 하반기 성장률이 상반기(3.0%)에 크게 못 미치는 2.5%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이것도 이루기 힘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주말마다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국민들의 무력감이 높아지면서 소비심리가 바닥으로 추락 중이다. 실제로 11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95.8로 10월(101.9)보다 6.1포인트나 급락하며 7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기업들도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특검과 국정조사를 앞둔 탓에 고용이나 투자 계획을 올스톱시킬 상황에 처해있다. 

 

민간 소비가 감소하면 정부 소비를 통해 이를 만회해야 하지만 추경 편성에도 정부 여력은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경제를 본격적으로 살리겠다며 예산 조기 집행을 장려해왔다. 10월 말 현재 정부의 재정집행률은 86.8%로 최근 5년 중에서 가장 높았다. 그만큼 연말에 정부가 쓸 수 있는 돈이 모자라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최순실 게이트의 경제적 악영향이 본격화되는 연말이 되면 민간 소비와 투자가 급락하면서 경제가 추락하는 성장 절벽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비즈한국DB


경제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4분기 성장률(전기대비)이 0%나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 대표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9월을 고비로 각종 경제지표가 대폭 감소세로 전환했다. 4분기 성장률 저하가 매우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지난달 하순부터 시작된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소비 위축까지 가중되면서 4분기 성장률은 0% 초반 내지는 마이너스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최순실 게이트에 놀란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에 들어간 것도 4분기 성장 절벽에 대한 걱정을 키운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혐의로 사무실 압수수색 당하자 공직 사회는 자칫 정책안을 내놓았다가 최순실 게이트에 엮이지 않을까 우려해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경제계 관계자는 “성장률 전망이 틀릴 수 있지만, 정부와 한은이 상저하고 전망을 내놓고 잘못되면 이런 악재가 생길 줄 몰랐다고 매년 변명하는 것은 근무태만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최순실 게이트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 내년 경제를 흔들 악재를 뻔히 보면서도 상저하고를 고수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은은 내년 상반기에 2.5%, 하반기에 3.0%를 성장할 것이라고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정치적 혼란이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고, 트럼프 경제 정책의 악영향이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하반기에도 저성장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고 덧붙였다. ​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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