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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 재구성 ] 만신창이 된 포스코·KT, 민영화 된 공기업의 굴레

정권에 휘둘리는 악순환 ‘최순실 게이트’에서도 여실히 드러나

2016.11.28(Mon) 10:35:26

2000년과 2001년 ​각각 ​민영화 된 포스코와 KT가 ‘최순실 게이트’에서도 정권 입맛대로 휘둘리는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일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 언급된 기업 5개 가운데 포스코와 KT 두 곳 모두 포함된 데 이어 27일 구속 기소된 차은택 씨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에 대한 공소장에서도 포스코와 KT의 고질적인 문제가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포스코. 사진=비즈한국DB

 

박근혜 대통령이 최 씨, 차 씨 등과 공모해 포스코 광고계열사 ‘포레카 강탈 시도’와 KT 임원으로 측근을 심어 광고 일감을 대량 수주한 행태가 검찰 수사결과 확인됐다. 이는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된 다른 기업들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모양새다. 

 

차 씨는 최 씨. 김홍탁 씨, 김경태 씨와 함께 작년 2월 광고기획사인 모스코스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포스코가 광고 계열사인 포레카를 매각하려는 것을 확인하고 인수를 시도했으나 신생 회사라는 결격 사유로 인수를 할 수 없게 되자 강탈을 시도했다.

 

최 씨와 차 씨로부터 민원을 접수한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포레카가 대기업에 넘어가지 않도록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김영수 포레카 대표를 통해 매각절차를 살펴보라”고 지시했고 안 전 수석은 권오준 회장에게 압력을 넣었다.

 

지난해 6월 컴투게더가 포레카 인수자로 최종 결정됐지만 한상규 컴투게더 대표는 갖은 협박에도 8월 포레카 인수대금을 완납하고 회사를 인수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포스코로부터 발주 물량이 줄어드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컴투게더 측은 “포레카 인수 후에 일정 물량을 발주하기로 했지만 최 씨와 차 씨 등을 보복으로 보이는 수주 물량 감소로 회사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최순실 씨로부터 배드민턴팀 창단 요구를 받았으나 거절의 뜻을 밝혔더니 결국 펜싱팀 창단을 합의해줘야 했다. 또 다른 뇌관으로 자리잡은 부산 엘시티 사건과 관련해선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 수사 대상으로 올라와 있다. 포스코는 박 대통령이 설립을 주도하고 최 씨가 실소유한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각각 30억 원과 19억 원 모두 49억 원을 출연했다. 미르재단에 재산 출연을 약정한 뒤 그 일주일 뒤에야 이사회 의결을 거치는 요식 행위도 드러났다. 

 

KT는 최 씨와 차 씨가 측근을 심어 광고 물량을 수주해 잇속을 챙기는데 이용당했다. 대기업들로부터 광고계약의 원활한 수주를 위해 측근인 이동수 씨를 KT에 심기 위해 최 씨에게 추천했다. 최 씨도 측근인 포레카 전 대 김영수 씨 부인 신혜성 씨를 박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안 전 수석이 이 씨와 신 씨를 황창규 KT 회장에게 인사를 청탁했다. 박 대통령은 최 씨와 차 씨 요구를 받아 이 씨와 신 씨의 보직 변경에까지 개입했다. 

 

이후 박 대통령은 차 씨 부탁을 받아 안 전 수석을 통해 차 씨의 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를 KT의 신규 광고대행사로 선정하게 했다. 이를 통해 신생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는 올해 3월 30일 부터 8월 9일까지 KT로부터 68억 1767만 원어치 광고를 수주해 5억 1669만 원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 

 

공소장은 황창규 회장과 KT가 자격미달의 플레이그라운드를 선정하기 위해 심사기준까지 바꾸는 ‘꼼수’까지 동원했고 플레이그라운드에서 제출한 포트폴리오가 가짜임에도 선정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상황이 이럼에도 KT는 요구에 불응할 경우 세무조사 등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해 어쩔 수 없이 수용했다고 진술했다.

 

황 회장은 다른 혐의로 고발까지 됐다. KT는 미르재단에 11억 원, K스포츠 재단에 7억 원을 출연했다. 황 회장은 미르재단에 출연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 없이 출연했다는 이유로 투기자본감시센터·약탈경제반대행동·KT새노조로부터 증뢰(뇌물 제공),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황창규 KT 회장. 사진-KT 제공

 

권오준 회장과 황창규 회장은 모두 내년 3월 임기 만료다. 두 사람은 늦어도 12월 말까지 연임 의사를 밝혀야 하는데, 최순실 게이트로 연임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두 사람은 민영 기업답게 이전과는 다른 포스코와 KT를 만들겠다며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이번에도 정권의 외압에 휘둘렸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권오준 회장은 올해 1월부터 ‘클린 포스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추천이나 청탁을 가감 없이 기록·관리함으로써 이를 완전히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시스템을 표방했다. 황창규 회장도 ‘낙하산 근절’을 취임 일성으로 밝혔지만 이번 사태에서 드러났듯 공염불이 돼 버렸다.

 

포스코와 KT는 정권 초반 전임 정권이 임명한 회장의 비리를 캐내 쫓아내고, 새 회장을 앉히는 행태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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