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첫눈이 내린 날, 광화문에는 다시 수많은 별들의 행진이 있었습니다. 100만 개가 훨씬 넘는 선명한 별들이 서울 거리로 나와 어두운 세상을 밝힐 하나의 커다란 빛이 되었습니다.
참가자 규모를 추산하는 문제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제 그 숫자 너머로 더 중요한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군중은 이제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이며 어떤 경계에 가두기 어렵고 예전보다 훨씬 복잡하고 활동적입니다.
정확한 참가자 규모 추산은 매우 어려운 작업입니다. 실제로 참가자 숫자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추산은 일정한 가정을 필요로 합니다. 집회 면적, 고정 참가자 밀도, 유동 참가자 유속 같은 핵심 요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합니다. 실시간 라이브 페이스북 방송을 통해 현장의 상황을 지켜보면, 그동안의 집회와 조금 다른 특징을 발견합니다. 간단히 두 가지 특징을 설명 드립니다.
[1] 학습된 군중
이번 집회에 참가한 수많은 시민들은 처음 집회에 참가한 경우보다는 이미 한두 차례 또는 모든 집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학습된’ 참가자들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질서가 잘 잡혀 있고 평화로운 집회에 대한 선호가 강합니다. 집회의 성격과 목적을 잘 알기에 돌출 행동을 자제합니다. 학습의 결과입니다. 참여 경험이 있든 방송을 통해 학습이 되었든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학습된 참가자이며 자기조절이 가능한 지적인 참가자라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학습의 근간이 되는 본능과 지능은 생명체의 특징입니다.
[2] 활동적인 군중
이번 집회 참가자는 다양한 루트를 경유하여 집회 장소에 도착했으며 일부는 행진에 참여하기도 하고 일부는 중앙 무대 앞에 모여 공연에 참여하는 등 예전보다 휠씬 역동적이었습니다. 집회 면적, 고정 참가자 밀도, 유동 참가자 유속에서 복잡성이 증가되었습니다. 참여 시간의 복잡성도 뚜렷합니다. 사정이 있어 짧게 일찍 다녀오거나, 메인 집회에 오래 참석하거나, 늦은 시간에 잠시 합류하는 등 참여 시간의 복잡성이 커졌습니다. 덕분에 집회가 단조롭지 않고 역동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복잡성은 생명체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이제 군중은 서툴고 성난 군중이 아닙니다. 마치 유기적인 생명체를 닮은 똑똑하고 활동적인 군중이 되었습니다. 생명체는 정확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모든 생명체는 생명을 유지하고 싶어합니다. 생명체는 계속해서 산소나 혈액과 같이 중요한 물질을 순환하고 소비하며 복잡하고 연속적인 기능과 작용의 얽힘을 통해 생명을 유지합니다.
군중은 살아 있습니다. 생명력을 가진 군중은 한층 성숙하고 진화했습니다. 이것이 100만 명이 모이든 200만 명이 모이든 평화로운 집회가 가능한 이유입니다. 군중이 바라는 것은 생명입니다. 앞으로 ‘더 잘 살아가기 위해’ 똘똘 뭉쳐 하나의 유기체가 된 것입니다. 이렇게 똑똑하고 생명력이 강한 군중을 그 무엇도 이길 수 없습니다.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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