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소명이 필요하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변호사 시절 사건 수임 신고 누락 여부를 확인 중인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가 우 전 수석 측에 추가 소명을 요구했다. 앞선 22일 우 전 수석이 서울변회에 사건 수임과 관련해 “누락한 게 맞다. 일부 착오가 있었다.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음에도, 설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
서울변회는 우 전 수석으로부터 추가 소명을 받는 즉시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서울변회 징계와 별개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도 우 전 수석 처벌을 위해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서울변회가 소명서 제출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것은 25일. 김한규 서울변회 회장은 “우 전 수석에게 오늘(25일)까지 누락한 사건 수임액 등을 보고하라고 추가 소명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는데, 서울변회는 우 전 수석으로부터 추가 소명서를 받은 뒤 오는 28일 열리는 조사위원회에서 징계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우 전 수석은 2013~2014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사건 수임 건수와 수임액 보고 의무를 어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변회는 조사위에서 우 전 수석의 변호사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에 징계개시를 신청할 예정인데 이미 징계 사유가 충분하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병우 전 수석 처벌에 대한 요구 목소리가 높은 만큼, 검찰도 우병우 전 수석 수사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서울변회로부터 우 전 수석의 사건수임 내역을 제출받아 수임비리 여부를 살피고 있는데, 우 전 수석은 이미 고발된 사건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앞선 9월, 다단계 사기업체 ‘도나도나’ 사건을 몰래 변호하고 수임료를 축소 신고해 1억 1000만 원 가운데 6000만 원에 대한 소득세를 포탈했다는 혐의로 고발됐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선임계를 낸 사실을 확인했다”며 ‘몰래 변론’은 아니라고 결론을 냈지만 선임계에 적힌 수임 액수보다 더 많은 대가를 건네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계속 진행 중이다.
사실 우 전 수석과 김수남 검찰총장의 사이는 ‘막역’한 것으로 유명했다. 우병우 전 수석, 김수남 총장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검사는 “김수남 당시 부장검사와 우병우 부장검사가 형 동생 하며 정말 잘 지냈다”며 “지난해 김수남 총장이 임명될 수 있도록 우 전 수석이 엄청 많이 도와줬다는 얘기가 있지 않았었느냐, 그 정도로 사이가 좋았는데 이렇게 적이 될 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병우 전 수석이 형이자 선배인 김수남 총장에게, 사건 관련해서 굉장히 구체적으로 지시해서 김 총장이 불편해 했다는 얘기가 돌았다”며 “우 전 수석의 업무 스타일이 굉장히 강압적이고 거만한데, 이에 대검 간부들도 꽤나 불쾌감을 토로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검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한 조직에 있던 선배 우 전 수석을 향해 검찰은 ‘뭐든 나오는 건 다 털겠다’는 태도로 수사를 하고 있는데,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을 막는 등 민정수석에게 주어진 대통령 측근 감찰업무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지난 23일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각종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특히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이 최 씨 최측근인 광고감독 차은택 씨 사건을 내사하고도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은 정황을 포착하고, 그 정점에 우 전 수석이 있었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자연스레 우 전 수석의 재소환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이 처벌 수위도 강하게 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검찰은 국민 여론을 등질 경우 조직 존폐가 흔들리는 상황”이라며 “검찰이 정치적 상황 판단을 기가 막히게 잘하며 미꾸라지처럼, 얼마나 끈질기게 주어진 검찰 수사 권한을 지켜왔는지 알지 않느냐. 우 전 수석의 혐의가 구속영장 청구 사안이 안 된다고 해도 영장을 억지로 청구해서 기각이라는 책임을 법원으로 돌릴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검찰은 국민적 관심을 감안해 수사 결과도 발표할 계획이다. 우 전 수석, 이석수 전 감찰관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특별수사본부 수사 속도에 맞춰, 우 전 수석과 관련된 각종 의혹들과 범죄 혐의를 발표하는 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며 “절대 유야무야 설명 없이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