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은 의혹들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라. 문제가 생긴다면 내가 책임지고 옷을 벗겠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 이영렬 본부장(서울중앙지검장)이 최근 수사팀 검사들에게 남긴 ‘다짐’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완전히 선을 긋고, 수사에 ‘올인’한 것인데, 검찰과 청와대의 사이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수남 검찰총장 역시 “성역 없는 수사”를 수사팀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뿐 아니라 대기업 오너 일가들로도 수사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사실 이번 정권에서 ‘검찰’은 청와대의 뒤처리를 담당했다.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 때만 하더라도 청와대 입맛에 맞춰 수사를 진행했던 게 검찰이 아니었던가. 자연스레 지난해 총장에 임명된 김수남 검찰총장이 박근혜 정권의 ‘순장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 총장 역시 취임사 때부터 “최근 폭력시위 행태가 용인 한도를 넘었다“며 ‘공안 드라이브’를 예고해 당시 박 대통령의 국정기조에 화답한 바 있다.
그런데 취임 1년도 되지 않아 김수남 총장은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박 대통령을 향해 칼날을 겨누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29일까지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를 했는데, 청와대는 묵묵부답인 상황.
검찰 수사 흐름에 밝은 법조인은 “검찰이 확보한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녹취파일을 들은 수사팀 관계자들이 엄청나게 분노를 할 정도로 충격적이라고 들었다. 검찰이 정말 청와대에 대해 강한 수사 의지를 느끼고 있다”며 “녹취 파일이 법원에서 재판 도중 공개되면 정말 큰 파장이 올 수 있어 수사팀도 고민하는 듯하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분기탱천’한 수사팀은 박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 범위도 확대하고 있다. 특별수사본부는 SK와 롯데그룹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배경에 면세점 승인 관련 의혹이 있다고 보고,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롯데그룹 정책본부,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롯데월드타워 면세점과 SK워커힐 면세점은 지난해 11월 면세점 특허권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했는데,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 4월 대기업 3곳에 면세점을 추가로 주기로 결정해 ‘냄새’가 나기 때문.
면세점 재승인에 탈락한 이후인 올 2~3월 롯데와 SK 총수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했고, K스포츠재단에 각각 75억 원과 80억 원의 추가 출연을 요구받았다. 롯데가 이를 거부하다가 끝내 70억 원을 냈고, 검찰 압수수색을 앞두고 돌려받았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내용.
검찰은 이 과정에 박 대통령이 재단 추가 출연에 ‘면세점 카드’를 활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검찰은 70억 원 외에도, 롯데면세점이 미르재단에 출연한 28억 원이 ‘면세점 인·허가’와 관련 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의결 과정 수사도 탄력을 받고 있다. 특별수사본부는 25일 오전 10시부터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소환해 청와대 측의 지시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의결 과정에 개입했는지 조사 중이다.
문 이사장은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합병의 시너지 효과가 손해를 상쇄할 수 있다는 논리로 삼성의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문 이사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합병 찬성에 개입하지 않았으며 청와대의 지시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이 삼성 측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최순실 씨 측에 삼성이 자금을 지원했다면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 국민연금이 외부 인사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의 결정을 받지 않고 내부 인사만 참여하는 투자위원회에서 합병안 찬성을 결정한 배경도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금 검찰의 수사 범위와 진행 속도를 보면, 정말 피의자 박근혜 대통령을, 탈탈 털어서 작은 혐의도 어떻게든 범죄 혐의로 입증해서 처벌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이번 수사가 다음 정권, 다다음 정권 때 어떤 변수로 검찰에 돌아올지 관심이 간다”고 분석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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